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기자
eco@ecomedia.co.kr | 2020-07-05 11:31:24
‘재포장 관련 가이드라인’ 애매한 표현이 ‘오해’
논란의 촉발은 묶음 포장의 용도가 판촉 목적이냐 아니냐에 기준을 두고 국내 모 언론사에서 “묶음할인 세계 최초로 금지... 라면·맥주값 줄줄이 오를 판”이라는 제목의 보도기사를 내면서 시작됐다. ‘재포장 금지법’ 기준 가이드라인의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묶음 판매는 허용되지만
묶음 ‘할인’ 판매는 금지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필요 이상의 포장을 하지 말자는 법이 할인판매를 금지하는 법으로 잘못 인식된 이유는 뭘까?
쉽게 설명하면, 공장에서 맥주를 6개, 12개 이런 식으로 포장을 해서 포장재에 바코드를 붙여서 납품하여 판매를 하면 통상적 판매에 해당되어 재포장이 아니지만 낱개 제품을 판촉용으로 (비닐테이프 등으로) 묶어서 판매하고, 바코드가 묶음용으로 붙어있지 않고, 판매단위가 상황에 따라서 변경되는 경우에는 재포장에 해당된다. 유통업체에서 판촉용으로 낱개 제품을 그때 그때 묶어서 판매하면 재포장에 해당되는 것이다.
우유를 4개 테이프로 묶어서 판매하면서 우유 1개를 추가로 더 주는 할인을 하고 있다면 7월 1일부터는 이게 금지되는 것이다. 대신 소비자들이 낱개로 우유 4개를 사면 그냥 1개를 추가로 더 주면 된다. 굳이 테이프로 4개를 감아서 한 묶음으로 만들어서 매대에 놓지 말라는 것이다.
애초 이 법은 지난해 1월에 입법 예고돼 1년간의 협의를 거쳐 올해 1월 공포됐다. 6개월간 현장적용을 위한 준비 기간을 거쳤고 지난 6월 18일 재포장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안)이 업계에 배포됐다.
다만, 이 가이드라인(안)에 표현된 ‘재포장’ 규제 대상을 언급하면서 가격을 예시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2,000원 판매제품 2개를 묶어 2,000원에 판매하거나, 2,000원 제품 2개를 묶어 3,000원에 판매하는 경우”를 ‘재포장’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에 “하나에 2,000원 판매제품 2개를 묶어 4,000원, 3개를 묶어 6,000원에 판매”하는 경우는 ‘재포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묶음 판매제품이라도 가격을 할인하면 ‘재포장’에 해당하므로 규제 대상이라는 오해를 할 만한 표현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법에 허용된 종합제품으로써 판촉을 위한 것이 아닌 경우”라고 전제되어 있다.
다시 말해, 할인 등의 판촉 목적이 아니나 생산업체가 제품 여러 개를 묶어서 하나의 제품으로 기획해 생산했다면 그것까지 규제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환경부가 예시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제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종합제품’이란 생산단계에서 이미 여러 개를 묶거나 담아서 만든 제품을 뜻하는 업계 용어이다.
▲ 환경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재포장 규제 관련 가이드라인 내용 중 일부. <자료=환경부>
재포장 안 해도 할인행사는 얼마든지 가능
환경부는 1+1, 2+1 같은 행사 자체를 규제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재포장 금지법’ 시행 목적이 포장재를 줄이기 위한 것이니만큼 할인행사든, 아니든 상관없이 재포장만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또 제품 전체를 감싸지 않는 띠지나 고리 등으로 묶어 놓은 것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굳이 제품을 묶음 포장하지 않아도 매대 앞에 할인 정보를 보고 알아서 선택해 구매하면 자동적으로 계산할 때 할인적용이 된다. 편의점의 경우 판촉행사가 많지만 묶음 포장은 거의 없다. 가령, 1+1이나 2+1 행사를 한다는 할인 정보를 보고 소비자들이 고르면 계산대에서 알아서 할인을 적용해준다.
그럼에도 슈퍼나 대형마트에서는 여전히 재포장된 제품들이 많다. 대부분 여러 개 제품을 새로운 비닐봉투에 넣어 파는 형태다. 2+1 상품도 역시 재포장돼 있다. 포장쓰레기가 상품보다 훨씬 많이 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우유 판매대만 해도 제품 전체를 감싸는 포장 대신 띠지를 둘러 2개 묶음 제품이 대다수다. 지난 1월 환경부가 우유 판매를 콕 찍어 재포장 사례로 들면서 우유 묶음 판매는 많이 개선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제품을 2개 이상 함께 포장하거나 증정품, 사은품을 함께 포장한 경우 등 판촉을 위해 여러 개를 묶어 전체를 다시 포장한 건 규제 대상이다. 과자 여러 개를 새 봉투에 넣어 할인 판매하는 것도 포함된다. 하지만 라면 5개 들이 묶음 할인 제품과 종합선물세트 등은 공장 출시 단계부터 묶음으로 생산된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반면, 과자 여러 개를 새 봉투에 넣어 할인 판매하는 건 안 된다.
새 기준안 마련...“포장재 규제 더 강화돼야”
업계 입장에서는 ‘재포장’ 기준 자체가 모호해 혼란스러울 수 있다. 라면 묶음 포장이나 종합선물세트는 되면서 제조단계에서 과자 여러 봉지를 다시 포장해 내놓은 제품은 왜 안 되느냐 할 수 있다. 제조·생산단계에서 재포장한 것은 규제 대상 밖이라면, 이를 이용한 편법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자원순환유통센터 관계자는 “환경부가 기존에는 재포장 기준을 바코드 유무로 했으나 제조단계에서 재포장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고 변경했다”며 “이는 유통업체들이 생산단계부터 재포장을 하도록 전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생산 및 유통업체들이 스스로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쓰레기도 줄이고 소비자 혜택도 늘리는 방법들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 대부분은 “포장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불만”이라고 했다. 또 “한 개씩 사려고 해도 요즘엔 거의 묶음상품만 팔아서 선택의 기회가 오히려 줄었다”고도 했다. 과도한 포장재를 줄이자며 다음 달부터 적용하기로 한 ‘재포장 금지법’의 시행 시기가 사실상 6개월 뒤로 늦춰지면서 최근 쌓여가는 재활용폐기물 문제 해결도 뒷걸음질 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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