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결 기자
eco@ecomedia.co.kr | 2023-01-09 09:49:51
기후위기가 인권위기라는 국가인권위원회 발표가 있었다. 기후변화가 가져 온 영향이 인간의 권리를 위협하고 있는 현실에서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바른 인식이다. 한편, 기후위기는 환경의 위기이기도 하다. 나아가 환경위기가 해결되어야 인권위기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기후변화 시대에 가장 위험한 환경은 무엇일까?
기후변화 시대에는 기상이변이 심하고 극단기후 사상의 빈도 또한 높다. 강수량의 경우를 보면 이해가 된다. 전체강수량의 변화는 크지 않다. 그러나 강우빈도는 크게 줄었다. 그 의미는 폭우가 내릴 확률이 높거나 가뭄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상이변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입는 환경이 바로 하천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하천의 모습을 논하거나 그것의 제모습과 기능을 되찾기 위한 생태적 복원을 논할 때도 주로 하천의 종적인 측면만 거론하였지 그 폭이 크게 축소된 하천의 횡단면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천의 폭이 축소되면 우선 유속이 증가한다. 유속이 증가하면 하천의 바닥물질이 빠르게 쓸려나가 하천이 본래 갖추고 있는 다양한 미지형 (그림 1)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나아가 통수단면이 축소되어 홍수가 발생하였을 때는 그 피해를 키우고 심한 가뭄이 발생하였을 때는 미지형이 단순해 다양한 생물들이 피난처를 확보하지 못해 환경의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그 바탕이 되는 생물다양성 소실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 (아래).
그 결과는 식물의 반응을 통해 읽을 수 있다. 하천에 정착한 식물의 대부분이 수생식물보다는 절대육상식물이나 외래식물로 이루어진 결과가 그러한 반응이다. 이에 더해 하천 복원을 핑계 삼아 하천과는 전혀 관계 없는 절대육상식물, 외래종, 품종 개량한 조경 및 원예식물까지 도입하여 하천을 자연환경이 아니라 식물 전시장 정도로 꾸며 놓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초대형육상식물로 수분 소비량도 커 주변 식물에 영향을 주고 호수 시에는 홍수 소통에 지장을 초래하여 홍수 위험을 높이는 메타세쿼이아까지 도입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하천을 어떻게 관리하여 이러한 위기를 벗어나고 나아가 기후위기로부터 인권도 지켜낼 수 있을까? 우선 우리 하천의 실태를 점검해보자. 그런 다음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하천관리방법을 검토해보기로 하자.
자연하천은 지질학적 기초 하에 침식, 퇴적, 운반의 물리적작용이 반복 진행되는 과정을 통해 하천지형이 형성된다. 하천은 물이 굽이쳐 흐를 때 물이 부딪치는 충수부와 퇴적부로 구분된다. 충수부에는 급경사의 하천 절벽이 퇴적부에는 완경사의 충적지가 형성된다.
하천에서 유수는 상류에서 하류 방향으로 흐르면서 퇴적부에서 충수부 방향으로 나선흐름이 발생한다. 나선흐름에 의해 충수부는 보다 강한 침식력을 받는다. 따라서 자연하천에서는 물길 이동이 역동적으로 급변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흔히 충수부에는 집중류가 그리고 퇴적부에는 분산류가 형성되어 수심이 가장 깊은 곳은 충수부가 된다. 충수부는 측방침식이 강하여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불리하다. 퇴적부는 접근성이 양호하고 퇴적이 왕성하여 상대적으로 부영양화되어 있다.
자연하천의 횡단지형은 수역, 하중도, 수변, 홍수터 및 제방으로 구분되고, 각 부분은 서로 다른 수위와 침수체제를 갖는다. 하천제방권은 고수위권, 하중도와 홍수터는 중수위권, 그리고 수변과 수역은 저수위권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지형에 의해 구분된 각 지소는 수위와 홍수 시 침수 빈도 및 침수기간의 영향을 받아 지소에 어울리는 식생이 성립한다. 이러한 구간은 침수일수에 의해서도 구분할 수 있다 (Bittmann 1965, 환경부 1999). 저수위권인 수역은 360일 이상 침수되고, 중수위권은 185일 이상, 그리고 고수위권은 30일 이상 침수된다.
하천에서는 횡단지형에 의해 결정된 환경구배 (특히 수분구배)에 따라 대상으로 식생이 분포한다. 그 분포는 대체로 부착조류 및 플랑크톤 구역, 초본식물대, 관목림대, 연목림대 및 경목림대의 순서를 보인다. 이를 전술한 하천의 횡단지형과 대비시켜 보면, 수변, 홍수터 및 제방은 각각 대체로 초본식물대-관목림대, 관목림대-연목림대, 연목림대-경목림대에 대응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하천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특히 상류에서 계류로 접근함에 따라 이러한 차이가 뚜렷해져 단계별로 초본식생대, 관목식생대가 사라지고 연목대식물이 수변에 출현하기도 한다 (그림 2).
초본식물대는 억새속, 갈풀속, 갈대속, 여뀌속, 가래속, 어리연꽃속, 좀개구리밥속 등이 대표적이다. 관목림대는 버드나무속, 연목림대는 버드나무속과 오리나무속, 그리고 경목림대는 느릅나무속, 물푸레나무속, 느티나무속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논농사 중심의 지역에서는 하천경관의 한 부분에 해당하는 범람원을 비롯해 강변구역의 대부분을 논으로 이용해 왔다. 그리고 오늘날 그곳을 다시 도시로 개발해 왔는데 (사진 1), 이러한 사실을 해당지역의 토양 (충적토)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사진 2). 논으로 이용할 때부터 가능한 넓은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하천의 폭을 크게 좁혀 왔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하천에는 하천의 온전성은 물론 건강성까지 책임지고 있는 강변생태계가 없는 셈이다.
한국 전쟁 후 50여 년간 자연의 과정에 맡겨진 비무장 지대 및 민통선 북방지역에 가보면 실제로 과거의 논 지역에서 강변식생이 되살아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사진 1, 그림 3)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북방지역을 거쳐 농경지역으로 흐르는 강원도 양구지역의 수입천 유역에서 지난 70년간 경관 구조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농경이 계속되는 지역의 논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자연의 과정에 맡겨진 비무장지대 및 민통선 북방지역의 것은 강변식생으로 바뀌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3)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하천은 수역 (stream ecosystem)과 강변 구역 (riparian ecosystem)이 조합된 복합생태계, 즉 경관 (landscape)이다. (그림 4)
하천의 토양은 주변의 육상생태계로부터 침식되어 쓸려 내려와 쌓인 충적토로서 주변 지역의 토양과 차이를 보여 쉽게 구분이 된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하천의 공간적 범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자료에 근거하면, 우리나라에서 강변구역은 과거에는 식량을 얻기 위한 농경지로, 그리고 오늘날에는 늘어난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도시지역으로 전환되면서 그 실체가 크게 위축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하천경관의 공간적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고, 그 결과는 하천의 온전한 모습을 잃게 하였으며, 다양성과 안정성도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진 1).
특히 강변생태계는 하천경관을 이루는 핵심경관요소로서 수계와 육상생태계 모두의 생물다양성을 이루는 토대가 된다. 또 그들이 살아가면서 발휘하는 생태적 기능은 스스로의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생태계서비스 기능을 발휘해 우리 인간의 환경을 건전하고 풍부하게 유지해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존재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처럼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중요한 가치가 있는 생태적 공간을 우리만의 공간으로 전환하여 복합 생태 공간으로서의 하천경관(riverine landscape)을 수로 (waterway) 수준으로 단순화시키며 하천을 불완전한 생태적 공간으로 전락시켰다.
다행히 요즘 세계는 이처럼 온전하지 못한 자연을 되찾기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하천복원의 경우는“Room for the river” 프로젝트가 이를 대표하고 있는데 강변구역을 하천을 위한 공간으로 되돌려 주는 것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국내의 하천복원 수준이 빨리 국제 수준에 동참하여 하천환경의 온전한 폭과 생존권을 되찾고 나아가 기후위기의 시대에 인권의 위기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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