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8-06 22:31:26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건물 옥상에서 모은 빗물을 폭염 때 지붕에 뿌리면 실내 냉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줄이고 도시 온도와 폭염 강도까지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로 도시의 극한 고온이 심화되는 가운데 빗물 저장시설을 침수 대응뿐 아니라 폭염 적응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연구진은 옥상에서 수집한 빗물을 저장했다가 기온이 높을 때 건물 지붕에 자동으로 분사하는 냉각시스템의 효과를 분석했다. 공정 기반 수치모형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스 퓨처(Earth’s Future)에 게재됐다.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기온 상승과 폭염 장기화로 온열질환 위험이 높아지고 전력과 기반시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에어컨은 실내 열 피해를 줄이는 데 필수적이지만, 전력 소비를 증가시키고 실외기로 배출되는 폐열을 통해 도시 외부 온도를 다시 높이는 부작용이 있다.
물의 증발을 이용해 건물과 도시를 식히는 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완화할 수 있지만, 폭염 시기에는 물 사용량 증가와 공급 제약 때문에 활용이 쉽지 않다. 연구진은 별도의 상수도 대신 평소 옥상에서 모은 빗물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연구진은 도쿄를 사례 지역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빗물 저장용량과 살수 시점에 따른 건물 에너지 사용량과 도시기온 변화를 모의실험했다. 그 결과 지붕에 물을 분사하면 증발 과정에서 열이 흡수돼 옥상 표면 온도가 내려가고, 건물 내부로 전달되는 열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에 유입되는 열이 감소하면서 에어컨 사용량도 줄었으며, 이에 따라 실외기에서 도시로 배출되는 폐열도 감소했다. 이러한 효과가 결합되면서 도시 전체의 기온이 낮아지고 폭염 발생 일수와 극심한 폭염의 강도도 완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에 참여한 중화정 맨체스터대학교 박사는 “에어컨은 시민의 안전과 쾌적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도시 환경에 추가적인 열을 방출한다”며 “옥상에서 빗물을 수집해 전략적으로 냉각에 활용하면 에너지 수요와 도시기온을 동시에 낮추는 실용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해일수록 옥상 빗물 냉각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지속되면서 폭염이 강해질수록 이 같은 시스템의 필요성과 활용 가치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빗물 저장탱크의 크기나 전체 사용량보다 물을 언제 뿌리는지가 냉각 성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과 일사량이 가장 높은 시간대에 맞춰 물을 분사할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물로도 높은 냉각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반면 탱크를 크게 설치해 많은 물을 사용하더라도 분사 시점이 적절하지 않으면 에너지 절감과 폭염 완화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저장용량을 크게 늘려도 효과가 비례해 증가하지는 않았다. 일부 물은 증발하지 않은 채 지붕에 남았고, 추가로 투입한 물이 모두 냉각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시스템을 설계할 때 단순히 저장용량을 확대하기보다 기상정보와 지붕 온도, 증발 조건을 반영해 살수 시점을 정밀하게 제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빗물 냉각시스템의 경제성 확보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형 탱크와 설비를 설치하기보다 건물 특성과 지역 기후에 맞는 저장용량을 산정하고 자동제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방법이 지방정부와 도시계획가들이 지역별 기후조건과 물 확보량, 시설비, 건축규제 등을 고려해 빗물 냉각시스템의 도입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옥상 빗물 저장시설은 도시열을 낮추는 것뿐 아니라 집중호우 때 우수 유출량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강우 시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면 하수관로로 한꺼번에 유입되는 유량을 낮춰 도심 침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실제 도입을 위해서는 지역별 강우 특성과 폭염 시기 사이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비가 내린 뒤 장기간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지역에서는 저장된 물이 폭염 기간까지 충분히 남아 있는지 검토해야 하며, 수질과 설비 유지관리, 건물 구조의 하중 문제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연구진은 옥상 빗물 냉각이 도시 폭염 문제를 단독으로 해결하는 기술이라기보다 녹지 확대와 차열도료, 그늘막, 고효율 냉방설비 등과 결합해야 할 기후 적응수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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