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가 재조명한 바이오플라스틱

김명화 기자
eco@ecomedia.co.kr | 2020-06-11 13: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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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표장 광경 <경향신문 사진 캡처>

 

감염의 공포와 함께 전 세계 경제를 얼어붙게 만든 코로나19 사태는 플라스틱의 양면적 가치를 새로이 조명하고 있다. 그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던 플라스틱은 역설적이게도 방역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의료종사자는 물론이고 일반인들을 신종 감염병의 위험으로부터 차단해 주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난달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한 투표장에서 기표 후에 버려져 수북이 쌓여있던 일회용 비닐 장갑은 우리에게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 진인주 회장_한국바이오플라스틱 협회

 

중국이 2018년부터 플라스틱쓰레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각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현실화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던 많은 나라가 코로나19 사태를 헤쳐 나가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비록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허가하거나 오히려 권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석유화학공업의 발전과 더불어 193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하여 지금은 우리의 의식주 생활 전반에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은 반도체, 전자기기, 의료, 자동차, 항공우주 등 분야에 이르기까지 그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다. 주로 화석연료인 원유를 정제하여 얻는 플랫폼 화합물을 이용하여 다양한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있으며, 탁월한 내구성이 특징이다.

 

특히 플라스틱 음식 보관 용기, 포장 필름 등은 병균, 곰팡이의 오염으로부터 음식물을 보호함으로써 인간의 건강한 삶을 지켜 왔다.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 ‘플라스틱은 각종 환경오염의 주범’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편리함을 좇는 우리의 무분별한 소비행태의 결과일 뿐 플라스틱 소재의 놀라운 특성은 그 어느 것으로도 대체하기 어렵다.

한편, 약 20여 년 남짓한 짧은 역사를 가진 바이오플라스틱은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하는 바이오(매스) 기반 플라스틱과 생분해성 또는 퇴비화 가능(compostable) 바이오플라스틱의 두 종류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생분해 또는 퇴비화가 가능한 바이오플라스틱이 플라스틱 폐기물 억제를 위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모색되고 있으며, 바이오매스 기반 플라스틱은 식물유래 자원을 원료로 이용함으로써 탄소배출 절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유럽, 미국, 중국 등을 중심으로 바이오플라스틱 사용량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 경향은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드라이브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을 중시하는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순환경제 개념은 비영리단체인 엘런 맥아더 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이 2010년 제안한 내용을 2015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이어받은 것으로 플라스틱을 포함한 산업전반에 유효한 개념이다. 플라스틱의 경우 투입된 자원이 제품화되어 사용된 뒤 폐기물로 버려지는 대신 경제활동에 재투입되도록 하는데 그 중요성이 있다.

 

특히, 화학 소재산업의 측면에서 바이오플라스틱은 화석연료 대신 재생가능한 식물자원 등을 이용함으로써 자원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아울러 폐기물 관리효율을 높일 수 있어 순환경제 구축에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를 발전시켜 2016년 및 2017년 원료→제품가공→사용 후 폐기의 선형적인 모델을 벗어나서 플라스틱 제품의 디자인, 사용, 그리고 폐기물의 재사용까지 선순환이 가능한 플라스틱의 순환경제 청사진 ‘새로운 플라스틱경제’ (New Plastics Economy)을 제시하였다. 2018년에는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위한 유럽전략’ 보고서를 통해서 화석연료 이외의 원료 사용 및 다양한 end-of-life 옵션이 가능한 바이오플라스틱의 중요성을 재강조 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유럽연합 차원의 전략하에서 유럽 각국은 독자적으로 다양한 플라스틱 폐기물 억제정책도 함께 펴고 있다. 영국도 2019년 UK Plastics Pact를 결성하여 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에 나서고 있다.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으로는 PLA, PBAT, PBS, 전분계 바이오플라스틱 등을 들 수 있으며, 사탕수수로부터 생산되는 I’m green PE가 상용화된 바이오매스 기반 플라스틱이다. 가장 먼저 개발된 PLA는 옥수수 또는 사탕수수를 활용하여 생산되므로 바이오매스 기반 플라스틱이지만 바이오매스와 무관한 생분해성도 나타낸다. 주 생산지는 미국, 유럽, 태국, 중국 등이며, 국내에서는 PBAT 등이 소규모로 생산되고 있다. 이들 주요 바이오플라스틱 공급가격은 유럽, 미국, 중국 등에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크게 상승하고 있으며,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품귀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이 글로벌 석유화학공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국내 바이오플라스틱 연구개발 경험 및 기술력에 비추어 볼 때 향후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 수출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많은 현실에서 세계적인 흐름에서 쳐지지 않도록 바이오플라스틱 내수 시장을 견인할 정책적인 뒷받침이 요구된다. 한편, 당이나 리피드를 이용하여 박테리아가 직접 생산하는 생분해성 바이오폴리머 PHA도 시장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으며, 100% 바이오매스 원료로부터 생산되는 PEF도 뛰어난 투명성과 기체 차단 특성을 무기로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Avantium 사가 개발 중인 PEF를 종이와 접합하여 시도한 100% 식물유래 및 리사이클 가능한 맥주 보틀

(Avantium website)


국내에서도 바이오플라스틱 제품 적용을 위한 크고 작은 다양한 시도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편의점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2020년 4월부터 PLA 친환경 봉투를 보급하고 있으며, PLA 발포기술을 이용한 포장재 생산을 위해 생산기지를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달부터 페트병의 비닐라벨을 없앤 무색투명한 ‘무라벨 병물 아리수’를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페트 소재인 병과 타 소재인 라벨을 별도 분리 배출할 필요가 없어 재활용 편리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는데, 하반기에는 석유화학 소재인 페트 대신 PLA 생분해성 소재를 도입함으로써 쓰레기 처리를 더욱 쉽게 하고 탄소배출도 절감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아리수 물병

 

이 글을 준비하면서 얼마 전 모 일간지에서 발견한 월간 ‘디자인’ 전은경 편집장의 ‘플라스틱은 죄가 없다’라는 칼럼을 다시 떠 올리게 되었다. 그에 따르면 ‘특히 디자이너에게 플라스틱은 상상을 실현해 주는 마술 같은 소재인데, 정말로 플라스틱이 문제라서 죄를 물어 퇴출해야 할까?’ 특히, 환경보호라는 명목으로 일회용 컵과 비닐봉지를 퇴출시키는 대신 우리에게 주어지는 친환경 에코백, 텀블러 등의 종류와 개수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실용적이고 오래 쓸 수 있다면 플라스틱이면 어떻고 스테인리스 스틸이면 어떨까’라는 그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일회용품을 대신해 자원과 환경을 보호하자는 본래 취지와 달리 오히려 환경에 반하는 불상사가 곳곳에서 벌어지는 것은 아이러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은 앞으로 더욱 자주 우리를 찾아올 것으로 보이는데, 인간은 특히 건강을 지키기 위해 플라스틱을 계속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간 플라스틱 쓰레기는 리사이클링을 통해 재활용을 해왔지만, 이번에 경험한 바와 같이 감염 우려에 의한 경제활동 중지로 플라스틱 쓰레기의 수거 및 재활용은 힘든 상황일 뿐 아니라 선별 작업자의 안전 보장도 어려운 현실이다. 게다가 유가도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재활용 소재의 가치는 크게 낮아졌다. 따라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코로나19는 백신이 개발되고 값싼 치료약이 보급되면 서서히 정복되겠지만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훨씬 더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해결책의 하나는 여러 단체가 세계 곳곳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 주고 있듯이 생분해성 및 퇴비화 가능 플라스틱의 사용이다. 물론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다양한 원료로부터 얻는 생분해성 및 퇴비화 가능 플라스틱을 적절히 사용하여 지속가능성과 건강 두 가지의 균형을 이루는 시도가 필요하다.

바이오플라스틱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정책 입안, 분리 배출 수거 인프라 구축, 소비자에 대한 정보 제공 등이 매우 중요하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대부분은 일반의 기대와 달리 자연환경에서는 쉽게 분해되지 않고 해양환경 조건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퇴비화 가능한 플라스틱은 재활용과정에서 기존의 석유계 플라스틱이 혼입되면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분리수거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며, 소비자에게 퇴비화 가능 플라스틱에 대한 홍보가 매우 중요하다.

산화(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시장을 교란할 수 있어 경계가 요구된다. 이는 일반 플라스틱에 산화를 촉진할 수 있는 첨가제를 혼합한 것으로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제한된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유통되어 제대로 폐기물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생분해되지 않고 오히려 미세플라스틱을 유발할 수 있다. 유럽바이오플라스틱연합, 엘런 맥아더 재단 등을 비롯하여 많은 국가에서 이의 사용을 반대하고 있다.

 

이제 곧 도래할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우리에게 새로운 트렌드, 질서, 산업 동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린경제, 집단보건, 신규 녹색일자리, 일자리유지 연계 지속가능성장, 공유경제의 한계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등, 이 모든 변화에 공통적으로 대처하리라 기대되는 선진국의 주요 정책으로 순환형 바이오경제가 선도적으로 구체화되는 시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과 EU의회 모두 작년부터 각각 공약과 실천계획으로 그린 뉴딜을 다루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같은 맥락의 그린 뉴딜의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산업분야에서 석유화학에서부터 자동차, 섬유, 반도체전자산업까지 국가 기간산업의 녹색제조기반을 공산품의 유통서비스산업의 녹색구매 및 소비에 연계시키는 자원순환형 산업경제 가치사슬의 구축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기대되고 있다.


UN이 설정한 지속가능목표(SDG) 중 에너지 분야는 수소, 태양광, 연료전지와 같은 신재생가능에너지가 선도하고 있다면 탄소를 기반으로 한 소재의 경우 쉐일가스를 포함한 기존 화석연료 외에는 바이오매스가 유일한 대안으로서 석유계 소재의 전방위적 대체를 바이오플라스틱이 이끌고 있다.


바이오플라스틱이 포함된 새로운 플라스틱경제가 생태경제적 레버리지(leverage)로서 플라스틱 소재의 기능성과 경제성, 가공성과 범용성, 친환경성의 총체적 구현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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