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황새는 멸종되지 않았고 나쁜 시력이 멸종원인도 아니다

김명화 기자
eco@ecomedia.co.kr | 2019-11-21 09:2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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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석 교수(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언론을 움직이는 모 재단 이사장의 강연소식이 대서특필됐다. 검찰의 조국 전 장관 가족 수사 내용을 ‘황새식 공소장’으로 언급하며 '황새가 눈이 나빠 멸종했다'는 말로 검찰의 수사 상황을 비판했다. 그러나 여기서 인용한 황새 관련 내용은 사실과 크게 다르다. 자신을 작가로 소개하고 있어 작가의 상상력으로 치부하고 그냥 넘어가려 해도 그의 인지도가 상당해서 잘못 인용한 내용이라도 파급 효과가 우려돼 해당 분야의 전공자로서 문제를 짚고 가려 한다.  


우선, 황새는 멸종되지 않았다. 멸종은 어떤 종이 전 세계에 자연상태로는 한 개체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을 의미하는 용어다. 황새는 이동성 철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자연상태로 황새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그것을 멸종되었다고 하는 것은 틀린 말이다.


그리고 어떤 생물 종도 종 자신의 특징만으로 멸종되는 경우는 드물다. 전 세계적으로 종의 멸종은 과도한 토지이용으로 인한 서식처 파괴와 그 질의 저하, 환경오염, 상품용 사냥, 외래종의 침입,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 변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황새가 드물게 출현하는 배경도 이러한 주요 멸종원인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과거 황새가 자주 보이던 시절 우리나라 논에는 다양한 황새의 먹이자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봄철이면 그들의 울음소리로 온 동네를 음악의 경연장으로 만들었던 개구리들, 그들을 먹이자원으로 삼은 뱀, 우리들의 식탁에도 자주 등장했던 논우렁이, 가을이면 벼 수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논에서 물을 빼내는 작업 후 잡아먹던 미꾸라지 등이 모두 황새의 먹이가 됐다. 하천에 살던 다양한 물고기도 물론 황새의 먹이자원으로 한몫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논은 과거의 복잡한 모양의 곡선형을 벗어나 단순한 사각형으로 바뀌었고, 물의 공급원은 둠벙이나 자연 수로를 벗어나 대형 저수지와 연결된 콘크리트 수로로 대체됐다. 그뿐만이 아니라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잡초제거작업도 제초제가 대신하면서 우리의 농촌은 봄이 돼도 '레이첼 카슨'의 표현처럼 ‘침묵의 봄’으로 변해 황새의 먹이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또 다른 변화도 있다.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전 국토를 가로지르며 도시화가 진행되고 그곳을 오가기 위한 도로를 건설하며 국토는 파편화됐다. 수도권 인구 분산을 명목으로 건설됐으나 계획한 효과는 전혀 내지 못하고 수도권과 충청권을 오가며 에너지를 낭비하고 미세먼지만 방출하는 세종시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도시화로 서식처 파괴는 물론 소음과 빛 공해를 유발하며 지역 고유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던 농촌과 산촌을, 고만고만한 어설픈 도시로 전락시키며 환경의 질만 크게 떨어뜨렸다. 이런 환경질의 변화 또한 황새가 이 땅을 멀리하는 요인이 됐다.


그렇더라도 생물의 멸종과 관련된 어떤 문헌에서도 생물의 시력이 멸종의 원인이 됐다는 내용은 아직 찾을 수 없었다. 공인으로서 내뱉는 말의 파급 효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걸 모르는 것일까.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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