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대 연구진 “파리협정 맞추려면 올림픽 모델 근본 개편해야”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2-23 22:06:04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한 개혁을 추진해왔지만, 올림픽의 탄소 배출은 여전히 메가 이벤트 수준에서 크게 줄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로잔대학교 연구진은 올림픽이 파리협정 목표(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에 부합하려면 기술 개선이나 점진적 조정만으로는 부족하며, 경기 운영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는 수준의 추가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The Geographical Journal에 게재한 분석에서 올림픽의 탄소발자국이 2012년 이후에도 대회당 159만~450만 톤(CO₂e) 수준으로 유지돼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림픽 배출량을 파리협정 경로에 맞추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48%, 2040년 70%, 2050년 84% 감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는 구체적 사례로 2016년 리우 올림픽을 들었다. 당시 올림픽 탄소발자국은 450만 톤의 이산화탄소(CO₂)로, 보스턴 시의 연간 배출량에 근접한 규모였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올림픽은 미디어·스포츠 산업이지만, 배출 구조는 건설과 여행 부문처럼 탄소집약적”이라는 ‘역설’을 강조했다.

파리 2024는 새로운 경기장을 최소화(신규 대회장 2곳)하고 도시 내 이동을 최적화하는 등 ‘저영향 건설·교통’ 전략을 통해 배출량을 159만 톤으로 낮췄다는 점에서 전환점으로 평가됐다. 다만 연구진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외 관중의 항공 이동이 전체 탄소발자국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지적하며, 현 추세만으로는 1.5℃ 목표에 미치지 못한다고 결론지었다.

연구진이 제안한 해법의 핵심은 “올림픽의 정신과 정체성을 유지하되, 이벤트 규모를 기존 인프라에 맞게 줄이는 것”이다. 신규 건설을 억제하고, 이미 존재하는 경기장·교통망 범위 안에서 대회를 설계해 구조적으로 배출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행 부문에서는 지역 관중 중심 운영과 철도 기반 이동을 우선하고, 항공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동시에 가상현실(VR) 등 몰입형 원격 관람 옵션을 키워 팬존 접근성을 높이고, 물리적 이동 수요 자체를 줄이자는 제안도 포함됐다. 운영 전반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식물 기반 케이터링, 저탄소 운송수단 도입을 권고했다.

연구진은 이런 조치들이 올림픽의 경제 모델을 근본적으로 흔들 필요는 없다고 봤다. 수익의 핵심인 방송권과 스폰서십은 대체로 유지되며, 티켓 수입만 일부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구조 개혁을 가로막는 핵심 장애물로 지속적인 데이터 수집과 독립 검증의 부재가 지목됐다. 연구에 따르면 IOC는 유치(입찰) 단계에서 탄소발자국 추정치를 의무화하지 않고, 대회 종료 후 배출량에 대한 독립적 검증도 요구하지 않아 투명성과 수치 신뢰성이 제한된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그린워싱 위험을 줄이기 위해 주요 후원사의 환경 신뢰도를 점검하는 절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의 수석 저자인 로잔대 데이비드 고기쉬빌리는 “IOC는 2020년부터 개최 도시들에 배출 감축을 요구해왔지만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관행을 바꾸지 않은 채 ‘중립’ 발자국을 주장하도록 탄소배출권 구매의 문을 열어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 위기 속에서 올림픽이 계속 관련성을 갖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이 수사에 그치지 않고, 독립적으로 검증되는 구속력 있는 요건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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