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권 국립산림과학원장 "숲을 리사이클링하자"

숲 가치 높여 '지역순환경제’ 실현
김명화 기자
eco@ecomedia.co.kr | 2019-12-03 10: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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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디어= 김명화 기자] 만추지절(晩秋之節), 홍릉숲에서 겨울 냄새가 맡아졌다. 햇살 아래 떨군 오색단풍잎들은 어느덧 갈잎이 되어 소슬바람에 바스락거렸다. 무채색 도심 속에서 교통 체증과 미세먼지에 시달리다 만난 숲이라서인지 딴 세상에 들어온 듯하다. 홍릉숲 아늑한 곳에 자리한 국립산림과학원(원장 전범권, 이하 산림과학원)의 숲 전도사 전범권 원장을 만났다.

 

 

 

 

 

 

 

 

 

 

 

 

숲의 가치 

“이런 축복받은 환경에서 근무하면 스트레스도 없겠다”고 부러워하자, 전 원장은 “숲의 혜택을 국민 모두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다. 그러면서 “실제로 숲의 녹색은 안정감을 주고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다. 숲은 품이 넉넉해서 편안하고 햇빛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촉진한다. 실제로 숲길을 30분만 걸어도 긴장, 우울, 분노, 피로 등 부정적 감정이 도심에 비해 30%까지 낮아졌고 인지능력도 향상되는 효과를 보였다”며 숲해설가처럼 숲 사랑을 이어갔다. 


목재로 마감된 원장실 내부로 들어서자 짙은 나무 향이 맡아졌다. 대화는 자연스레 나무 향 얘기로 옮겨갔다. 덕분에 난생처음 나무에서 추출한 오일(oil)인 정유(Essentil oil)를 구경할 수가 있었다. 정유는 식물, 식품, 화장품 등의 생활용품에서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활용 범위가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산림과학원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세계 정유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6% 이상의 성장잠재력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장규모는 3조 원가량이지만 대부분 완제품 형태로 수입되거나 원료의 97%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향기 산업의 토대가 되는 식물성 천연향료는 석유계 합성화학물질인 화학향료와 비교가 어려울 만큼 안전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원장은 “최근 합성화학물질의 인체 유해성 문제가 대두하면서 안전한 식물성 천연향료인 정유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그간 산림과학원은 국산 정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자생식물의 정유 특성을 연구해온 결과 구상나무, 왕초피나무 등 120개 수종에서 샘플을 확보했고, 이 중 50개 수종에서 향 특성, 항산화, 향균, 미백, 주름개선 효과 등 기능성 평가를 마쳤다”고 그간의 성과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구상나무 정유는 기미·주근깨를 유발하는 효소인 티로시나제(tyrosinase)의 활성을 65% 억제하고 콜라겐 합성을 촉진하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왕초피나무 정유는 미백 기능성 물질인 ‘코직산’에 버금가는 효능이, 참식나무와 비자나무의 정유는 향을 풍부하게 하는 볼륨감과 향을 퍼뜨리는 확산성이 우수하여 세계 향료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이 기대되고 있다.

숲의 혜택
‘산림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전 원장의 계획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건강한 삶을 위한 힐링(healing)의 문화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약이 되는 음식인 산림약용자원에 대한 연구개발도 활발하다. 전 원장은 “웰빙과 먹거리 안전, 유해 화학물질에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약용소재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며 “국토의 63%가 산림이고 다양한 기후대를 형성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고유의 생육환경이 임산물 특산화의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 다래-산딸기-표고신품종-산림10호-쥐다래 수꽃(시계방향)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산림과학원은 그동안 임산물 가공 기술, R&D 및 실용화 기술지원을 지속하면서 다양한 성과물을 획득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임산물이 버섯이다. 최근 인공재배에 성공한 송이버섯을 비롯해서 2000여 종의 버섯이 산림생태계의 새로운 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표고버섯은 개원 초창기부터 신품종 육성과 재배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한 해 생산 규모가 20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또 산림버섯을 신(新) 산림바이오자원으로 발굴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전 원장은 “희귀버섯인 ‘댕구알버섯’의 천연물질이 염증 발생 억제효과를 확인했고. 약용버섯 ‘복령’에서 항암효과를 새롭게 구명했으며, 치명적인 독버섯으로 알려졌던 ‘붉은사슴뿔버섯’에서는 유방암 억제 물질을 발견했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치료물질보다 500배 이상의 항암효능이 입증됐다”며 “산림버섯에서 새로운 유용물질을 분리하고 효능을 검증해냄으로써 건강기능성 산업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 천연물지도 모식도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이러한 성과들은 ‘천연물지도’를 통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다. 산림과학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참당귀의 경우 지표성분인 3종(노다케닌·데쿠르신·데쿠르시놀 안겔레이트)의 총함량은 재배지역에 따라 2.3배 이상 차이를 보였으며, 일천궁의 유용성분은 지역별로 3.9배 이상 차이가 있었다. 이처럼 지역별 지표 성분의 함량 차이를 객관화하기 위해 주요 산림약용자원에 대한 ‘천연물지도’를 만들고 있다.


천연물지도란, 국내 산림약용자원의 재배지역과 시기, 식물체 부위, 토양 특성별로 유용물질인 지표 성분의 함량을 분석한 분포도이다. 품목 대상은 생산량, 시급성, 가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한 약초류 4종(참당귀·독활·작약·천궁)과 약용류 4종(구기자나무·산겨릅나무·산수유나무·헛개나무)이다. 천연물지도가 완성되면 약용소재의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적합한 약용소재만 특산화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치유의 숲
OECD 국가 중 산림면적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는 산림자원이 풍부하다. 산림청이 집계한 자료(2017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은 무려 4440개에 이른다. 게다가 1970년대 성공적인 산림녹화사업으로 울창해진 산림자원 70%가 현재 가장 활용가치가 높은 장년기를 맞았다. 전 원장은 “나무는 40년 생장 시기 이후부터 속도가 늦어지므로 베어서 활용하고 다시 어린나무를 다시 심는 게 경제가치가 높다”고 했다.


바야흐로 산림은 기후변화에 대처할 능력을 제공하는 시대적 자원이자, 국민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경제적 자원으로 부상했다. 그런 만큼 산림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발굴이 필요해졌다. 전 원장은 “현재는 목재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시기로, 나무를 베고 자르는 1차적 가공산업에서 목조건축물, 목재팰릿·칩 등 새로운 목재시장 창출을 위한 산림순환경제 연구를 발 빠르게 추진 중이다”고 덧붙였다.


산림과학원은 나무를 식재하는 기초연구부터, 산림치유, 산림휴양, 산림교육, 산림을 이용한 바이오연구, 국제적으론 기후변화까지 산림에 대한 폭넓은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와 더불어서 산림의 다양한 활용가치 발굴과 실효성 있는 연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따라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이 인프라 확보일 것이다.

 

전 원장은 “각 전문분야 간 경계를 허물고 혁신적인 융·복합 연구가 가능하도록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산림자원의 다양한 가치가 효율적·효과적으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제 분야 별 융·복합적 접근이 절실한 상황임을 피력했다.

산림 웰페어
전 원장은 “산림을 치유와 휴양의 ‘산림 웰페어(welfare)’를 통해 현대인의 정신치료기관으로서의 ‘의사 진단 프로세스’를 진행 중이며, 이것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다양한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이제 산림치유는 여러 학문 분야로 영역을 넓히며 가칭 ‘산림의학’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산림과학원에서는 산림치유 개념이 산림의학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현재 개발된 산림치유 분야 한국형 모델은 이미 국제적인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 국민 대상 질병·대상별 산림치유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개발·운영되고 있으며 이런 프로그램을 포함한 치유의 숲이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누구나 숲을 누리고 숲에서 건강해질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산림치유 연구기관인 산림과학원의 중요한 목표이기도 하다.


이처럼 숲속에는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건강의 비밀이 무궁무진하다. 그런 만큼 산림과학원의 역할이 막중하다. 전 원장은 “그러나 아직 산림현장에는 임업의 경쟁력 약화와 같은 오랜 숙제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남아 있다”며 “현장 중심의 실용연구로 산림 분야의 시대적 소명에 함께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산림과학연구의 발전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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