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결 기자
eco@ecomedia.co.kr | 2023-04-18 09:06:04
전남대 환경에너지공학과 정석희 교수팀은 최근 미생물 연료전지 실험 재현성에 관한 난제 해결과 실험 결과의 공정한 상호 비교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학계에 큰 주목을 받았다. 미생물 연료전지(MFC, Microbial Fuel Cell)는 체외에서 전자를 방출하는 미생물 막을 이용해 하·폐수에서 전기를 바로 생산하는 공정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학부생때부터 미생물 연료전지의 실용화의 큰 꿈을 품고 미국에서 유학하여 전남대에 자리 잡은 정석희 교수에게 미생물 연료전지가 무엇이며 어떻게 활용되는지 그 중요성과 미래 전망 등을 2회에 걸쳐 알아본다.
석사 때부터 남다른 연구를 하셨네요. 그때 미제로 남은 과업을 지금 이루신 것인데,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석사 받으시는데 왜 3년이나 걸렸나요?
당시 의기충천한 마음에 다른 대학 박사과정을 지원해 봤었습니다. 여러 곳에서 부르심이 있었는데, 전미 랭킹 2위 대학인 UIUC 환경공학과 교수님도 제게 전화하셔서 박사 학위 과정을 제안한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도교수님은 정년 심사를 매우 불안해 했습니다. 다른 곳으로 간다면 정년 보장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연구실에서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는 주력 연구를 제가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행 중인 연구가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대한 빨리 학위를 마치고 한국 가서 가정을 이루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Penn State에서 박사를 하였습니다. 그 만큼 애착이 있었습니다.
그 결정을 하고 지도교수님은 바로 박사 자격 시험을 보게 했습니다. 이전에 박사 자격 시험에서 떨어져 학교를 떠난 한국인 학생들이 꽤 있어 그 시험은 학생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중 몇 분은 한국에서 교수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석사과정 때 해당 과목을 매우 열심히 공부하여 성적도 매우 우수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한 달 알차게 공부만 했고 결과는 매우 좋았습니다. 잘못된 시험 문제를 저만 옳게 풀어 학과 회의가 소집되는 본의 아닌 논란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실험 결과를 정리하는데 그 규모가 너무 컸고 바야흐로 정치적인 소용돌이에 빠져 여러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저라면 랭킹 높은 대학으로 갔을 것 같은데, 아쉽지는 않았나요?
후회가 밀려왔지만 끝까지 버티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학과의 매우 유명한 교수님과 함께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인 선배들이 말렸고, 다음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남았습니다. 지도교수와 동료들은 복을 누렸다고 생각합니다. 지도교수는 제 아이디어나 연구 방식을 많이 좋아하셔서 저와 많은 대화를 했고 그 지식을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베푸시며 자신의 지경을 넓히셨습니다. 특히, 석사 지도교수의 한국인 제자와 많은 지식의 교류를 했고 그의 미생물 전기화학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줬습니다. 정년 심사 때 6편의 논문을 제출해야 하는데, 3편이 제 논문이었고 2편이 중국 학생 논문이었습니다. 그 중국 학생은 제 모든 실험을 이어 받고 제 아이디어로 실험을 하여 아주 좋은 저널에 논문을 냈습니다. 그 친구는 현재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교수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밤낮 할 것 없이 연구에 매진하였습니다. 하지만 지도교수께서 제가 지식 전파에 소홀하다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깨친 지식과 기술로 대학원 신입생들을 성심 성의껏 지도했습니다.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신 분들도 잘 해 드렸고, 당시 자리 못 잡고 헤매던 한인 유학생을 연구실로 인도하여 도움을 주고 가르쳐 줬습니다. 그는 이후 뉴욕의 한 대학에 박사과정으로 진학했고, 그 연구실에 제가 가르쳐준 지식을 전파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기술과 인맥이 한국에 많이 퍼진 것으로 알고 있고, 그 중 한명은 제가 전남대에 임용되자 인근 대학으로 급히 임용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신실한 신앙인의 삶을 살면서 베푸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한국 사회에 경험이 없었던 저는 선을 베풀기 보다 속이고 빼앗는 이들이 잘 사는 것을 볼 때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학위 중 연구실을 나간 랩 동료 제레미가 버지니아에서 한인 교포의 총격에 희생되었을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옛 선택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쳤지만, 목표한 학위 취득을 필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결국 종국에 성공하면 지난 모든 선택도 좋은 추억이 되니까요. 총격 사건 후 제레미의 가족을 찾아갔고, 해마다 열리는 그들의 추모 행사를 도왔습니다. 가족들이 매우 감사해 했고, 무언가 말로 전할 수 없는 깊은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같은 학교로 간 이유 중 하나가 빨리 학위 받는 것이었다고 하셨는데, 2011년에 박사학위를 받으셨네요.
오랜 기간 연구실에 참 많은 공헌을 한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찾아가 진솔하게 말씀 드리니, 제가 알아서 연구 주제 선택하고 실행하면 된다고 하시더군요. 당시 오류가 난무했던 미생물 전기화학 분야에 손을 댔고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했다고 생각하고, 현재 제 연구실의 주력 연구 중 하나입니다.
늘 정공법으로 대처 하시는군요. 그리고 끝내 승리 하시네요.
나중에 모두 엮여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직 이겨 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방법은 옳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진정 닮고 싶은 스승도 있고 반면 교사로서 교훈을 주는 스승도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의 본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부임했을 때부터 선배 교수님들에게 건방지게 보일 수 있는 스승의 본분과 후학 양성에 대한 제 포부를 지면을 통해 밝혔던 것 같습니다. 대단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별 거 아닙니다. 사리사욕 보다 교수로서의 인간으로서 본분에 충실하면 되는 겁니다.
그 동안 잃은 것 때문에 보충하고 싶은 마음도 크실 텐데요.
힘이 들더라도 과거의 안 좋은 기억을 높은 차원에서 승화하는 것이 고난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생 때부터 파벌간 알력에 제가 받지 않아야 할 많은 고난을 겪었기에 제 학생들은 외력에 무고하게 희생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학생이 아니더라도 그들에게 스승으로서 본분을 지키려고 합니다.
저도 인생에 그런 스승을 만나고 싶네요. 연구 내용 마저 말씀해 주시죠.
다사다난한 학위 과정 동안 그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졸업을 했습니다. 2014년 전남대에 부임하고 제일 처음 한 생각이 이 난제의 해결이었습니다. Penn State에서 만든 MFC를 사용하였습니다. 작고 다루기 쉽고 내부 저항도 매우 낮고 반응기 간 차이가 적기에 여러모로 좋습니다. 이전에 동일한 시스템 구성에 집착했다면, 본 연구에서는 측정 방법에 주목을 하였습니다. MFC 성능 측정 자체가 시스템에 간섭이 되기에 측정 시간을 대폭 줄이는 시도를 하였고, 빠른 측정 시 재현성을 급격하게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 결과를 기반으로 시스템 성능의 공정한 비교를 가능하게 하는 상호 변환 계수 자료를 도출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논문은 MFC에서 범용적으로 쓰이는 전기화학 기법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과 그들의 정확한 해석 방법을 제안하였습니다.
측정이 간섭을 유발한다는 생각이 주효했군요.
양자의 영역에서는 측정이 대상에 영향을 미칩니다. 부임하고 양자역학에 관심이 있어 즐겨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조깅하면서 이 연구 아이디어가 떠올라 실행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정확한 MFC 연구를 위한 기준을 제시한 연구입니다. 실험의 정확한 측정과 결과의 재현성은 과학기술 발전의 기본이자 초석입니다. 향후 MFC 연구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이 논문은 2017년 완성하였습니다만, 우여곡절 끝에 2023년에 출판된 것입니다. 논문의 완성도나 신규성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많은 심사 과정 속에서 모두 제대로 답변하고 수정하였음에도 이상한 이유로 게재불가 시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논문의 아이디어를 빼간 후에 게재불가시킨 것이었습니다. 동료 평가 제도의 폐해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기간 동안 논문을 계속 수정해서 발전시켰습니다.
대단한 끈기이십니다. 교수님의 연구실에 대한 소개도 부탁 드립니다.
제가 2014년 9월 전남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에 부임하면서 환경에너지융합연구실 (Environmental Fusion Energy Technology Lab, EFET)을 만들었습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목표로 환경과 에너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여 기존의 환경기술을 대체할 혁신적인 과학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미생물 전기화학 시스템 연구를 주력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 관련 분야의 난제들을 해결해 가며 실용화 및 관련 기초 연구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이전에 연구실의 초석을 닦기 위해 질에 집중했다면, 앞으로의 EFET은 연구의 양과 질을 모두 추구할 계획입니다. 하폐수처리시설은 사회기반시설이기에 실용화까지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꾸준히 추구하여 실용화의 미래를 앞당기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교육자로서 성장하는 학생에게 걸림돌이 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난관을 뚫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제가 그 모든 방해를 뚫고 자리까지 잡자 이곳까지 와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훼방 놓는 인생들이 과연 존경 받을만한가 의문입니다. 한국 사회가 자정 작용을 잃어 이런 망조를 계속 허용한다면 헬조선은 자명합니다. 더 나은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선한 일 도모하여 천국 소망 갖는 것이 남는 장사입니다. 돈 있다고, 아내 믿는다고, 딸 믿는다고, 천국 가는 것 아닙니다. 제가 삶의 마지막까지 모두 이겨나갈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지원 부탁 드립니다.
그의 연구실에 방문하면 머그컵을 기념품으로 준다. 그가 직접 디자인했다고 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EFET에서 창조된 유일무이한 머그”이다. 머그에 대한 밈을 그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여러모로 보기 드문 창조적인 연구실이다. 그가 지난 20년간 품어온 꿈이 이 연구실에서 이뤄질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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