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겸 칼럼] 도깨비도 수풀이 있어야 모인다

온라인팀
eco@ecomedia.co.kr | 2014-12-04 07: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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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걱정
최근에 물산업 육성방안에 대한 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물산업의 육성을 위해서 모두가 한 입으로 말한 것은 ‘해외진출만이 유일한 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걱정한 것은 바닥에 가까운 체감 경기와 국내 외를 불문하고 가시적인 시장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개발해 놓은 좋은 설비가 있어도 어디에 어떻게 팔아야 할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한다. 

 

그나마 대부분이 공감을 가지는 방향은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설비나 기자재가 가능성이 높으며, 육성 대상도 대기업보다는 자금력이나 인력면에서 열세인 중소기업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중소기업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국내시장은 규모가 작을 뿐더러, 해외진출을 위한 시장이 없기 때문에 진출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시장의 크기가 무려 10조 원 수준으로서 세계에서 9위에 해당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시장이 없다는 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여기서 중소기업이 이야기 하는 시장의 의미와 크기가 우리가 늘상 말하던 시장의 그것과는 다른 것이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시장이라고 다 시장인가
우선 중소기업이 말하는 시장의 크기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위에서 언급된 10조 원은 세계적인 물전문기관인 GWI에서 최근에 제시한 규모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자본비용(Capex)과 운영유지비용(Opex)의 합계이며, 계상되는 부문도 상수도, 하수도와 함께 산업용수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설비와 기자재를 다루는 중소기업이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의 크기는 10조 원 전체가 아닌 셈이다. 

 

일반적으로 기자재는 운영비용보다는 주로 자본비용(Capex)에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도 시설물의 특성상 절반 이상이 토목, 건축이며 이를 제외하면 약 41%가 기자재에 해당한다. 즉 10조 원이 아니라 전체 시장규모의 1/4에 불과한 약 2조4000억 원이 중소기업이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의 크기이다. 여기에서 관자재 및 펌프와 밸브를 제외하면 실제 일반적인 중소기업이 생산한 기자재는 약 1조4000억 원 정도의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이란 자유경쟁의 원칙에 의해 공급자(상인)와 수요자(소비자)가 자유의사에 의해 가격을 조정하여 거래를 형성하는 곳(시사논술 개념사전)으로 정의된다. 그리고 완전시장이라 함은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중소기업이 주장하는 해외진출의 기반으로서 작용하는 시장은 앞의 의미 이외에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바로 신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가 있고 양질의 제품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어, 다져진 경쟁력으로 해외에 나가 선진기업과 한바탕 붙을 수 있는 체력을 키우는 장소로서의 시장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시장이 경쟁력을 가진 신기술을 필요로 하고 경쟁력을 다질 수 있는 구조인가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상하수도사업자는 161개의 지방자치단체와 광역을 책임지는 K-water로 구성되어 있다. 공공부문이 지배자로 있는 시장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안정적이지만 보수적이다. 게다가 조달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특히 재무구조는 몇 개의 특광역시를 제외하고 매우 열악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행의 상하수도 요금으로는 지출되는 최소 비용도 감당할 능력이 없다. 

 

따라서 누가 요구를 하거나(강력한 규제가 있거나)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 이제까지 잘 돌아가는 시설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 굳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누가 책임질 수 없는 상태에서 내가 스스로 위험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즉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내 사업장에서는 검증하기는 싫고 다른 사업장에서 검증되면 한번 써 보겠다는 말인데, 검증할 기관이 수도사업장 밖에 없는데 모든 사업자가 그것도 국내에서 검증된 결과만을 요구하니 자가당착으로 발전하기 힘든 구조인 셈이다.


또 한 가지 해외진출을 원하는 중소기업이 국내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사업에서 수익을 남기는 것에 대한 반감과 경쟁을 이기적인 행위로 보는 정서이다. 물과 같은 공공재를 다루는 사업에서는 최소한의 이익 이상을 기대하는 것은 반사회적이라는 것과, 지금과 같이 어려울 때는 경쟁하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조금씩 나눠 먹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묘한 정서가 그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첫 번째 목적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여 지속가능한 구조를 유지하는 데 있다. 그런데 수익을 최소한으로 내라고 한다면 간신히 목숨만 유지하라는 것인데, 이래서야 누가 새로운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리스크가 매우 큰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느냐는 말이다.


또한 경쟁이 없는 타협에서 기업 경쟁력의 함양은 공염불인 것이다. 타협으로 이루어지는 시장이라면 누가 남보다 좋은 기술을 제공하려고 노력할 것인가. 그런 태도로 개발된 기술이라면 해외 시장에서 통하지 않을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이제는 시장답게 만들어 보자
세계 자동차 연비의 개선을 이끄는 기관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이다. 캘리포니아 주는 환경을 위해 자동차 연비 목표를 파격적으로 설정한 결과, 세계 모든 차들의 연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사실이 규제의 힘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물산업에서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는 원동력은 적절한 수준의 규제이다. 

 

우리와 같이 좁은 국토에 많은 사람이 사는 인구밀집국가에서 환경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물에는 사람의 건강보전에도 깊이 관련되어 있지 않은가. 따라서 규제의 폭과 깊이를 우리 실정에 맞게 설정하는 것이 우리 국민과 환경을 위하는 길이다. 규제의 수준을 맞추려고 노력할 때 기술도 그 수준에 맞게 발전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적절한 규제는 기술개발 의지를 자극하는 기폭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물산업 분야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정부의 규제가 보다 강력해져야 하며 동시에 기준 준수에 대한 지도와 감독이 철저히 시행되어야 한다. 규제가 없는데 어느 사업자가 신기술을 도입할 것이며 누가 성능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인가? 두 번째는 요금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아무리 규제가 옳고 필요하다고 해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데 어떻게 따라 줄 수 있는가. 

 

세 번째는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공정한 제도 운영이다. 우리 모두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서로 타협하고 봐 주면 당분간은 살겠지만 그 와중에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는 수요자인 국민과 경쟁력을 키우려는 중소기업은 어떡하라는 말인가. 언제까지나 신세만 한탄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 모두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할 시점에 온 것이 아닌지? [환경미디어]

 

 

 김자겸 K-water 해외사업처 해외사업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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