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탄소배출권거래제 시행 5년, 현주소는

거래량은 늘었지만 탄소배출 효과는 미미
김명화 기자
eco@ecomedia.co.kr | 2021-02-02 1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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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김명화 기자] 2015년 1월, 한국거래소를 통해 처음 시작된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올해로 6년차다. 지구온난화라는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우리에게 경제적 이익까지 안겨줄 수 있는 새로운 환경 시장 개척의 기회로 주목받았던 국내 탄소배출권거래제 시행 5년을 짚어본다.

탄소를 배출할 권리
마을의 우물이 있다. 누구나 마음껏 퍼갈 수 있는 우물이라면 쉽게 말라버릴 테지만 각자 퍼갈 수 있는 양을 정해놓고 초과 시 돈을 내게 한다면 마르지 않을 정도의 일정량을 유지할 수 있다. 더구나 우물을 서로 사고팔 수 있다고 한다면 각자의 상황에 맞게 효율적으로 우물을 사용할 수 있으며, 필요한 사람에게 팔기 위해 우물을 적게 쓰거나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탄소배출권은 우물물을 퍼낼 수 있는 권리와 같다. 자국의 산업을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한 선진국이 한도 내에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정해진 한도 내에서 배출해 기후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각 국가에는 배출 가능한 연간 탄소량이 배정되며 그 배정량에 따라서 국가는 오염물질을 방출하는 국내 기업들에 대하여 경매 등을 통하여 배출권을 내부적으로 배분할 수도 있고, 혹은 배출권을 제공하고 거래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을 사용하든 일단 배출량이 각 기업에 정해지고 난 후에는 거래를 통해서 그 배출량을 사고팔 수 있어서 기업이 오염물질 제거기술을 개발해 자체적으로 줄여버리면 돈 많은 다른 기업에 이를 판매할 수 있다.

배출권 가격 오름세 지속
지난해 말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된 탄소배출권은 1918만9249t으로 집계됐다. 거래액은 5941억8400만 원에 달했다. 2015년 배출권 시장 개설 첫해에 거래된 탄소배출권은 124만2097t이었으며 금액으로는 138억9100만 원이었다. 5년 새 거래 규모는 15.4배 증가했고 거래액은 42.8배 늘었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2018년 배출권거래제 운영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배출권 장내·외 평균 거래가격은 2015년 1t당 1만1013원에서 2016년 1만7256원, 2017년 2만951원, 2018년 2만2118원, 2019년 2만7648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6.7%, 21.4%, 5.6%, 25% 상승하고 있다.


환경부가 할당 대상 업체 23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47%는 탄소배출권거래제도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주된 불만족 사유로는 감축 여력의 부족, 배출권 구매 부담 증가, 신기술 부재, 배출권 시장의 불안정성 등을 꼽았다. 탄소배출권거래제도가 기업 경쟁력 약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40.8%에 달했다.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응답은 20.4%에 그쳤다.


2017년 7억910만t에 달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5억3600만t으로 줄이는 내용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수정 로드맵’이 실현 가능할지 묻는 질문엔 64.3%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로드맵이 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응답은 88.7%로 높게 나타났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ㆍ양자공학과 교수는 “가격 변동성이 너무 커지면 기업은 탄소저감 장치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임하기보다 배출권을 사서 단기적으로 해결하려 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배출권 가격은 계속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아시아경제 기사 재인용)

 

불안정한 배출권 시장
앞으로 5년간 시행되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3차 계획기간’에도 배출권 거래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41개 유상할당 업종의 유상할당 비율은 2차 계획기간(2018~2020년) 3%에서 10%로 뛰었다.  


유상할당 업종은 정부가 별도로 빼놓은 유상할당 계정을 해마다 부여받으며, 매달 둘째 주 수요일에 열리는 경매 결과에 따라 돈을 주고 유상할당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똑같이 연 배출 할당량이 최대 100t으로 책정돼도 무상할당 업종인 기업 A사가 100t만 배출하면 시장에서 추가 비용을 들여 배출권을 살 필요가 없다.

 

하지만 유상할당 업종인 B사는 90t만 배출하고 나머지 10t은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부담이 추가로 생긴다. 만약 할당량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뒤 배출권을 구매하지 않으면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에 따라 전년도 평균 시세의 최대 3배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지난해 말 정부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하기도 했다. NDC에는 2017년 배출량 7억910만t 대비 24.4%를 감축하겠다는 안을 담았고, 2025년 이전까지 감축목표를 상향할 것임을 명시했다.

 

한 폐기물협회 관계자는 “우리는 제품 판매가격(1t당 6만 원대) 대비 배출권 가격이 약 50%에 달하는 업종”이라며 “이 50%는 산업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배출권 가격 상승에 따라 제품원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배출권 가격이 계속 오르면 향후 핵심 제품 생산량을 어쩔 수 없이 줄여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한 에너지 업체 전문가는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절감한 기업이 유리해지겠으나 정부가 지속적으로 배출권 총량을 줄여나갈 계획이어서 결과적으로 배출권 가격 상승은 기업에 재무적 부담을 줄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최근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정책에 탄소감축 목표치가 늘어나면 향후 배출권 거래가격은 더욱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의 요구 수준이 단기간 내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이를 감안한 설비투자가 버거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또 정부의 온실가스 할당량 감축 속도, 유상할당 비율 상승 폭도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다.

 

최적가용기법 적용한 기술혁신 방안 내놔
이러한 상황을 파악한 정부는 올해 탄소배출권거래제 관련 로드맵을 만들 계획이다. 탄소배출권거래제는 최적가용기법(BAT·Best Available Techniques, 원료투입부터 오염물질 배출까지의 전 과정에서 시설·기계·기구 등 부분별로 적용하여 오염물질 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이면서도 경제적인 기법) 적용을 통한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을 계획이다. 이 밖에도 탄소배출권 관련 선물 등 파생상품을 도입하거나 제3차 참여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을 방침이다. 


정부는 탄소중립 생태계로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기후대응기금’도 새로 조성할 계획이다. 효율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유사한 성격의 기존 특별회계‧기금을 통폐합하는 작업이다. 정책금융기관의 녹색 분야 자금 지원 비중을 현재 6.5%에서 2030년 약 13%까지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도 밝혔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기업 활동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줘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탄소배출 감축에 동참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투자세액공제 제도 전면개편안에 따라 신성장기술 사업화 시설투자 범위를 탄소중립과 관련된 분야로 확대할 방침이다.


탄소인지예산제도 등 탄소의 환경적‧경제적 가치를 고려한 재정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단기적으로는 온실가스 발생·감축량 측정과 분석 방법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수행할 계획이다. 시범사업 선정과 수행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 같은 시범적용과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의 본격적인 추진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탄소중립 투자‧공정전환 관련 지출을 늘릴 계획이다.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산업‧지역‧노동자를 지원하는 데 사용한다는 것이다. 가령 구조전환으로 축소되는 석탄발전‧내연기관차 분야 완성차·부품업체에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자금 지원 등을 통해 미래차 등 대체‧유망분야로 사업 전환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기업도 수소환원제철기술 등 탄소저감 신기술 국가 연구개발(R&D) 지원 대상에 포함할 것과 개별기업 온실가스 할당량 감축 속도 완화, 전기요금 개편에 따른 에너지 비용 증가에 대한 간접 지원, 탄소배출 저감 시 이를 배출권으로 환산해 시장에 팔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한다.

화석연료 소비 의존도 최소화가 관건
국내 온실가스 감축은 에너지.온실가스 목표관리제와 배출권거래제 등과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목표관리제와 배출권거래제는 2020 및 2030 국가 감축목표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일관성 있게 추진된 국내 대표적인 온실가스 총량규제 정책수단이다. 따라서 정부 관점에서 국가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의 양적·질적 추이를 지속 관찰하고, 감축정책의 전개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중요하다.


KEI 연구보고서(2018)에 따르면 국내 배출권시장 총공급과 총수요는 1차, 2차 이행연도에서 모두 배출권 수요가 충족되는 공급량이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국내 배출량과 경제성장 간 관계는 장단기 모두 비동조화 진입단계인 것으로 분석됐다.


궁극적으로 국가 배출량과 경제성장 간 안정적인 비동조화 관계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소비 의존도 최소화를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수단의 강화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표적인 결정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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