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폐의류, 기후위기의 또 다른 얼굴 3/5 : 재활용의 벽, 혼방섬유는 왜 다시 옷이 되지 못하는가?

글 : 최경영(한국저영향개발협회 회장 / 서울대학교 겸임교수)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5-06 10:03:49


폐의류 문제의 해법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재활용’이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섬유 재활용은 기대와 달리 매우 제한적이며, 특히 혼방섬유의 경우 사실상 재활용률이 0%에 가까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우리는 재활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이 또 다른 경로를 거쳐 결국 소각이나 매립으로 향한다.

 

현대 의류의 상당수는 면과 폴리에스터, 레이온과 나일론, 스판덱스 등 천연섬유와 합성섬유가 혼합된 형태로 제작된다. 문제는 이 혼방 구조가 물리적으로 분리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면과 폴리에스터를 섬유 수준에서 분리하려면 고도의 화학적 공정이 필요하지만, 비용과 에너지 소비가 막대해 상업적·대규모 적용은 사실상 어렵다. 기술적 가능성이 일부 연구 단계에서 제시되지만, 현실 산업 구조에서는 경제성이 성립하지 않는다.
 

결국 혼방섬유는 다시 고품질 의류로 재탄생하지 못한다. 일부는 걸레, 단열재, 매트리스 충전재 등 저부가가치 제품으로 일시적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이 역시 근본적 해결이 아니다. 이러한 ‘다운사이클링’은 제품 수명을 잠시 연장할 뿐이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폐기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종착점은 여전히 소각이나 매립이다.
 

매립되면 천연섬유 부분은 메탄을 발생시키고, 합성섬유는 장기간 미세플라스틱으로 남는다. 소각되면 섬유 속 탄소는 전량 이산화탄소로 전환된다. 즉, 혼방섬유는 재활용의 환상을 거친 뒤 결국 기후부담으로 되돌아오는 구조를 반복한다. 이것이 오늘날 폐섬유 재활용의 불편한 진실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다시 옷으로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이 탄소를 어떻게 안전하게 고정할 것인가”이다. 이 지점에서 혼방섬유는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자원이 된다. 천연섬유와 합성섬유가 혼합되어 있다는 사실은 재섬유화에는 장애물이지만, 고분자 기반 구조재로 전환할 경우에는 오히려 물성 보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에코C큐브 시스템과 같은 기술에서는 혼방섬유가 별도의 분리 과정 없이 활용될 수 있다. 재섬유화가 불가능한 혼합 폐섬유를 용융·결합하여 고강도 구조재로 전환함으로써, 소각 시 배출될 이산화탄소와 매립 시 발생할 메탄을 동시에 차단한다. 더 나아가 장기간 구조물 내에 탄소를 고정함으로써 기후위기 대응 인프라로 기능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재활용이 아니다. 혼방섬유라는 ‘문제’를 ‘자산’으로 전환하는 발상의 전환이다.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이 불가능한 물질을 새로운 탄소저장 자원으로 바꾸는 전략이다. 세계적으로도 혼합 폐섬유를 분리 없이 대규모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 해법은 매우 드물다. 그 점에서 이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에 가깝다.
 

혼방섬유는 재활용 산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러나 시각을 바꾸면, 그것은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잠재적 자원이다. 재활용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에서 진짜 해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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