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의 습지가 폐수 온실가스 줄였다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8-26 21:54:54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폐수처리 시설의 수면 위에 식물을 심은 ‘부유식 인공습지’를 설치하면 메탄을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복잡한 첨단 설비 없이 식물과 미생물의 상호작용을 이용해 기존 폐수처리시설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수처리 분야의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으로 주목된다.

호주 RMIT대학교와 웨스턴포트 워터(Westernport Water),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연구진은 호주 남동부 필립 아일랜드의 폐수처리 석호에서 2년 동안 부유식 인공습지(Constructed Floating Wetland·CFW)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실증했다. 연구 결과는 Journal of Environmental Management에 발표됐다.

폐수처리는 전 세계 인간 유발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6%, 연간 약 7억7000만 톤CO₂e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영양물질이 풍부한 폐수는 메탄(CH₄)과 아산화질소(N₂O)를 생성하는 미생물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폐수처리 과정은 전 세계 메탄과 아산화질소 배출량의 약 7~10%와 관련돼 있다.

연구진은 웨스턴포트 워터의 코우스(Cowes) 폐수처리장 석호에 약 330㎡, 테니스코트 1.5개 크기의 부유식 플랫폼을 설치하고 토종 갈대와 사초류를 심었다. 식물은 플랫폼 위에서 자라지만 뿌리는 물속으로 길게 뻗어 미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연구진은 석호를 부유습지가 있는 처리구간과 없는 대조구간으로 나누고 태양광으로 작동하는 자동 온실가스 측정장치 Pondi를 이용해 2년 동안 배출량을 지속적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부유습지가 설치된 구간의 전체 CO₂ 환산 온실가스 배출량은 대조구보다 평균 22~31% 낮았다. 메탄 배출량은 32~66%, 이산화탄소는 24~36% 감소했으며, 아산화질소 배출량도 18% 줄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부유습지를 설치한 뒤 약 4~7개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반면 영양물질 감소 효과가 뚜렷해지는 데는 약 12개월이 걸렸다. 이는 수질 개선이 충분히 나타나기 전부터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감축 효과의 핵심으로 물속에 뻗어 있는 식물 뿌리와 그 주변에 형성되는 미생물 군집을 지목했다. RMIT의 루카스 슈스터(Lukas Schuster) 박사는 식물 뿌리가 영양물질과 오염물질을 소비하는 미생물에게 좋은 서식환경을 제공하며, 일부 미생물은 메탄 등 온실가스 감소에도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실제 폐수처리 환경에서 부유습지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장기간 확인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의미다.

다만 부유습지가 모든 수질지표를 동시에 개선한 것은 아니다. 연구에서는 총 킬달질소(TKN)가 약 12% 감소했지만 질산염과 인 농도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따라서 부유습지의 효과를 단순한 영양물질 제거시설보다 온실가스 감축과 수질관리를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자연기반 시설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부유습지의 또 다른 장점은 기존 폐수처리 석호를 대규모로 개조하지 않고도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웨스턴포트 워터는 기존 시설에 추가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수처리 기업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반시설 변경으로 배출 감축을 시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폐수처리시설에서 확인한 결과를 농업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RMIT는 멜버른 워터와 배스 코스트 랜드케어 네트워크와 함께 호주 빅토리아주의 농장 연못에 부유습지를 설치해 수질과 생물다양성, 온실가스 배출 변화를 조사하고 있다.

호주에는 약 180만 개의 농장 연못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효과가 검증될 경우 적용 범위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연구진은 다른 폐수처리 방식과 기후조건에서도 같은 감축효과가 나타나는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기 설치비와 관리비, 규제기준 역시 대규모 보급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이번 연구는 폐수처리시설을 단순한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보는 데서 나아가 식물과 미생물을 활용해 배출 자체를 줄이는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별도의 고에너지 처리설비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유습지가 수처리 분야 탄소중립을 지원하는 자연기반 기술 가운데 하나로 활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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