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립생태원 건립에 담긴 복원생태학의 원리

국립생태원의 생태 읽기-이창석 서울여대 교수
김명화 기자
eco@ecomedia.co.kr | 2019-12-03 10: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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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은 갯벌의 생태적 중요성을 인식하여 그것을 매립해 조성하기로 했던 국가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포기하고 대안사업으로 이루어낸 국가 연구기관이다. 따라서 그 출발부터 생태적 사고가 바탕에 깔려 있다.


국립생태원은 국가 연구기관으로서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를 진단하고 예측하며 적응하기 위한 연구, 국토의 자연환경을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하여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치유하여 국토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보전하기 위한 연구 등을 수행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나아가 연구를 통해 획득한 결과를 전시하고 그것을 이용한 교육을 통해 국민의 환경인식을 선진화하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철저하게 학문적 체계에 바탕을 두고 설계하여 준비한 전시공간을 넓게 갖추고 있다.


▲ 그림 1. 국립생태원 전경 사진(위, 노란 선은 국립생태원 경계)과 안내지도(아래).
국립생태원에는 하나의 작은 지구로 표현될 정도로 국내·외의 다양한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다. 국내의 생태계로는 한반도 남부의 난온대 상록활엽수림으로 시작하여 온대 낙엽활엽수림을 거쳐 산지 고지대에 성립한 아고산대(아한대) 침엽수림에 이르기까지 기후대별 삼림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다.

 

이에 더하여 백두산, 한라산, 지리산 및 설악산의 산정을 중심으로 성립한 식생을 모델로 삼은 고산생태원이 조성되어 있다. 나아가 람사르 지정 습지, 하천 배후습지, 묵논과 둠벙 등을 모델로 삼은 습지가 조성되어 있다.

 

또한, 우리나라 국토의 특성 상 이용 가능한 토지 면적이 좁아 대부분의 평지와 산지 저지대의 생태적 공간이 과도한 토지이용으로 사라진 점을 고려하여 이러한 지소에 자연적으로 성립할 수 있는 초본 우점 습지-관목 우점 습지-교목 우점 습지-산록 숲으로 이어지는 생태적 연결 고리를 민통선 북방지역의 실제 모습에 근거를 두고 재현하였다. 국립생태원을 통해 국토환경의 온전한 모습을 학습하고, 한 자리에서 국내의 주요 생태계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나아가 열대, 사막, 지중해, 온대 및 극지 체험관으로 이루어진 세계의 주요 기후대별 생태계를 조성하여 방문자들에게 지구의 주요 생태계를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전시공간은 그 설계에서 조성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철저히 생태적 복원의 원리를 반영하였다. 그렇다면 생태적 복원은 무엇이고 어떤 방법으로 환경을 관리하는 방법을 의미하며 왜 중요할까?

 

UN은 2021년부터 2030년 사이의 10년을 상처받은 지구 치료기간으로 정해 지구적 차원에서 대규모 복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만큼 지구생태계의 훼손이 심각한 상태로서 생태적 복원이 요구되고 있다는 의미다. 국제생태복원학회는 생태적 복원을 “질이 떨어지고, 손상되거나 파괴된 생태계의 회복을 돕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생태적 복원은 어떤 생태계의 건강성, 온전성 및 지속가능성을 회복하게 하거나 그 회복과정을 돕는 활동이다.


생태적 복원은 오늘날 그 연구와 실천이 널리 행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복원”이라는 용어가 1990년대 이후 등장하기 시작하여 현재 아주 보편화 되어 있다. 그러나 그 개념과 방향은 해당분야에서 오랜 기간 연구를 진행해 온 선진국들과 차이를 보이고 때로는 그 개념에 역행하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복원은 어떤 생태계를 그것의 본래 모습으로 되돌리려는 시도이다. 따라서 본래의 조건은 복원 설계의 이상적인 출발점이다. 그러나 복원된 생태계는 현재의 제약과 조건이 그것이 변화된 경로를 따라 발달하도록 할 것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그것의 이전의 상태를 회복시킬 필요는 없다. 심하게 훼손된 생태계의 과거의 모습과 발달 경로를 정확하게 결정하는 것은 어렵거나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경로의 방향과 범위는 훼손된 생태계에 대한 지식과 이전의 구조, 조성 및 기능의 조합, 본래 생태계와 유사한 생태계에 대한 연구, 지역 환경 조건에 대한 정보 및 다른 생태적, 문화적 및 과거의 대조조건에 대한 연구의 조합을 통해 설정될 수 있다.

 

이러한 복합 정보로 이루어진 대조조건, 즉 복원모델을 모방하면 그 생태계의 건강성이 개량되어 기능을 회복하고 온전성을 확보하여 구조적 질을 향상시키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복원사업에서 이러한 대조생태정보는 거의 활용되지 않고, 사업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즉, 모델이 없고 목표가 없는 복원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복원사업에서 철저히 배제되어야 할 외래종이 도입되는 경우도 많고, 생태적 공간분포를 크게 벗어난 외지 종 (일명, 국내 외래종)이나 더 큰 생태적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적합한 미소 서식처를 벗어나 도입생물들이 배치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여 국내의 생태적 복원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립생태원에 조성된 숲과 습지는 자연적으로 성립한 숲과 습지의 현장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그 자료를 설계에 반영하여 조성하였다. 그것은 숲과 습지의 대조생태정보, 즉 복원모델을 전시한 것이다. 여기 그것의 준비 과정과 모습을 담아 복원의 절차를 설명하고자 한다.

 

▲ 그림 2. 국립생태원 전시구역의 공간 배치.

▲ 그림 3. 대조지소로 선정한 현장에 대한 조사를 통해 수집한 목본식물 (위)과 초본식물 (아래)의 공간 분포.

▲ 그림 4. 대조생태 정보에 기초한 구상나무군락 및 소나무군락 복원 설계도(위) 및 그 설계도에 기초하여 복원된 구상나무군락 및 소나무군락의 모습(아래). 구상나무군락의 대조생태 정보는 한라산에서 수집하였고, 소나무군락의 대조생태정보는 안면도에서 수집하였다.

▲ 그림 5. 습지 복원 계획 모식도와 그것에 기초하여 복원된 습지 모습. 물이 깊은 곳으로부터 얕은 곳을 향해 부유식물, 부엽식물, 침수식물, 정수식물, 습생대식물 및 강변림이 배치되도록 계획하였다.

 

▲ 그림 6. 120여 년 전에 조성된 저수지를 생태적 복원의 원리를 적용하여 정비한 모습. 직사각형의 저수지 모양을 타원형에 가깝게 다듬고, 제방의 경사를 완만하게 다듬은 후 강변식생을 도입하였으며 조류서식지로서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중섬과 횃대를 도입하였다. 나아가 준설을 통해 국립생태원 건립 이전에 퇴적된 오염물질을 걷어내고 농경지를 비롯해 주변으로부터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정화기능을 높이기 위해 왼편 습지 식물대의 지형을 다듬어 거칠기를 증가시키고 식생을 보강하였다. 그 결과 이곳에서는 원앙이 번식하고 매년 겨울 다수의 큰고니가 찾는 질 높은 습지로 자리 잡았다. 위 사진은 조성 초기 모습이고, 아래사진은 최근의 모습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수역으로부터 수변지역을 향해 부유식물, 정수식물 그리고 강변완충식생이 잘 정착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그림 7. 습지 복원 설계도(위 왼쪽)와 그것에 기초하여 복원된 습지의 초기 모습(위 오른쪽) 과 현재 모습(아래). 습지 복원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대조생태 정보는 묵논 습지, 람사등록 습지 및 하천 배후 습지로부터 수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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