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자비한 '멧돼지 사냥' 멈춰야

김명화 기자
eco@ecomedia.co.kr | 2020-01-15 23: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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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석 교수_서울여대 환경생명공학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이유로 무차별적 멧돼지 사냥이 한창이다. 벌써 수만 마리가 사살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된 지역은 물론이고, 검출되지 않은 지역까지 전국적인 멧돼지 포획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정부가 나서서 멧돼지를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대대적인 포획을 선포하기까지 하며 씨를 말리려 들고 있다.

진정 멧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주범일까? 전문가들은 근거가 없다고 일축한다. 바이러스 발병 원인이나 전파 경로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멧돼지가 사육 농가로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사육 동물의 유전자 다양성 결여와 공장식 밀집 사육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멧돼지가 바이러스를 전파한 가해자가 아니라, 도리어 집돼지에게서 감염됐을 가능성에 더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멧돼지를 무차별 사냥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멧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품고 와 그것을 축산농가에 전파하고 있다는 언론의 추측기사가 가세하며 멧돼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키우고 있다. 마치 오랜 옛날 영국에서 있었던 마녀사냥이 연상된다. 멧돼지에게 혐의를 뒤집어씌워 책임을 전가하면 면죄부라도 받는 것 마냥.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생태계 모습을 갖추어 가기 시작했으나 덫에 걸려 죽고 독극물에 희생당하는 것도 모자라 일부러 총을 쏘아 죽이기까지 하는 상황을 보자니 착잡하기만 하다.

선진국에서도 멧돼지 사냥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마구잡이 식이 아닌, 해당 지역의 멧돼지 수용 능력과 밀도를 비교하는 등 철저한 기초연구를 토대로 이루어진다.

오늘날 멧돼지나 고라니의 개체 수 증가는 어느 정도 생태계 구성원들이 갖춰지고 있다는 출발신호다. 정상적인 자연의 체계가 작동한다면 먹이사슬의 원리대로 그들을 먹이로 삼은 동물들이 밀도를 조절해 줄 것이다. 시간이 필요한 얘기지만 말이다.

우리나라 산림은 기본적으로 난방용 연료채취가 과도하게 이루어지고, 여기에 일제의 산림수탈과 한국전쟁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극심하게 황폐화했다. 이후 1970년대 국가가 나서고 국민이 동참하여 성공적인 산림녹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산림녹화에는 성공했으나 생태계를 이루는 구성원까지 온전히 되돌려놓는 시간으로는 부족했다.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넘어서야 우리의 생태계는 온전한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악화한 국민감정이 그때까지 기다려 줄지 의문이지만. 작금의 상황으로 미루어 정부의 환경관리 수준도 그렇고, 환경단체들마저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걸 보면 짐작은 된다. 안타깝다. 이렇게 손 놓고 있는 사이 수많은 생명체가 이 땅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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