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eco@ecomedia.co.kr | 2014-06-05 11:22:02
장기 건설침체 속 건축주, 발주처 저질 중국산 유혹 뿌리치지 못해
철강업계 제살 깎기 먹기식 자정노력 필요..정부 덤핑제소 우려 소극적 대응
서울 한 토목공사 현장소장은 이런 볼멘소리를 던졌다.
중국 천진 한 철강수입업체 대표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중국산 철강재에 대해 "우린(중국산) 가격경쟁력에서 앞서기 때문에 한국 바이어들로부터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며 "지난해 대비 물동량이 2배로 늘어 한국행 선박에 선적을 밤낮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측(바이어)에서 원하는 만큼 가격을 맞출 수 있다"며 "지난달도 중국산 철강재를 찾는 건수가 100건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으로 직접 중국산 철강재를 취급하고 있다. 현재 상해시를 비롯 링보 천진 청도, 연태에서 공장을 운영하다고 소개한 박 모 대표의 말은 충격적이다.
중국내에서 안전도에 포함되는 H빔, 철판, 앵글 등 철강재의 강도시험은 한번 출하할때 내놓은 것 외는 어떤 검사도 없다"면서 "습기에 약해 부식을 촉진시키는 등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산 철강재 품질인증은 사실상 우리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일이 건설현장 철강재에 대한 품질 기준 강화 단속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입장도 국토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철강협회는 그 동안 일정 규모의 공사에서 KS 품질 기준 미달한 비KS철근에서 부터 H형강 후판 등을 사용할 경우 건설기준관리법 위반으로 신고대상이라고 적극 홍보를 했었다.
그러나 국내 건설현장에 쓰이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 범람이 오늘 내일 일이 아니다.
안전불감증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는 원가절감, 공사비 최소화라는 슬로건을 내걸 정도로, 자재에 대한 일명 가격에 대한 후려치기가 만연되고 있다.
지난해 인천 송도 대단지 아파트 신축에 쓰여진 외벽 골조에는 저가형 중국산 철강재가 들어가 입주민들이 분양을 미루고 대책을 촉구하는 사태가 불거져 나오기 까지 했었다.
국내 철강업체와 건설업계는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대형 공공건물이나, 대형 토목현장에서 쓰는 철강재는 물론 일부 부속자재까지, 중국산에 밀려 쓰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물 골조용도인 대부분 쓰이는 중국산 H형강은 지난해 수입물량은 92만여톤에 달하는데 전년 대비 30%나 늘었다.
콘크리트 보강용도로 사용되는 철근은 더 심각하다.
이 역시 지난해 총 수입량 46만7000톤 중 64%가 중국에서 들여온 제품이었다. 이로 인한 무역적자도 급증해 대 중국 철강교역의 경우 2005년 적자로 돌아선 후, 2012년까지 8년간 296억달러(적자량 4500만톤)의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건축 토목현장에서 기둥이 되고 뼛대가 되는 가장 중요한 골조로 쓰이는 철강재가 저가의 품질은 저질의 중국산이 국가 건설현장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
수입산 중국 철강재 중에는 안전규격에 합격점을 받을 수 없는 품질이 떨어진 저질 철강재가 많아 쓰이지기 시작은 한것은 MB정부 4대강 사업때부터다.
토목업계 30년차 지난해 임원급으로 명퇴한 차 모씨는 "공사수주 발주할 때부터 회사측과, 발주처, 감리사들은 저가 중국산 철강재를 쓰는 어떤 제재도 없었다"고 말했다.
대형 공사현장이 이러는데 중소형 현장에는 노골적으로 중국산을 쓰는 것이 당연하게 될 정도다.
건물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점이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골조 설계전문가는 "안전 보장은 물론 빠르게 부식이 되고, 지진은 외부의 충격에 금이 가는 철강재를 쓴다면 모래 위에 집을 짓고 다리를 세우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안산시 시화공단 철강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국내 수입된 중국 철강재들 중에는 제품의 무게를 표시중량보다 과도하게 줄이거나 불순물이 포함된 철강재가 많다"며 "우리도 쓰고 싶지 않지만 시공사측에서 이를 찾기 때문에 매년 중국산 매출이 15% 느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국내 건설사들은 중국산 철강재의 품질이 곧 안전성, 100년 가는 건축 토목현장에서 외치는 구호는 허구인셈.
중국산과 국내산과 품질은 분명하게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현장은 품질이 떨어지는 걸 알면서도 건축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는 실정이다.
최근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고심한 부분도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범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저질 중국산 철강재 유통에 대해 강력한 제재에 손놓고 있는 것도 자칫 중국 정부와 무역마찰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중FTA 협상 테이블에서도 양국 관계자는 지적된 중국산 철강재의 품질 보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보니 국내 철강업체들도 출혈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포스코가 동부제철을 인수를 위한 마지막 협상을 마무리 단계도 장기간 중국산 철강재가 한몫한 것도 작용했다.
포스코 해외영업부문 한 관계자는 "수입산 H형강을 비롯 열연코이르 열연박판, 냉연강판 등 수십종의 제품중 중국산과 틈새에서 가격경쟁 등으로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다"며 "중국업계가 터무니 없는 가격공세로 시달렸다"고 말했다.
올 1월 톤당 80만원대 국산 H형강에 비해 중국산은 톤당 61만원까지 떨어졌다.
급기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철강재를 톤당 73만원대에서 5월에 63만원으로 10만원을 낮추는 제살깎기를 단행했다. 출혈이 클 수밖에 없다.
철강유통업계는 올 3/4분기 기준으로 톤당 53만원대로 추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의 저가수출 공세는 이어지는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 철강협회는 중국 정부까지 세제혜택 등 각종 지원책을 내놓으며 수출을 독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 중국의 철강재 수출물량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약 3000만톤, 하반기를 약 45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철구조물 제작업체 730여개사, 철강유통업계 615개사는 단체행동을 해서라도 중국과 협의를 통해 수출자제를 요청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중국산 제품을 반덤핑제소까지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정부도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줘야 하는 입장은 고려, 최근 중국 정부가 철강생산을 2018년까지 8000만톤 이상의 감산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포스코, 현대제철 등이 긴장하는 것은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중국 철강업계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건설용 철강재에서 벗어나, 가전제품, 자동차 강판 등으로 눈을 돌려고 있기 때문이다.
△ 인천공장을 비롯 포항과 당진에서 생산되는
철근은 D10mm에서 D57mm까지 규격이 다양
하다. 현대제철은 2001년에 항복강도가 25%
이상 높은 수퍼바를 개발 건물의 사용공간 확대
및 초고층화를 실현 가능하게 해 공사비 절감
에도 크게 기여했다. <사진 현대제철 제공>
중국업계가 턱밑까지 추격해온 가운데 포스코, 현대제철이 가지고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중 하나인 냉연강판 등 생산에 눈독을 돌리려는 움직임이다.
냉연강판 경우 올 1~4월 중국산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28만5000톤을 기록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많은 국가들이 자국 철강 시장보호를 위해 수입을 규제하는 세이프가드제도나 반덤핑관세 등 무역구제 제도를 운영하는 것처럼 철강업계가 하나로 뭉쳐 품질개선 및 마케팅 강화 등 공동대응이 필요해보인다"고 밝혔다.
철강협회는 그 동안 건설시장 등에서 올바른 철강재 소비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왔다.
현재 KS미인증 철강재를 사용하는 건설현장의 경우, 시공사는 물론 수입업체와 국내 유통업체에게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업계는 솜방망이 처벌, 근본적인 국내 철강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대책 마련이 없이는 중국산 철강재를 쓰는 건축주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힘겨워 보인다. 단속 역시 미미하다.
한편 현행법에 따르면 H형강을 공사에 사용하는 경우 KS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거나 국공립시험기관 및 품질검사전문기관에 검사를 의뢰해 KS와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부적절한 신고대상은 ▲일정 규모 이상 건설현장에 사용되는 철근 건설용 후판(두께 6㎜ 이상 강판)중 KS 품질기준에 미달되는 철강재 ▲원산지 표시가 부착되지 않은 채로 가공 유통되는 수입산 형강 제품 ▲품질시험 성적서(밀시트)가 위변조돼 유통되는 철강재 ▲스테인리스 200계가 300계로 오용돼 사용된 철강재 등이 부적합 철강재 신고 대상이다. [환경미디어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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