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홍수피해 장마 탓만 할 것인가?

김명화 기자
eco@ecomedia.co.kr | 2020-07-31 16: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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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석 교수_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기온 상승과 그것의 영향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선진사회에서는 강우량과 강우 패턴의 변화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 제기되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폭우 빈도가 늘어날 것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과거와 비교하여 빈번하게 폭우를 경험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기상이변에 대한 준비를 하여야 할 때다. 


우선 우리의 국토관리 실태를 한 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지구 문명이 하천 변에서 시작되었듯이 오늘날도 많은 사람들은 하천 변에 모여 산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과거 식량자원을 얻기 위해 하천의 범람원을 논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날은 그곳을 다시 도시로 개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하천의 통수구간이 크게 축소되어 있다. 그러한 영향으로 홍수가 닥칠 것을 우려한 나머지 하천 변에는 대형 둑을 건설하였다. 


▲ 하천을 위한 공간 확보 프로젝트인 Room for the River 모식도.
▲ Room for the river 프로젝트를 통해 그 폭을 넓게 확보한 네덜란드 하천의 모습(위/아래).

그러나 이것은 과거의 환경을 기준으로 설계된 것이다. 

 

이제는 하천으로부터 한발 물러나야 할 때가 되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하천의 제방을 뒤로 물리는 작업이 이미 시작되었다. 하천을 위한 공간 확보(room for the river) 프로젝트다. 우리도 이제 그동안 빼앗기만 한 하천에 공간을 비롯해 돌려 줄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 들어선 비닐하우스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논의 모습.

 

다음은 논의 실태를 한번 검토해 보자. 

 

많은 사람들은 논을 우리에게 주식인 쌀을 제공하는 공간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특히 도시 주변의 논을 보면 이러한 인식은 바뀌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그 공간은 비닐하우스로 덮여 있고, 그곳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또한 채소나 원예작물 등으로 바뀌어 있다. 순수한 논이었을 때 그곳은 얕지만 물을 가두는 저수지의 역할을 하며 홍수 조절에 힘을 보탰었다. 이에 더하여 수생식물, 곤충, 양서류, 파충류 그리고 새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비닐하우스로 덮인 논에서는 홍수 조절이나 생물 서식지로서의 역할도 기대하기 힘들다. 토지 전용을 보다 신중히 하고 나아가 대체지 마련과 같은 새로운 대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여기서 상류하천 쪽으로 자리를 옮겨 보자. 

 

산 쪽으로 접근하면 하천은 상류하천으로 불린다. 하천의 하류에는 고운 입자의 흙이 많고, 중류하천은 저질이 모래이며, 상류하천에 가면 자갈과 큰 돌이 많이 보인다. 


요즘 우리는 상류하천과 그보다 위쪽에 있는 계류에서 산을 떠받치고 있던 이 큰 돌들을 도시에서 자주 본다. 소위 자연석이라는 이름으로 그 돌들을 도시로 옮겨 온 탓이다. 그들이 도시에 와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알 수 없지만, 그들을 잃은 곳에서는 주춧돌이 빠져나간 상태이니 산사태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자리를 산 쪽으로 다가가 보자. 

 

우리는 여러 가지 형태로 산의 모습을 바꾸어 왔지만 산은 하천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다음에 경사가 완만한 산자락이 이어지고, 경사가 급해지면서 산중턱, 능선, 그리고 산봉우리가 나타난다. 경사가 가파른 산이라도 산자락은 경사가 완만하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곳에 집터를 마련하였다. 집을 지으면서도 주변 자연의 모습을 지키고, 동시에 주거 환경을 지키기 위해 집 주변에는 지역 특성에 어울리는 식물들을 활용하여 생울타리를 만들어 왔었다. 


온전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산에 가보면 숲은 키가 작은 풀로 시작하여 작은 키 나무, 중간 키 나무가 차례로 나타나고, 그 다음에 비로소 큰 키 나무가 자리를 잡는다. 이때 작은 키 나무는 풀과 어울려 두 층을 이루고, 중간 키 나무는 작은 키 나무와 풀이 어울려 세 층, 그리고 큰 키 나무는 중간키 나무, 작은 키 나무, 그리고 풀과 어울려 4층을 이루어 완전한 숲을 마무리한다. 이러한 체계를 갖춘 숲은 완전한 숲이므로 재해에도 잘 견딘다. 


▲ 산사태로 무너진 절개사면.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자연을 개발하여 우리의 생활공간을 마련할 때 이러한 자연의 체계를 거의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산을 잘라 도로를 만들고 집을 지으며 산의 비스듬한 경사를 급경사지로 바꾸어 놓는다. 절개사면이 맨살을 드러내놓고 있는데도 거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겨우 취한 조치는 외래식물 씨를 진흙에 섞어 그 급한 사면에 뿜어 붙이고는 그것으로 책임을 완수하였다고 자만하고 있다. 


그러니 이러한 장소 또한 산사태의 출발점이 된다. 

 

어떤 부득이한 개발로 산의 경사를 바꾸었으면 우선 그 사면을 완만하게 다듬어 줄 필요가 있다. 그다음에 맨살을 드러낸 사면에는 주변에 존재하는 온전한 숲에서 종자를 얻고 그것의 체계를 모방하여 이전의 숲을 다시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공존하는 자연에 대한 도리이고, 우리의 재앙을 막는 수단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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