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솔 기자
eco@ecomedia.co.kr | 2018-08-31 09:38:13
1부에서는 물고기들의 진화과정을, 2부에서는 물고기들의 지능과 생활방식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2부 마지막에서 예고했던 대로, 3부는 물고기들이 처한 위기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부에 잠깐 언급했던 내용을 되짚어보자면, 동물 보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의 관심이다. 길고양이는 엄연히 생태계에 해가 되는데도 보호 여론이 지배적인 데 반해, 뱀이나 개구리는 대부분이 포획금지종/멸종위기종임에도 불구하고 혐오스러운 동물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기에 보호여론이 잘 형성되지 않는다. 비슷한 맥락으로 물고기 또한 멍청한 동물', '먹는 동물' 등의 편견이 지배적이며, 사람과 공통점도 적기 때문에 보호를 해야 한다는 여론을 잘 이끌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1부와 2부를 읽은 여러분들이라면, ‘물고기는 멍청한 동물‘ 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이들이 어떤 위기에 처해있는지 알아볼 시간이다.
잘못된 환경영향평가
개발을 하기 전에는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여 개발이 그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평가하게 된다. 이때, 멸종위기종의 서식이 확인되면 공사를 중단하거나 축소하게 되는데, 건설업체가 이를 달가워할 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멸종위기종의 서식이 확인되어도 덮어버리고 그냥 진행해버리는 일이 종종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공사를 진행하는 쪽에서 평가 업체를 선정해서 진행하게 되는데, 당연히 평가업체 쪽에선 돈을 주는 공사업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조사방식 또한 그 분야의 전문가를 부르는 것도 아니고 업체에서 하루 조사하고 끝내기 때문에 부실할 수밖에 없다.
경남의 낙동강 지류에 위치한 한 다리가 있다. 이 다리 인근은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가 많이 서식하는 장소이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결과 흰수마자가 서식하지 않는다고 다리 아래쪽의 골재채취를 진행하였으며, 진주환경운동연합에서 뒤늦게 흰수마자의 서식을 밝혀냈으나 다리 아래쪽의 흰수마자는 전부 사라지고 다리 위쪽에서만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산청 인근에는 여울마자, 큰줄납자루, 꼬치동자개 등 멸종위기 어종들이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정비 사업을 진행하며 많은 서식지가 훼손됐고, 진주환경운동연합에서 조사를 진행하여 멸종위기종 서식지임을 밝히며 공사를 중단시킨 상태이다.
다른 지역의 사례를 보자. 경남 양산의 양산천 공사현장에서 얼룩새코미꾸리가 발견된 적이 있었다. 김해양산 환경운동연합의 조사 결과 성어부터 치어까지 19마리가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 이전의 환경영향평가에는 얼룩새코미꾸리에 대한 언급이 단 한마디도 없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뒤늦게 멸종위기종 서식지임이 밝혀져도 법적인 처벌이 없다는 것이다.
어류뿐 아니라 다른 생물군에 관련해서도 비슷한 사례가 많이 들려온다. 언급한 사례들은 다행히도 환경단체에서 발견해 막아냈지만, 얼마나 많은 수의 멸종위기종들이 엉터리 환경영향평가 아래 사라져갔을지.... 환경영향평가의 구조 개선과 더불어 잘못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 업체를 법적으로 처벌할 법안이 필요하다.
외국에서 온 물고기들
배스, 블루길. 뉴스나 인터넷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1970년대, 우리나라가 가난하던 시절 식량자원 확보를 목적으로 미국에서 들여와 방생한 물고기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닥치는 대로 토종 민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생태계를 파괴했으며, 결국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되었다. 무분별한 방생의 위험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에는 한강수계에만 방생되어있던 배스는 지금은 전국으로 퍼졌다. 일부 몰지각한 낚시꾼들이 자신들이 손맛을 보겠다는 이유로 본인들이 사는 지역에 배스를 가져다 푸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여 생태계에 큰 악영향을 끼치는 행동을 저지르는 것이다. 명백한 불법행위이기도 하다.
하지만 외래 이입종의 위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횡성의 한 저수지에서 발견되어 큰 화재가 되었던 피라니아와 레드파쿠는 물론이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엘리게이터 가아, 레드테일 캣피쉬, 오스카, 우파루파, 히포플레코, 실버 아로와나 등 많은 외래어종이 하천에서 발견되고 있다. 대부분은 열대성 어종으로서 겨울을 견디지 못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한 북미 원산의 엘리게이터 가아는 겨울을 견딜수 있으며, 최대 성장크기가 3m 이상이고 특유의 가노인 비늘 구조 때문에 대형 개체는 도끼로 찍어도 상처하나 없을 정도의 강력한 방어력을 지녔다. 또한 더러운 물에 대한 내성이 강하며 성장 속도도 빠르고, 포식성 어종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적응해버리면 배스, 블루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피해가 일어날 것이다.
▲ 위: 양수리에서 발견된 엘리게이터 가아, 아래: 북미지역의 엘리게이터 가아
<사진출처=네이버블로그>
▲ 북미지역의 거대한 악어거북 <사진출처=www.pinterest.co.kr>
안일한 생각이 가져오는 비극
강에 사는 물고기들이 자력으로 전혀 다른 강으로 갈 방법이 있을까? 강과 바다를 넘나드는 몇몇 물고기들을 제외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머나먼 과거, 태백산맥이 융기하며 강이 분리되기 시작하였고, 우리나라 물고기들은 강마다 독자적인 생태계를 형성해왔다.
대표적으로 서해, 남해로 흐르는 강은 고(古) 황하강의 영향을 받았으며, 동해로 흐르는 강은 고(古) 아무르강의 영향을 받았다.
서로 다른 강의 영향을 받았기에 영서지방과 영동지방의 어류상을 비교해보면 상당히 다르다. 또한 영서지방도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탐진강 등 많은 강으로 분리되어 수계마다 조금씩 다른 어류상을 보유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도 낙동납자루, 덕유모치, 참쉬리, 섬진자가사리 등 몇몇 어종들이 유전적인 차이를 인정받아 신종으로 등록될 정도이다. 원래 한 종이였으나, 강이 갈라지고 오랜 세월이 지나며 유전적 차이가 발생하고 새로운 종이 된 것이다.
▲ 강이 갈라지며 분화되어온 참종개속 어류들 <사진출처=한겨레환경생태신문, 충정타임즈>
'우리나라 어종이니까 다른 강에 풀어도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큰 비극을 불러오고 있다. 낙동강에 유입된 끄리와 강준치는 낙동강의 어종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며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고, 한강의 참종개가 낙동강에 유입되어 기름종개와의 유전적 교란을 일으키고 있으며, 낙동강의 꼬치동자개는 눈동자개의 유입으로 점점 멸종의 길에 다가서고 있다.
채집을 다니다 보면, 대상어종이 아니라고 땅바닥에 패대기쳐진 물고기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한강 다리 근처를 가면 이런 식으로 버려진 누치나 강준치 등이 심심찮게 보이며, 해안가의 방파제를 가면 낚시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낚인 복어가 밟혀 찌그러져 있는 모습도 자주 본다. 만약 포유류나 조류였다면, 엄청난 비판과 논란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물고기는 이런 참혹한 짓을 당해도 크게 이슈가 되지 않는다. 먹는 목적으로 먹을 만큼 합법적으로 채집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먹지도 않을 생물을 대상어종이 아니라고, 낚시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땅바닥에 패대기치고, 밟아서 죽이는 참혹한 행동을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이번에는 비교적 잘 알려진 사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샥스핀' 이라는 요리는 상어의 지느러미를 사용하여 만드는 요리이다.
상어의 고기는 비교적 맛이 없는 편이다. 따라서 식용으로 사용하는 상어의 종류는 한정적이며, 샥스핀을 목적으로 어획되는 상어는 대부분이 지느러미만 잘린 채 산채로 바다에 던져져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상어 또한 사람에게 위협을 끼치는 동물이라는 인식이 강해 보호 여론이 잘 형성되지 않는데, 500종 가량 되는 상어 중 백상아리, 황소상어, 뱀상어를 제외하면 인명피해를 일으키는 상어는 극히 드물다. 상어에게 죽는 사람은 1년에 10명 남짓이며, 사람에게 죽는 상어의 수는 1년에 1억 마리가 넘는다. 누가 누구에게 위협을 끼치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비교 대상을 하나 남기자면 개에게 물려 죽는 사람은 1년에 약 2만 5000명이다.
공포의 갈고리
낚시. 물고기를 잡는 방법 중 하나이자 많은 사람이 가진 취미이기도 하다. 건전한 취미인 것처럼 묘사되지만, 기자는 어릴 때부터 줄곧 낚시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가만히 있는 물고기의 입에 바늘을 꽂아 낚아 올리는 행위는 굉장히 잔인하지 않은가? 물고기도 고통을 느끼는데 말이다(관련 내용은 2부에 자세히 설명되어있다). 낚싯바늘에는 '미늘'이라는 역방향의 작은 바늘이 존재한다. 이는 물고기의 입에 박힌 바늘이 잘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로서, 물고기 입장에선 굉장히 고통스러운 장치일 뿐이다. 바늘을 빼는 과정에서 입이나 피부에 손상을 입어 피부질환에 걸리는 사례는 흔하고, 바늘을 삼켜 목구멍이나 내장에 걸리거나, 눈에 걸리는 등의 사태가 발생하며, 연구 결과 열 마리 중 한 마리는 영구적인 시력손상을 겪는다고 한다. 또한 목구멍이나 내장에 상처를 입을 경우 제대로 먹지 못해 죽거나 2차 감염으로 인하여 죽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깊은 물에 사는 물고기를 낚시로 낚을 경우 감압손상(수압의 차이로 인한 손상)을 입히기도 하며, 이는 물고기의 죽음을 불러올 수 있는 치명적인 증상이다.
2부에서 잠깐 '갈고리 기피증' 에 대한 내용을 언급했던 적이 있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한번 낚인 물고기는 오랫동안 낚싯바늘을 회피한다. 실험 결과 6개월간 낚싯바늘을 회피했다고 한다. 물고기들이 계속 낚싯바늘에 낚이는 이유는 배고픔이 통증에 대한 트라우마를 압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낚싯바늘에 걸리는 것이 물고기들의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도 타격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낚싯바늘을 무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은 냉혹하다. 눈앞에 있는 먹이를 놓치면 언제 먹이를 먹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낚싯바늘의 공포를 감수하면서도 바늘을 무는 것이다.
낚시꾼들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다. 일부 몰상식한 낚시꾼들이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고 간다거나, 대상어종이 아니라고 물밖에 버린다든가 하는 몰상식한 행동을 저지르기도 한다. 채집을 진행하다 보면 버려진 물고기들과 낚싯바늘, 낚싯줄, 지렁이 통, 아이스박스 등이 꽤 눈에 띄는데, 낚시꾼들도 자격증을 발급해서 몰지각한 사람들을 걸러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낚시 카페에 대한 기사를 접한 적이 있었고, 기자의 지인에게서도 낚시카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탁한 물, 수조에 가득한 물고기들, 하루에도 몇 번씩 잡혀 온갖 상처가 가득한 물고기, 얼핏 봐도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물고기.... 사람에게는 기쁨일 수 있지만, 물고기들에게는 공포일 것이다. 엄연한 학대이고, 논란이 될 소지도 충분하다. 식용을 위한 낚시라면 모를까,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 다른 생물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동물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으나, 포유류를 시작으로 점점 발전해나가고 있다. 하루빨리 물고기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 제대로 된 대우를 받길 바랄 뿐이다.
과도한 남획의 최후
하나의 일화를 보도록 하자. 15세기, 북아메리카 해안은 말 그대로 황금어장이었다. 그곳엔 어마어마한 수의 대서양 대구가 서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부들은 대구를 잡아 부자가 되었고, 19세기 산업혁명으로 그물과 저장기술이 발달하며 더 많은 수의 대서양 대구를 잡아들여도 여전히 많은 수가 어획되었다. 잡아도 잡아도 끝도 없이 나오는 대구의 수를 보며 어부들은 대구가 고갈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1958년, 대구의 어획량은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되고 결국 대구 어장을 차지하기 위해 영국과 아이슬란드는 '대구 전쟁'을 벌이게 된다.
전세계적으로 인류에게 필요한 양의 약 40배에 달하는 어류가 포획되고 있다. 이 추세라면 2048년에 어류 자원은 고갈될 것이라고 하며, 참다랑어, 대서양 대구, 오렌지 러피 등 주된 어획대상 어류의 44%는 이미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바다의 물고기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어업기술은 갈수록 발달해 더 많은 물고기를 잡아들인다. 과거 어부들은 넓은 바다와 끝도 없이 어획되는 물고기들을 보며 물고기는 아무리 잡아도 줄어들지 않는다고 믿었고,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된 오만과 당장의 이익만을 쫒는 탐욕이 재앙을 불러오고 있다. 바다의 자원은 영원하지 않다.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어업을 진행하다 보면 생기는 문제 또한 많다. 그물을 치면 많은 생물들이 그물에 같이 들어오게 된다. 이를 혼획 또는 부수어획이라 하는데, 혼획의 대상은 목표어종을 제외한 물고기 뿐 아니라 무척추동물, 산호, 바닷새, 돌고래, 바다거북 등도 포함되며, 버려진 그물은 해저를 떠돌며 수중생물의 목숨을 앗아간다. 혼획과 버려진 그물로 인해 매년 30만 마리에 달하는 소형 고래류가 목숨을 잃고 있으며, 매년 10만 마리에 달하는 바닷새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또한 저인망 어선이 휩쓸고 간 해저는 황폐화되어 생물이 살기 어려워지고, 이러한 상황들은 바다 생태계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러한 사태들을 줄이기 위한 법률이 계속해서 생기고 있고,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물속의 친구들' 을 마무리하며
물고기가 좋아서 물고기를 찾아다니고, 어류학자의 꿈을 가지며 활동한지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활동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이 바로 '물고기에 대한 인식 변화' 이다. 물고기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무조건 나오는 이야기가 '먹는' 이야기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고기를 좋아한다고 하면 '멍청한 동물 아니냐', '뭐가 제일 맛있냐', '물고기 키워서 잡아먹냐'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물론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이니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 편견을 좀 깨부수고,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 물고기는 단순히 식용으로 치부할 만한 멍청한 동물이 아니다. 우리와는 다를 뿐이고,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그들만의 많은 생활방식과 이야기가 있다. 이 기사를 읽는 사람들을 시작으로 물고기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기를 바랄 뿐이다. 별 영향력 없는 기사일진 몰라도,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물고기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적극적인 보호를 받는 날이 오리라고 믿는다.
물고기들이 편견과 위험에서 해방되는 날을 꿈꾸며, 물속의 친구들 마침.
[그린기자단 정이준, 강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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