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결 기자
eco@ecomedia.co.kr | 2021-08-03 10:13:38
▲ 조원택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전무
플라스틱이 탄생한 지 이제 갓 100년이 지났다. 유사 이래 이토록 짧은 기간에 인류의 삶을 송두리 채 변화시키고, 하루아침에 천국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물질이 또 있었던가?
2015년 피게너의 거북 이후 지구온난화와 해양오염에 대한 모든 비난은 플라스틱에 쏟아졌다. 가볍고 경제적이며 잘 썩지 않는 플라스틱의 장점이 사용 후 폐기되는 과정에서 그대로 단점이 되어버렸다. 어제까지 우리의 생활 곳곳에 스며있는 문명의 이기를 어느 날 오후 “플라스틱이 잘못 했네!”하며 돌아서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포장폐기물의 발생억제, 재질ㆍ구조 기준, 1회용품의 사용억제, 플라스틱 폐기물부담금제도,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도, 脫플라스틱 고고챌린지 등등 ,,, 지난 40년 동안 정부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시행해 왔다. 하나의 물질에 이렇게나 많은 규제와 경제적 부담을 강요하고 있는 물질도 드물 것이다. 그런데 왜 플라스틱 문제는 점점 더 나빠지는 것처럼 얘기할까?
정작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배출하는 소비자들은 플라스틱에 이렇게 복잡한 규제와 기업들로부터 걷어 들인 천문학적인 부담금과 분담금이 어떻게 쓰여 지고 있는지 그 사실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 1995년부터 시행된 쓰레기 종량제 제도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폐기물과 순환자원의 경계를 무너뜨렸고, 지자체가 처리해야 할 폐기물을 순환자원으로 둔갑시켜 민간에 그 처리를 일임한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는 주로 제조업자나 생산자에게 주어지고 정작 그 원료를 생산하는 거대 대기업들은 밸류 체인 내에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의 원료를 생산하는 석유화학산업, 플라스틱 제조업, 유통업자, 소비자, 재활용사업자 가 모두 플라스틱 밸류 체인에서 효용을 누려왔지만 그에 대한 책임과 부담은 정작 플라스틱 중소 제조업자와 제품생산자들만의 몫이었다.
급기야 2018년 예고된 ‘수도권 폐비닐 수거 중단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5.10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2020년에는 ‘탈 플라스틱 사회 전환정책’을 선언했다. 급기야 지난 12월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석유계 플라스틱을 전면 금지하고 100%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전환하겠다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인다. 거창한 정책과 화려한 구호와 풍부한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문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
외국은 어떨까? 북유럽 스웨덴의 경우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20세기 초반부터 해외로부터 매년 플라스틱 등 가연성 폐기물을 수입해 발전이나 난방에 사용해 왔다. 독일의 경우 폐플라스틱의 70% 이상을 시멘트 연ㆍ원료로 사용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도 시멘트, 제철 등 폐플라스틱을 열ㆍ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비중이 60%가 넘는다. 공통점은 이들 모두 열ㆍ에너지 회수를 재활용 방법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CNN이 보도한 의성 ‘폐기물산’ 문제 해결에 국내 시멘트사가 적극 나서서 해결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SRF 고형연료가 아닌 열ㆍ에너지 회수는 재활용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폐기물 처리비용을 두고 불법폐기물 수출이나 방치폐기물 기사가 하루 멀게 보도되고 있는데 인력부족으로 단속도 안 된다고 한다. 정책과 제도는 선진국인데 현실은 아니다.
자원순환은 자발적인 봉사나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정책이자 산업이며 비즈니스이다. 카트린 드 실기 는 ‘쓰레기, 문명의 그림자’에서 누군가에게는 악취와 전염병의 온상이고, 누군가에겐 노다지, 누군가에겐 예술의 영감을 주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사실 플라스틱 자원순환에는 많은 비용이 들고 있다. 국내 플라스틱 중소제조기업이 플라스틱 폐기물부담금을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반인들은 잘 모르고 있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식음료의 포장재와 용기에는 그 처리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재활용 의무생산자들은 공제조합에 가입해 재활용분담금을 납부하고 재활용사업자들로부터 재활용 실적을 구매한다. 그러나, 현행과 같이 세금계산서, 계량표를 증빙으로 하는사후 정산제도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재활용사업자가 감독기관과 짜고 허위실적자료로 수십억 원의 재활용지원금을 편취한 사례 등은 제도의 문제점을 여과 없이 보여 준다.
환경개선과 자원의 순환을 위해 이렇게 많은 단계에서 개인과 기업의 희생과 노력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사용 후 플라스틱을 재질별로 선별하고 오염물의 경우 깨끗이 세척해야 한다. 그리고 지자체는 이를 선별하여 회수ㆍ운반하고 선별하여 재활용사업자에게 매각이나 인도하고, 재활용사업자들은 이를 분쇄, 용융, 제조 단계를 거쳐 재활용제품이나 재생원료를 만들어 판매한다. 이러한 순환단계에서 많은 노력과 비용과 2차적인 환경오염과 불법적인 요인들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해 보자.
자원순환단계를 좀 더 단순하게 디자인하고 기술의 발전과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재활용방법을 현실화 하면 어떨까? 페트병 등 배출량이 많고 선별회수가 용이하면서 재활용가치가 높은 폐기물만 선별하고, 오염되거나 재질구분이 어렵거나 재활용가치가 낮은 폐플라스틱은 혼합 배출하여 열ㆍ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정부가 사업자들로부터 거둬들인 폐기물부담금이 얼마나 되고, 어떤 일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공개하도록 하면 어떨까? 일본처럼 지자체가 회수ㆍ선별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사업자에게 직접 인도하는 과정에서 재활용지원금을 지급하고 그 처리결과를 확인하도록 한다면 재활용지원금의 불법 편취사건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폐플라스틱을 시멘트 킬른 이나 제철소의 고로의 연ㆍ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재활용 방법으로 인정하고 제도적으로 지원하면 어떨까?
끝으로, 플라스틱에서 벗어나 지구온난화와 해양오염의 원인과 해결방법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자. 탄소중립 2050을 선언한 정부는 , 더 이상 영화‘카우스피라시’나 ‘씨스피라시’에서 전달하는 메시지를 외면하거나 감추면 안 된다. 왜, 플라스틱 자원순환만으로는 탄소중립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전 세계 석유채굴량의 단 4%만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며 80억의 인류가 이를 사용하고 있다. 석유의 나머지 96%는 수송, 발전, 난방에 사용되는데, 한 번 정도 플라스틱으로 사용된 후 다시 본연의 용도로 돌아간다면 플라스틱은 가장 친환경적일 수 있다. 나무에서 얻어지는 종이와 탄광에서 채굴되는 금속이 지속가능한 자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썩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썩지 않기 때문에 반환경적이 아니라, 어떻게 자원을 관리하고 순환시키냐 하는 것이 환경에 대한 올바른 자세이다.
우리의 ‘자원순환’문제점과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음 질문으로 대신하려 한다.
환경단체가 탄소 배출원으로 지목하는 자동차, 공장, 발전 發電보다 더 많은 탄소가 축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왜 말하지 않는 것일까? 해양 폐기물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0.03%에 불과하고 대규모 수산업에서 사용하는 폐어망과 어구가 50% 이상을 차지하는데 대해서는 왜 이야기 하지 않을까? 지구상 대기의 탄소 중 80%를 순환시키는 바다가 죽어가고, 열대우림이 사라져가고,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모든 혐의와 비난을 플라스틱에 돌리고 이 가을 목마에 태워 보낼 플라스틱만을 얘기하는 것은 정책의 실패를 감추고 쓰레기를 둘러싼 이권과 관련된 또 다른‘플라스피라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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