북한이 처한 ‘환경’ 실상은?

‘먹는 물, 하수 처리’ 서비스 태부족 상황
“700만 이상 주민, 적절한 혜택 못 받아”
박순주 기자
parksoonju@naver.com | 2019-06-17 08:5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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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디어=박순주 기자] 북한 ‘환경(Environment)’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다. 특히 먹는 물 문제와 관련 인프라 구축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뜨겁다.  

 

북한 환경 실태, 화두로 떠올라

▲ 평양시 룡성구역 오수처리장 <자료=구글어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제5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 평화공동선언을 통해 자연생태계 보호·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환경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대동강 수질오염 문제를 겪고 있는 평양에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이 검토됐다는 후문이다.

국책 연구기관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는 지난 6월3일 ‘북한환경정보센터’를 설립, 북한의 환경동향을 집중 파악 중이다.

국내 대표적 상하수도 학술단체 (사)한국상하수도학회는 ‘2019 WATER KOREA(국제물산업박람회)’에서 북한의 상하수도 현황을 발표,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열린 ‘2019 서울-평양, 미래도시협력네트워크포럼’에서는 북한 환경의 실태와 남북 협력을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한 전문가그룹 등이 북한 환경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 다양한 협력방안 찾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북한의 ‘환경’이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이런 관심은 자연스레 북한의 환경 실상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북한이 물 풍요국가?
북한은 과거 수려한 생태환경과 경관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상당히 파괴되고 훼손된 상태라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게다가 겨울철 연료 보급 부족이 계획성 없고 치산치수에도 해를 주는 임목벌채를 불러오고, 압록강과 두만강 주변은 외화 획득을 위한 벌채가 집중되고 있다.

산림 병충해와 산불이 빈발하고, 지역성 폭우로 인한 심각한 토사유출도 비일비재하다.

일제 강점기부터 남한보다 중화학공업 위주의 산업화가 진행됐기 때문에 주요 산업시설과 광산지역을 중심으로 대기오염과 수질오염도 심각하다.

그렇다면 북한의 물(water) 사정은 어떨까? 기상청에 따르면 1981년부터 2011년까지 북한의 평균 강수량은 919mm로 남한(1307.7mm)의 70% 수준이었다.

강수량의 연도별 편차도 커서 2014년에는 평균 강수량의 64%인 594.3mm에 불과했고, 수자원 총량(2012년)은 1111억㎥이고, 가용수자원량은 711억㎥이다.

주목할 점은 북한의 강수량이 세계 평균 이하이지만 1인당 가용수자원수량(2856㎥, 사용 가능한 물의 양)은 남한(1608㎥)보다 1.8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현재 물의 부족과 풍요를 구분하는 기준은 1700㎥이다. 결국 1인당 가용수자원량으로 따지면 남한은 물 부족국가이고 북한은 물 풍요국가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 결과는 강수량, 국토면적, 인구만으로 단순 비교한 지표라서 이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다.

물 문제…수해, 상하수도, 수질
물 문제는 크게 수해, 상하수도, 수질 문제로 나눠 볼 수 있다. 북한은 수해 피해 대비를 위해 ‘큰물피해위원회’를 설립했다.

하지만 홍수피해 주민이 2007년 한 해 127만 여명에 달하고, 2012년에는 24만여 명에 달했다. 2016년에는 태풍 ‘아리온록’으로 인한 폭우로 함경북도에 큰 홍수가 발생, 138명이 사망하고 60만 명이 수해를 입었다.

2014년에는 3월부터 가뭄이 18개월 동안 지속되면서 농업 생산과 물에 대한 접근이 악영향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배급제에 의존하는 1800만 명의 북한 주민이 식량 불안과 영양 부족, 질병 등의 위험에 처했다.

가뭄 피해로 수력발전량(2015년)이 50% 감소하기도 했다. 또 2017년에는 북한 남서부 지역의 곡창지대에 가뭄이 이어지면서 북한 당국이 국가 긴급사태를 선포했다.

당시 가뭄이 북한의 영양실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5세 미만 아동 78만2000명과 임산부와 수유모 31만3629명의 생명을 위태롭게 했다.

수돗물 공급 65%에 그쳐
우리나라 국토교통부 역할을 담당하는 ‘도시경영성’에서는 상하수도를 관리하고, 국가에서 급수량을 공급한다.

헌데 북한의 물 공급량은 1994년 1인당 304ℓ에서 1998년 289ℓ 이하로 떨어졌고 이후 계속 감소 추세다.

유니세프(Unicef)는 북한 주민의 65% 정도가 수도관을 통해 물을 공급받고 있는 실정이라 추가적인 수원이 필요하고, ‘설사’가 5살 유야 사망률 원인의 2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한다.

유엔 산하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은 수도관에 연결된 도심지 주민들이 농촌 주민들 보다 수인성 질병에 취약하다고 말한다.

김승현 경남대학교 교수는 이와 관련해 “국제적십자사연맹에 따르면 현재 700만 이상의 북한 주민이 안전한 물 공급과 적절한 하수처리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고, 주민의 61% 정도만 안전한 물을 공급받고 있다”고 전했다.

수량· 수질 믿기 힘든데

북한은 1980년대에 상하수도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하지만 이후 유지관리 투자부족, 전기부족, 자연재해 등으로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이 때문에 부족한 전력과 누수 그리고 하수의 수도관 유입 등의 이유로 수질오염이 의심되고, 장비 부족과 각종 부품 및 약품 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는 게 김승현 교수의 설명이다.

물론 공식적인 통계로만 보면 북한의 먹는 물에 대한 접근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 CIA World Factbook은 북한에서 안전한 물에 접근 가능한 인구가 99.7%(2015년)라고 제시했다.

유니세프는 2015년도 북한의 안정한 물 접근율이 100%라고 전했다. 유니세프(Unicef DPRK)는 또 지난해 북한에서 개선된 먹는 물 수원에 접근 가능한 인구가 93.7%에 달하고, 이중 수도꼭지를 통해 공급받는 인구는 58.5%라고 전했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소장은 “그러나 통계가 실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북한 인구의 절반 이상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물 공급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최동진 소장은 또한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전력문제와 유지관리를 위한 투자 부족으로 대부분의 물 공급시스템들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고, 수량과 수질을 보증할 수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북한은 전력난 때문에 중력식 물 공급시스템을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있고, 그러한 방법이 곤란한 경우 태양광과 같은 대안기술을 장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토환경연구원에 따르면 먹는 물(음용수) 수원의 경우 23.5%가 대장균에 의해 오염되어 있고, 농촌지역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45.2%의 수원이 수질오염으로 위험한 상태다.

이는 적절한 정수처리시설이 보급되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로 추정된다. 적절한 처리방법으로 정수된 물을 마시는 인구의 비율은 16.5%에 불과하며, 그것도 대부분 끓여서 먹는 경우라 실제로 북한의 음용수는 제대로 정수처리가 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는 게 최동진 소장의 견해다.

일례로 북한 대동강의 경우 지난 2005년 강바닥 준설, 오수처리장 강화, ‘미림댐’ 방류 등 수질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현재 대동강의 수질은 매우 좋지 않다.

김승현 교수는 “(대동강 수질 개선을 위해선) 현황 파악, 목표수질 설정, 수질개선 등의 3가지 단계가 필요하다”며 “남북 혹은 남북과 주변국이 함께하는 조직을 만들어 재원과 조달방법 등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물 문제 해결 최대 장애 ‘돈’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에 의하면 북한 농촌지역의 하수도 보급률은 42%에 불과하고, 주로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한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북한지역 학교와 건강관리 시설 중 하수도가 연결된 곳은 절반(50%) 정도이고, 유아원은 38%에 불과해 적절한 하수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화장실 분뇨의 경우엔 수거해서 처리시설로 보내는 경우가 전체의 4%에 불과하고, 90.3%에 달하는 대부분의 분뇨가 농경지 비료로 사용되는 실정이다.

때문에 하수도 보급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인분을 비료로 활용하는 재래식 화장실도 많아 지하수 오염과 수인성 질병의 위험이 매우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동진 소장은 “북한은 우수한 인적자원과 기술능력을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재원 부족이 물 문제 해결의 가장 큰 장애”라고 전했다.

환경협력, 남북관계 새로운 변수
북한의 환경 실상이 이러하자 남북 상하수도 인프라 구축 협력에 대한 관심도 높다. 고난의 행군 시절(1996∼2000년) 북한의 기아 사태는 기후변화나 자연재해와 같은 원인이 큰 변수로 작용했다.

때문에 김정은 집권 직후 북한 국토환경의 최우선 사업으로 ‘취약한 국토 전 분야에 대한 환경개선과 재해예방’이 채택됐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 기상이변, 자연재난 등의 비전통적 위협요소들은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고,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은 남북관계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북한의 경우 재원이나 물적 자원의 측면에서는 매우 열악하지만 정책과 기술, 인적 자원의 측면에서 자체적으로 독자적인 역량을 갖고 북한식의 상하수도 인프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 북한에 대한 상하수도 인프라 구축은 인도주의적 접근, 시장주의적 접근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북한은 고난의 행군 이후 UN과 국제단체들의 물과 위생분야 지원을 많이 받았다.

남북관계가 개선될 경우 NGO 등을 통한 인도주의적 개발협력 사업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국가간 혹은 정부 간 협력 사업이 주를 이루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남한이 북한의 상하수도 인프라의 전체 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의 한국형 개발협력 방식을 북한에 적용하기는 곤란하다는 게 최동진 소장의 입장이다.

최동진 소장은 “북한은 자체적인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계획을 반영한 협력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철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2019 서울-평양, 미래도시협력네트워크포럼’에서 “남한이 북한의 하수처리에 도움을 주면 남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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