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4-02-13 09:47:21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2월 2일은 세계 습지의 날이다. 습지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의 습지 실태를 살펴보고, 그 활용방안도 검토해 보기로 하자. 습지와 관련된 국제 협약인 람사협약은 습지를 “자연적, 인공적, 영구적, 일시적, 정수, 유수, 담수, 기수 혹은 염수와 관계없이, 간조 시 수심 6m를 넘지 않는 해수 지역을 포함하는 늪, 습원, 이탄지 또는 수체”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습지는 보통 6m 이내의 다양한 깊이로 물이 고여 있는 수역과 수변구역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생태학적 체계로 보면 특성이 다른 두 생태계가 조합된 경관(landscape)에 해당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쌀을 주식으로 삼은 논농사 중심지역에서는 대부분의 수변구역이 논 경작지로 전환되고 논 주변에서는 수변식생이 그늘을 만들어 벼의 생육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대부분 수변식생을 제거해 왔다. 따라서 습지를 수역과 수변구역이 조합된 체계로 이해하지 않고 수역만을 습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수변구역은 습지의 핵심구역인 수역을 보호하고 있는 실체로서 습지와 한 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습지의 한 유형인 하천을 자세히 들여 다 보면, 홍수의 빈도와 강도가 높은 수로 변에는 나지가 나타나고, 그곳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일년생 초본 식물이 우점하는 구역, 다년생 초본 식물이 우점하는 구역, 관목이 우점하는 구역 그리고 교목이 우점하는 구역이 나타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그림 1).
▲그림1 낙동강 상류구간에 성립한 수변 식생의 모습. 수로로부터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달뿌리풀
(다년생 초본 식물), 갯버들 (관목), 버드나무(교목, 연한 재질) 및 오리나무 (교목, 단단한 재질)이
언급된 순서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하천을 자연의 과정에 맡기면 홍수가 오는 빈도와 강도에 따라 수명이 다른 식물이 그 위치에 맞게 자라며 제 역할을 하게 된다. 호소도 마찬가지다. 호소는 수역, 늪, 소택지, 습원 수준의 다양한 경관 요소와 수변구역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자연호소에 성립된 식생을 기준으로 호소의 경관요소를 구분해 보면, 부유식물대, 부엽식물대, 침수식물대, 정수식물대, 습생식물대 및 수변식물대로 구분할 수 있다(그림 2).▲그림 2. 국립생태원 용화실못에 성립한 수역 및 수변 식생의 모습. 수역에는 마름군락으로 이루어진
부엽식물군락, 부들군락, 줄군락 및 갈대군락으로 이루어진 정수식물군락 그리고 개키버들군락 및
버드나무군락으로 이루어진 수변식물군락이 성립해 있다.
그러나 자연 상태의 습지가 드문 국내의 현실에서 대부분의 습지는 이러한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 따라서 생물다양성이 낮고 결과적으로 그들이 발휘하는 생태계 서비스 기능 또한 낮다. 특히 대부분의 호소는 심각한 수질 문제를 안고 있다. 과거에는 폐수나 산업 폐수 같은 독성 물질과 점오염원을 통제하는 일이 하천과 호소를 보호하고 개선하기 위한 주요 관심사항이었다. 그러나 세제 속에 인(P) 함유를 제한하는 법이 제정되고 시행되면서 수계생태계의 점오염원이 크게 감소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오늘날 하천과 호소의 주요 오염원은 농경 유출수, 도시나 산림 벌채 지역으로부터의 침식, 지표면 채굴, 대기 오염과 같은 비점오염원이 되고 있다.▲그림 4. 민통선 북방지역에 자연상태로 유지된 하천의 모습. 하천의 공간적 범위가 산과 산 사이로 수로보다
훨씬 넓은 면적으로 수변구역이 자리잡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의 빈도와 강도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이러한 자연하천의 공간적 범위가 반영된 하천 복원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수변식생이 발휘하는 또 다른 효과도 있다. 필자가 환경부 및 환경부 산하기관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수변식생을 대표하는 버드나무는 산림식생의 세배 이상에 달하는 탄소흡수능력을 보여주었다(그림 5).
▲그림 5. 수변식생 버드나무군락의 탄소흡수능 (NEP)을 보여주는
모식도. 버드나무군락의 탄소흡수능력 (16.3 ton ha-1 yr-1)은
소나무군락의 세배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당면과제인 수질을 개선하고 미래 과제인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수변식생의 복원은 필수 과제가 되어야 한다.[ⓒ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