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후 130번 멈춘 고리원전, 안전하다?

원자로 기재불량, 배관·전선 등 노후화된 고리원전 1호기
문슬아
msa1022@naver.com | 2014-05-28 20:50:47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적 공감대는 하나 안전사각지대는 어디인지 가름할 수 없다는 점, '안전불감증'으로 '안전'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대책마련 요구가 곳곳에서 빗발치고 있다.

 

그 중 마지막 보루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강력한 요소로 '핵발전소'가 지목되고 있다. 10년째 이어지는 밀양 765㎸ 송전탑 갈등을 통해 핵발전소 중심의 전력공급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7일 국내 한 언론사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설계 수명을 다한 고리1호기 안전과 관련 "고리1호기가 계속 가동 중이지만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며 노후원전 가동에 대한 우려를 일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에 확인 결과 설계수명이 고리 1호기가 2017년까지 계속 가동하도록 원안위로부터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설비를 교체하는 등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원전이 가동된 지 30여년이 지났지만 단 한차례의 사고도 없었다"며 "앞으로도 국민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안전'이라는 기본과 원칙을 바로 세워 국민 안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원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그동안 고리 1호기의 고장 사례가 엄연히 존재하는 데도 불구하고 한수원이 이와 같은 발언을 한데 대해 '뻔뻔한 현실도피'라며 일침을 가하고 있다.

 

고리원전 가동 이후 130여차례 멈춰

 

 

△ 원자력발전소 (사진제공 에너지코리아)

 

4월 16일은 세월호가 침몰한 날이면서 공교롭게도 지난 2월 25일부터 정기검사로 가동을 중지했던 고리 원전 1호기의 재가동이 승인된 날이다.

 

1978년 국내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원전 1호기는 2007년 설계수명이 만료됐다. 당시 향후 10년간 추가 운전이 가능한 지를 두고 계속운전 안전성 심사를 받은 후 2008년 1월 운영 승인을 받아 2017년 6월 18일까지 수명이 연장됐다.

 

앞서 언급했듯 한수원은 재가동 승인 과정에서 안전성을 확보했을 뿐더러 그동안 한 차례의 사고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에서 3등급까지는 고장(Incident)으로 구분하고 4등급부터 사고(Accident)로 구분하고 있는 것에 근거를 둔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지금까지 4등급 이상의 사고는 없었다. 그러나 후쿠시마의 경우도 2011년 이전에는 한번도 사고(4등급이상)가 없었다. 이는 원전사고의 가능성을 고장과 사고로 구분한 INES 등급에만 의존해 판단할 수는 없음을 시사한다.

 

한편, 원안위에서 제출한 '국내 원전가동 이후 발생한 사고·고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1978년 원전 가동 이래 올해 4월까지 고장에 따른 원전가동 중단 사례는 모두 672건에 이른다. 그 중 폐로를 앞둔 고리 1호기가 130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6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원전안전대책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한 김연민 울산대학교 교수는 "지난 2012년까지 고리1호기의 연간고장률이 3.69회를 기록해 국내 원전 평균치 1.39회의 2.7배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고리 1호기의 연간고장률은 국내 원전 평균치의 약 3배 가까이다.

 

그동안 고리 원전 1호기는 고장 등의 이유로 몇차례나 가동이 중지된 바 있다. 2008년 8월 송전선로에 낙뢰가 떨어지면서 원자로 냉각펌프가 멈췄다가 4일 만에 재가동됐다. 2012년 3월에 계획예방정비 도중 발전기 보호계전기 시험 중 소외전원 차단기가 열리고, 비상 디젤발전기가 가동되지 않아 전원을 잃었다가 안전 점검 후 발전이 재개되기까진 5달의 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11월에도 가동중인 원전이 갑자기 멈춰서는 일이 발생했다. 130번째 정지 사고다. 이는 국내 원전 중 가장 많은 정지 횟수다. 당시 한수원 관계자는 "터빈 계통 고장으로 보이는데 현재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고리 1호기의 경우 2012년 정전 은폐 사고 등 고장과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노후 원전의 무리한 수명연장을 중지하고 폐쇄를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설계수명이 지났다는 이유로 고리1호기를 폐쇄하라는 일부 주장은 설계수명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원전 운영허가기간을 재평가한 결과, 설계 당시에 충분한 여유도를 부여했다는 점과 정비, 운영기술의 발달로 인해 운영허가기간 이후에도 충분히 안전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후원전 안전성과 관련한 찬반논란은 여전히 하나의 결론으로 공론화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7일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일반적인 기계와 콘크리트 건물도 노후화로 인한 고장과 사고 발생확률이 높아지는데 원전의 경우는 핵분열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핵분열 시에 나오는 중성자선과 방사선, 고온고압과 화학적인 환경으로 인한 부식 등으로 노화정도가 더 심각하게 진행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고리원전 1호기는 수명연장이 결정된 이후에 뒤늦게 알려진 원자로 취성화로 인해 지금도 불안하게 가동 중이다. 고리 1호기의 경우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자로가 중성자선에 의해 매우 약해져 있는데, 뜨겁게 달궈진 원자로에 갑자기 찬 냉각수가 끼얹어졌을 때 유리처럼 파손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라는 것이 환경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이어 지난 19일 '세월호 참사와 불안한 나라'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이 '수명 다한 노후 원전 안전한가'라는 주제로 "수명이 다한 고리원전 1호기는 원자로 기재불량과 배관·전선·금속설비 등이 노후화 됐다"고 밝혔다.

 

또 "고리원전 1호기의 경우 밀실에서 안전성 평가가 진행됐고 기존의 원자력법을 개정해서 수명연장의 근거를 마련했다"며 "고리원전은 70년대의 기술수준으로 현재 스테인리스 파이프와 설비의 균열, 강철 파이프의 두께 감소 등 구조물이 약화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리원전 1호기는 아직 큰 사고는 안 났지만, 우리나라 전체 원전 고장사고의 20%를 차지한다. 고리원전의 위험성은 후쿠시마 원전 못지 않다"고 덧붙였다.

 

노후원전 계속운전이 세계적 추세?

독일 등 유럽국가 '탈핵' 정책 선언

 

 

△ 월성원전 1호기 앞 반핵 캠페인 (사진제공 환경운동연합)

 

한수원은 "해외 원전선진국들은 발전소의 설계수명이 다가오면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성 등 검증을 거쳐 계속 운전하고 추세"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 원전의 경우 설계 수명이 30년을 다 채워 가동한 경우는 실제적으로 드물다. 앞서 환경운동연합은 2011년까지 세계에서 143기의 원전이 폐쇄됐는데 평균 가동연수가 23년에 불과하다.

 

지난해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입수한 '해외 원자력발전 및 방사성폐기물 처리관련 규제의 사례연구' 보고서에서는 미국의 경우 안전규제 강화로 유지·보수 비용이 커지면서 원전전문업체 도미니온은 지난해 10월 위스콘신주 키와니 원전을 2013년 정지하기로 했다고 명시돼 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에 의해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경우 사고 한 달 전에 수명연장을 한 원전에서 가장 먼저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원자로 전기계통이 작동되지 않았고 비상용 전기공급마저 중단돼 전원을 상실, 중대사고관리대책은 가동 되지 않은 채 사고로 연결됐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독일은 노후원전 8기를 즉각 중단시키고 폐쇄했다.

 

한편, 원전 가동연수와 더불어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은 탈핵을 선언하고 재생에너지 중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과 스위스는 원전 가동 중단·폐기, 이탈리아는 원전 건설 무기한 동결, 태국·EU는 신규 건설 승인 보류 등 세계는 탈원전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이 보고서는 최근 세계적으로 원전 비용이 증가하면서 경제성이 떨어져 각국 정부의 원전정책과 상관없이 신규 핵발전소 건설이 중단되고 있다고 분석됐다.

 

이에 따르면 현 정부는 노후원전의 무리한 수명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 승인 등 세계적 탈핵 흐름에 도리어 역행하는 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국내 원전가동 이후 670건 이상의 고장 및 사고가 발생했고 고리원전 1호기의 경우 전원상실사고 2차례와 같은 주요 원전사고가 은폐되는 등 끝없는 원전비리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일본의 원전은 규모 7.2의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규모 6.5의 지진까지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고리1호기를 포함에 국내 모든 원전에 안전설비를 더욱 업그레이드 하는 등 철저한 안전대책을 시행해왔다"는 한수원 입장의 허점으로밖에 볼 수 없다.

원전 안전 가타부타 전에

재가동 승인 과정 투명한 공개 및

내부 비리 척결 선행돼야

 

한수원은 "원전의 계속운전 비율이 높은 것은 그만큼 까다로운 기준과 관련 법규가 체계화된 덕분이다"며 "사업자와 독립된 정부 규제기관의 규제도 꼼꼼하며 시민단체 등의 감시도 활발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리 1호기 안전성평가 보고서는 지금도 비공개 상태이며, 전력 당국은 경제성과 안전성 평가를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모두 비공개로 진행, 고리 1호기의 원자로 상태도 수명연장이 결정된 이후에나 알려졌다.

 

해외 경우 경제성과 안전성평가과정이 공개되고 공청회도 거치는 반면 우리나라는 사업자인 한수원이 수명연장 승인을 받기 전에 수 천 억 원의 비용을 들여 기기를 교체해 놓고 수명연장을 신청하면 원안위가 사후적으로 승인해 주는 절차를 거친다.

 

이는 정부가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을 기정사실로 하고 당국끼리 이를 묵인한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후원전인 월성 1호기의 재가동 움직임도 불투명한 절차 속에 일고 있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30년 설계 수명을 마쳤으나 전력공백 우려로 재가동을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그러나 스트레스 테스트 검증과 관련 중간보고 과정에서 간담회를 비공개로 하는 등 '밀실' 진행에 대한 지적이 여기서도 나오고 있다.

 

원전업계의 내부 비리문제도 안전성 저하에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일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수사단은 원전 비리와 관련해 한수원, 한국전력기술, 납품업체 관련자 등 총 98명을 기소(구속 43명, 불구속 55명)했다.

 

△ 제2차 원전비리 중간 수사결과 (자료제공 부산지방검찰청동부지청)

 

원전 부품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납품하는 것을 넘어 필수적인 기기검증 조차도 받지 않은 원전 설비를 납품하는데 한수원과 한전기술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드러난 대표적 사례다.

 

이 중에 원전 내 설치되는 안전등급 설비는 납품 전 반드시 원전 적합성 여부를 테스트해 이를 통과해야만 하는데도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대처한 제조업체 외에 한전기술과 한수원임직원 등 총 12명이 사기죄로 기소됐다. 이는 한수원이 주장하는 설비 교체 등의 안전성에 전면적으로 대치되는 부분이다.

 

외국의 경우 안전성의 확보를 최우선으로 해 독립적이면서도 전문적인 규제기관이 원전 부지의 적합성이나 재가동 여부를 심사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 경우 안전 규제기관이 아닌 산업부와 같은 에너지개발 부처가 원전 부지의 취득 및 개발을 미리 승인해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원전비리수사의 시작이 내부고발이라는 점에서도 나타나듯이, 국내는 원전가동 관련된 사안에 대한 외부 감시체계나 시스템이 부재해 내부고발이 있지 않는 한 그 실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위와 원전비리 적발 사례는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나라 전체 운명이 달라질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원전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지 않고, 도리어 위조와 은폐로 사고를 더 키우고 있다는 증명이다.

 

한편, 검찰의 대규모 원전비리 수사가 28일일 오늘 꼬박 1년을 채웠다. 지난해 5월, 원안위가 신고리 1·2호기 등에 들어간 케이블 시험성적서가 위조됐다고 발표, 한수원이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원전비리 수사가 시작됐다.

 

지난 1년간 전국 8개 검찰청에서 다룬 원전비리 사건 중 처벌대상은 모두 200여명, 구속자는 100명에 이른다. 이 중에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 이종찬 전 한전 부사장, 이청구 한수원 부사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원전업계의 비리 혐의는 조사가 진행될수록 화수분처럼 터지고 있다. 한수원이 원전 부품의 시험 성적서 위조정황을 포착, 검찰에 수사의뢰한 것 중 여전히 조사를 기다리는 건수가 1100여건에 달한다. 이는 과거로부터 지속돼 온 원전 업계의 잘못된 관행과 비리가 얼마나 깊숙히 뿌리박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비춰볼 때 한수원의 "앞으로도 국민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안전'이라는 기본과 원칙을 바로 세워 국민 안전을 도모하겠다"는 발언에 '뻔뻔한 책임도피'라는 질책이 뒤따라오는 것은 당연한 인과논리로 보인다. [환경미디어 문슬아 기자]

 

[ⓒ 환경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