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2-26 21:54:23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의 해법을 설명할 때 사용되는 용어가 오히려 판단을 흐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특히 업사이클링과 다운사이클링처럼 방향성을 내포한 표현이 기술의 실제 환경적·경제적 가치를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맨체스터대 지속가능한 재료 혁신 허브 연구진이 발표한 이번 논문은 플라스틱 폐기물의 ‘수명 종료 단계(end-of-life)’ 처리 방식을 둘러싼 언어가 어떻게 가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재활용이 오랫동안 플라스틱 지속가능성의 대표 해법으로 제시돼 왔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며 일부 용어는 실질적 논의를 가리는 연막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다운사이클링은 일반적으로 품질이나 가치가 낮아진 재료를 만드는 과정으로 인식되고, 반대로 업사이클링은 더 긍정적인 의미를 띤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러한 인식이 반드시 현실을 반영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운사이클링으로 분류되는 공정에서도 충분히 고부가가치 제품이 나올 수 있으며, 업사이클링으로 불리는 경로 역시 다른 대안보다 더 큰 환경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용어 자체가 특정 기술이나 경로에 과도하게 긍정적 또는 부정적 이미지를 부여하면서, 실제 환경 영향과 경제성을 따져야 할 평가를 흐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이런 표현들이 특정 재활용 기술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과정에서 객관적 판단을 방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번 연구는 플라스틱 폐기물 솔루션이 시장에서 홍보되는 방식이 실제 성과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도 짚었다. 연구진은 재활용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최종 제품의 진짜 가치를 보다 명확히 제시해야, 올바른 폐기물 관리와 투자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동저자인 마이클 셰이버 맨체스터대 교수는 “폐플라스틱의 향방을 둘러싼 혼란스러운 용어는 가치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은 방향성 용어가 지속가능한 시스템 밖의 기술을 홍보하는 데까지 쓰이고 있는 만큼, 단어가 암시하는 품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더 신중하고 명확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단일 기술이나 단일 해법이 플라스틱 폐기물 위기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도 경계했다. 대신 플라스틱을 단순 폐기물이 아닌 복합적인 자원으로 보고, 사용 후 화학적으로 분해하거나 재가공해 여러 제품으로 순환시키는 이른바 ‘나선형 시스템(spiral system)’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예컨대 요거트 용기에서 출발한 폴리프로필렌이 자동차 부품으로 재사용되고, 이후 공원 벤치 등으로 다시 활용된 뒤, 최종적으로 화학적 분해를 통해 다시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가 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부문 간 순환 구조가 일회용 포장재에만 초점을 맞춘 접근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연구진은 플라스틱 폐기물 해법을 평가할 때, 업과 다운 같은 인상 중심의 표현보다는 전 과정 생애주기평가(LCA)와 경제성 분석을 바탕으로 최종 제품의 측정 가능한 환경적·경제적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레어 시칭거 박사는 “순환형 플라스틱 경제는 서로 경쟁하는 고립된 해법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정책, 산업, 혁신, 협력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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