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만시지탄(晩時之歎)’에 빠지다

시기 맞지 않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 오히려 비판 불러
온라인팀
eco@ecomedia.co.kr | 2014-06-11 12: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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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범진 한국환경체육청소년연맹 이사장

6.4 지방선거를 통해 전국 17개 광역단체의 교육감이 선출되었다.

 

당선된 후보들에게 거는 기대가 큰 한편, 교육감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개선 또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안양옥)에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위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고, 여당 원내대표도 국회공론을 거쳐 직선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단체나 여당에서 왜 이제서야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감 선출은 정치와는 무관한 나라의 미래를 위한 일인데, 자신들의 안위와 영달을 위하여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여당의 정책위의장은 ‘미국을 비롯한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핀란드 등 교육 선진국에서도 교육감 임명제를 채택하고 있다’며 직선제 폐지의 근거를 제시했지만, 발언의 시기상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모습이라는 비판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실 이번 교육감 선거의 결과로 가장 두드러진 점은 진보성향의 당선자가 전체 17개 광역단체중 13곳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 중 과반수 이상의 득표율을 보인 당선자는 2명에 불과하고 무려 7개 지역의 당선자들은 30%대의 득표율로 당선이 되었다.

 

전체 당선자들로 범위를 넓혀도 17명의 당선자 중에서 10명이 30%대의 득표율만으로 당선되었는데, 과연 이와 같은 결과에 국민의 의사가 얼마나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의문스럽다.

 

또한 정치권과 대학교수 출신의 후보들에 대해 논란이 크다. 특히 대학교 교수 출신의 후보들이 많았는데, 교육감은 고등학교 이하의 보통교육을 담당하는 자리이다.

 

따라서 보통교육에 대한 현장경험이 없이 대학 강단에서만 활동했던 사람이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로 인해 ‘시간선택제 교사’, ‘자사고 폐지’ 등 앞으로 다가올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교육은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만 하며, 진영논리에 따라 정책이 좌지우지 된다면 학부모와 학생들은 큰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자유교원조합, 한국교원노동조합, 대한민국교원조합등 교원단체들은 그동안 무엇을 했나? 교육감 선거기간 내내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과거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항상 성명서를 발표하거나 집회를 벌이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온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특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였던 서울시장 선거과정에서는 농약급식 문제가 가장 큰 화두가 되었음에도 교육계는 끝내 아무런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선거가 끝난 이후에야 교육감 선거의 여러 모순들을 지적하며 직선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참으로 한탄스러운 일이다.

 

직선제 폐지 헌법소원 의사를 밝힌 한국교총의 관계자는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가장 교육적이어야 할 교육 선거가 공작 정치, 진흙탕 선거, 흑색선전 난무로 정치 선거보다 더 비교육적인 선거, 후보 자녀의 아버지 평가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선거, 정책이 실종된 선거가 됐다”고 밝혔다.

 

또 “교육감 선거는 개인이 막대한 선거비용 및 선거운동 부담을 짐으로써 부정 발생 가능성이 높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정치권력과 교육·시민 단체의 영향력이 암묵적으로 작용한다”며 “교육감 직선제는 인물과 정책 대결보다는 좌우 진영 논리의 낡은 프레임에 기댈 수밖에 없는 한계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얼핏 보면 옳은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선거직후라는 시기상 국민들이 여당이나 한국교총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만시지탄이다. 문제는 교육에 대해서 가장 책임감을 가지고 민감하게 반응해야할 교원단체들이 이제서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교육계의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직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교원단체들은 그 구성원과 성격을 막론하고 모두 ‘선생님’들이 모인 단체이다. 그들은 마땅히 이 나라의 교육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양심적으로 행동해야 할 것이다.

 

과거 88년 전교조 출범 당시 ‘촌지문제’를 없애려는 노력으로 교육계와 학부모의 많은 지지를 얻었던 것과 같은 움직임이 요즘은 보이지 않는다.

 

다시 한번 학생과 학부모의 고민을 깨끗이 날려버릴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여러 교원단체들에게 기대해 본다.

 

유범진

한국환경체육청소년연맹 이사장/칼럼니스트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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