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기는 것보다 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 난징 한상생활 김봉규 내수사업부장
온라인팀
eco@ecomedia.co.kr | 2014-06-19 12:5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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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차 중국을 오가는 분들이 대단히 많아졌다. 만일 누군가 필자에게 중국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감을 묻는다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라는 것이 나의 솔직한 소감이다.

 

중국 내 사업이 힘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첫째로 중국은 제조에 강하다는 점이 있다. 최근 벤더들로부터 미국 브랜드의 '레몬 물병'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았다. 그로부터 한두 달 후 참가한 전시회에서 필자는 우리 부스가 위치했던 관에서만 십여 개의 중국 업체에서 각자 제조한 '레몬 물병'을 팔고 있는 것을 보고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이 원조인 플라스틱 밀폐용기나 유리 밀폐용기 역시 중국의 수많은 제조공장에서 거의 똑같은 모양으로 훨씬 저렴한 가격에 현지에서 대량으로 쏟아내는 데에는 당할 재간이 없을 지경이다.

 

또한 중국인들은 천부적으로 상인의 DNA가 있지 않나 생각될 정도로 나이나 학력을 떠나 장사 수완이 대단해서 상대하기가 결코 녹록치 않다. 상하이에서 만난 중국 푸젠성 출신의 인터넷 티몰 내 제품 판매업자들은 나이가 모두 20대 초반이었는데 한국에서라면 인턴이나 하고 있을 나이의 이들로부터 40대 이상의 연륜 있는 부장급을 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타고난 장사치들 앞에서 나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짧은 글에서 다 담아내지 못하는 중국 시장의 어려움은 수없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 시장에서 기회를 먼저 보지만 이 기회를 얻기 위해 바쳐야 할 시간과 돈과 인내의 대가가 결코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중국 시장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필자는 스스로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한다. 살아남아 매 분기, 매년 한걸음,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유일한 목표다. 남들에게 보여줄 거창하고 화려한 계획 따위는 없다. 어차피 불과 몇 개월 후의 일을 나 자신조차 모른다. 새롭게 알게 되고 깨닫게 된 것을 토대로 하루하루 현명하게 대처해나갈 뿐이다.

 

중국에서 화려하게 이길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반대로 죽지 않고 십 년 후에도 이십 년 후에도 계속 살아있을 방법만 골몰하고 있다. 지금도, 크게 발전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너무 소극적인 자세인가? 내가 알기로는 계속 살아남는 것만큼 적극적이고 중요한 사업목표는 없다.

 

중국 시장에 화려하게 입성해서 불과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나간 수많은 업체들을 봐왔다. 장기나 바둑에서도 잘 이기는 사람들의 플레이는 보기에 화려하기는 하지만 잘 이기는 만큼 또 곧잘 진다. 심각한 것은 바둑은 몇 번이고 다시 둘 수 있지만 사업은 한 번 지면 재기와 재시도가 사실상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기는 것보다 지지 않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겨버리겠다는 것과 절대 지지 않겠다는 것은 철학적 기반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자가 공격과 리스크의 감행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후자는 수비와 리스크의 회피에 중점을 둔다. 지지 않겠다는 것은 얻을 것보다 잃을 것에, 기회보다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답답하게 여기고 견뎌내지 못해서 시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알게 되기 전에 감행을 한다면 호락호락하지 않은 중국 시장에서 실패할 확률이 매우 크다.

 

그런데 많은 한국인들이 이렇게 한다. 왜 그런가? 한국인은 기질적으로 다혈질이다. 단기적인 열정은 엄청나지만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인내하지를 못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인의 대중국 사업의 가장 큰 리스크는 중국 시장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참지 못하는 한국인의 기질에 있는지도 모른다.

 

또한 중국 시장을 한국 시장에 비해 후진적 시장으로 보는 관점의 영향도 클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잘 되고 있는데 중국에서 안될 리가 있겠느냐는 '자신감'이다.

 

차분히 스스로를 돌아볼 일이다. 리스크 감행의 열정이 나를 휩쓸 때 이를 차분히 가라앉히고 적어도 백 번 정도는 이 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차분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당연히 최악의 상황에 대한 고려와 대비도 있어야 한다.

 

성공학에서 말하는 것과는 달리 지나친 자기 확신(self-confidence)보다는 오히려 스스로에 대한 회의(self-skepticism)가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다시 묻는다.

 

이길 것인가, 지지 않을 것인가.
 

중국 난징 한상생활 김봉규 내수사업부장

 

※ 본 칼럼은 해외투자진출정보포털(www.ois.go.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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