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폐열보일러 폭발 사례를 통해 본 기술감정인 선정의 중요성

사례① 폐열보일러 폭발의 원인은 무엇이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글. 박춘식 이보엠텍(주) 대표(환경기술사·법원 특수감정인)

김한결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8-03 11:12:32

▲ 박춘식 이보엠텍(주) 대표(환경기술사·법원 특수감정인)본지는 환경·기술소송 분야의 핵심 절차인 기술감정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박춘식 이보엠텍㈜ 대표의 칼럼을 연재한다. 박 대표는 환경기술사이자 법원 특수감정인으로, 포스코와 한솔 등에서 대형 플랜트 및 환경설비 건설을 수행했으며, 24년간 폐자원 에너지화 전문기업을 경영해왔다. 국무총리 표창 수상자이자 정부·공공기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환경기술 분야의 풍부한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기술감정은 감정인이 누구로 선정되는가에 따라 감정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재판 결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바 있다.

지난 칼럼에서는 환경소송에서 기술감정이 단순한 근거자료를 넘어 사실상 판결의 핵심 근거가 될 수 있으며, 기술감정 진행 시 유의해야 할 사항들을 폭넓게 살펴보았다. 그러나 기술감정의 중요성은 단순히 감정 절차 자체가 필요하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동일한 시설과 동일한 자료를 대상으로 하더라도 감정인이 어떠한 기준을 적용하고, 어떤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분석하느냐에 따라 감정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실제로 과거 종결된 환경소송 가운데 최초 기술감정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전문심리위원의 의견 제출을 거쳐 재감정이 이루어진 사례가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본 칼럼을 연재하는 이보엠텍㈜ 박춘식 대표가 재감정인으로 선정되어 수행한 사례를 통해 감정인 선정의 중요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사례① 

폐열보일러 폭발의 원인은 무엇이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 보일러 열팽창 스토퍼.

보일러 가동 시 배관이나 본체가 뜨거워져 부피가 늘어나는 

열팽창 현상으로 인해 설비가 비정상적으로 뒤틀리거나 

파손되지 않도록, 특정 방향으로의 이동을 제한하고 지지해 주는 

안전 장치다. 만약 폭발한다면 사진속의 계장기기 등이 탈락되며 

위험한 방향으로 뒤틀림을 방지한다.


본 사건의 핵심 쟁점은 고형연료 사용시설(열분해로) 운영 중 연소로 일체형 폐열보일러에서 발생한 폭발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원인이 설계·시공자의 부실시공에 따른 하자인지 여부였다. 원고는 시설 투자 및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에 대해 피고인 설계·시공자의 하자를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는 폐열보일러 폭발 원인과 이에 따른 손해배상액 산정을 위해 법원에 기술감정을 신청하였다. 최초 감정인은 감정 결과를 통해 폐열보일러 폭발은 피고가 연소로 일체형 폐열보일러 상부에 방폭구를 어긋나게 시공한 점과, 원고가 규격화되지 않은 연료를 사용한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폭발의 책임은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있으나 피고의 책임 비중이 더 크다는 결론을 제시하였다.

특히 최초 감정인은 폭발의 원인을 연소로 일체형 폐열보일러 상부에 어긋나게 시공된 방폭구에서 찾았는데, 이 판단은 이후 원고와 피고 사이의 핵심 기술적 쟁점으로 이어졌고 장기간의 기술적 논쟁이 계속되었다. (필자의 견해로는 연소로 일체형 폐열보일러의 폭발 원인과 상부에 어긋나게 시공된 방폭구 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 방폭구.

보일러, 가열로, 가스 배관 등 밀폐된 설비 내부에서 갑작스러운 가스 폭발이나 이상 압력 상승이 발생했을 때, 압력을 안전하게 외부로 방출하여 설비 자체가 산산조각 나며 파열되는 대형 사고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즉 폭발과의 인과관계는 성립되지 않는다.

 

감정서가 법원에 제출되면 사건 당사자들은 감정 결과에 의문이 있는 부분에 대해 사실조회 등을 통해 감정인에게 보완 설명이나 의견을 요청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재판부는 감정서의 신뢰성에 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을 청취하기도 한다.

전문심리위원은 법원에 소속되거나 전문인력풀에 등록된 기술사, 박사, 교수 등으로 구성되며, 전문지식이 필요한 소송에서 의견서를 제출하거나 법정에 출석하여 전문적인 의견을 진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본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최초 감정서에 대해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을 구하면서 "과연 폭발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질의하였다.

이에 대해 전문심리위원은 열분해로 시설의 특성상 폭발이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나, 해당 시설에는 폭발에 대비한 방폭구 자체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을 새롭게 지적하였다. 그러나 최초 감정인은 이에 대해 명확한 반박이나 자신의 감정 오류를 인정하지 않은 채, 폐열보일러에서 폭발이 발생하기 전에 연소로 내부 압력이 상승하면 방폭구가 먼저 작동하여 압력을 제어해야 한다는 등의 근거가 부족한 입장을 계속 유지하였다. 

 

결국 피고는 최초 감정 결과가 열분해로에 대한 충분한 실무 경험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작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재감정을 신청하였고, 재판부는 심도 있는 검토 끝에 이를 받아들였다.

재감정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원고와 피고는 적합한 감정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며 대립하였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원고는 필자가 전문심리위원과 동일한 기술사협회 회원이라는 이유로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재감정인 선정을 반대하였다. 그러나 최초 감정인 역시 동일한 협회 소속이었다.

재판부는 전문성과 공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끝에 필자를 재감정인으로 선정하였고, 이에 따라 필자가 재감정을 수행하게 되었다.

재감정을 시작한 후 처음에는 실제 폭발이 발생했다는 전제에서 약 1~2개월 동안 사건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였다. 그러나 어떠한 분석을 하더라도 폭발의 원인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이후 사고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전제로 사건 자료를 여러 차례 다시 검토하면서 비로소 감정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폭발 당시의 사진, 사고경위서, 소방서 등 관계기관 신고 기록이 존재하지 않았고, 원고가 특정한 폭발 시간대의 운영일지와 TMS 데이터를 모두 검토한 결과 폭발로 인한 운전상의 특별한 변화도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감정 목적물과 유사한 타 현장의 운영 사례, 현장 견학 결과, 필자의 경험칙, 그리고 사고 당일의 운전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원고가 주장한 폭발사고 자체는 애초에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였다.

즉, 원고가 사진으로 제시한 폐열보일러의 손상은 피고의 부실시공으로 인해 발생한 폭발사고의 결과가 아니라고 감정하였으며, 해당 감정 결과는 판결의 핵심 근거로 인용되어 피고는 원고가 청구한 손해배상 책임을 모두 면할 수 있었다.

재판부 역시 "최초 감정인은 폭발이 발생하였음을 전제로 방폭구에 하자가 있다고 추론하였으나, 재감정 결과에 따르면 원고가 주장하는 폭발 자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폭발을 전제로 한 최초 감정 결과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하며 재감정 결과를 받아들였다.

필자는 최초 감정인이 폐열보일러의 설계 및 운영에 대한 충분한 실무 경험이 부족했던 점이 연소로 일체형 폐열보일러 상부에 어긋나게 시공된 방폭구를 폭발 원인으로 판단하게 된 배경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이 사례는 단순히 동일한 사건에서 서로 다른 감정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동일한 자료라 하더라도 감정인의 경험칙과 축적된 기술적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감정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재판 결과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피고는 재감정 절차가 진행되면서 약 2년이라는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었고, 사건 당사자들은 재판 지연에 따른 시간적·경제적 손실은 물론 재감정 비용까지 부담해야 했다. 더욱이 판결의 방향이 달라질 경우 자칫 억울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원고·피고를 비롯한 모든 사건 관계자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감정인 선정 단계에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충분한 실무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감정인이 선정될 수 있도록 감정인이 제출한 경력과 이력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또한 유사 프로젝트 수행 경험과 설계·시공·운영 전반에 걸친 실무 경력을 종합적으로 확인한 후 감정인을 선정하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기술감정은 단순히 전문가 한 사람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아니다. 감정인의 전문성과 경험이 재판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감정인 선정은 기술감정 절차의 시작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 본 사례는 사건 당사자의 신원, 사건 발생 지역, 관할 법원, 사건번호 등이 특정되지 않도록 필요한 사항을 모두 익명화하여 기술하였음을 밝혀둔다.

 

[ⓒ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