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5-10-02 11:55:00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지난 9월 16일 녹색서울시민위원회와 서울환경연합이 공동주최, 주관하는 ‘제3회 종량제 30주년 포럼(재활용품 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이 로하스A플렉스에서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쓰레기 종량제 봉투 시행 30주년을 기념해 서울시 자원순환 관리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특히 종량제 봉투 속에 포함된 재활용 가능 자원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면서, 폐플라스틱 관리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포럼애서 다루어진 생활폐기물 문제와 향후 정책방향과 해결방안 등에 대해 알아보았다.
폐플라스틱 급증 환경적 문제 넘어 재정적 부담
서울연구원 박세원 연구위원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시의 쓰레기 배출량은 2014년 하루 2,900톤에서 2023년 2,300톤으로 감소했으나, 종량제 속 재활용 가능 자원은 같은 기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종량제 내 재활용 자원의 비율은 2014년 40% 수준에서 2023년 60%까지 높아졌으며, 특히 폐플라스틱은 9%에서 32%로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량제 내 주요 재활용 자원은 폐지와 폐합성수지류가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폐합성수지는 2014년 250톤에서 2023년 1,000톤으로 4배 늘었다. 발표자는 “폐플라스틱이 종량제 내 재활용 가능 자원의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며 “배출 단계부터 분리배출을 철저히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분리배출률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2014년 50% 수준에서 2023년에는 24%까지 떨어지면서, 분리배출량 또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폐지류의 급격한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는 분리배출 혼란을 줄이기 위해 2025년 7월 ‘표준 배출 기준안’을 마련하고, 모바일 앱을 통해 시민에게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 수거 영역에서는 혼합 배출과 압축 운반으로 인해 선별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여전하다. 현재 서울시가 운영 중인 공공 선별시설은 15곳이며, 선별률은 민간(66%)보다 낮은 61%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개선 방안으로 ▲종량제 봉투 가격 현실화를 통한 분리배출 유도 ▲재활용 정거장 확대 ▲혼합 수거 방식 개선 ▲선별시설 표준 공정 도입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강화 등을 제시했다. 특히 “폐플라스틱 급증은 환경적 문제를 넘어 재정적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며 “배출자뿐 아니라 생산 기업도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 속 세부적이고 복잡한 관리 필요
뒤이어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쓰레기 종량제 30주년을 맞아 재활용률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배달 문화 확산,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분리배출률이 오히려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기존의 “잘 버리자” 수준을 넘어 품목별 맞춤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먼저 페트(PET) 재질의 시트 트레이 문제를 짚었다. 계란판·샌드위치·도시락 용기 등이 대표적인데, 공공 선별장에서는 이를 선별하지 않아 잔재물로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재생 원료 전량을 중국 수출에 의존하는 구조 탓에 시장 변동 시 재활용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EPR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국내 안정적 수요 창출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종이팩의 경우 재활용률이 15%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종이와 섞여 폐지로 처리되면서 별도 재활용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분리배출장에 종이팩 전용 수거함을 설치하고, 이를 민간 수거업체가 매입·선별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 서초구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 사업을 운영 중이다.
또한 폐비닐 문제는 ‘전용 봉투’보다는 단순히 비닐 안에 비닐을 모아 배출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더 나아가 종량제 봉투 전처리 선별시설을 확대해 소각 전 단계에서 재활용 품목을 걸러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지속가능 항공 연료(SAF)’와도 연결된다. 폐비닐 열분해유가 항공 연료의 원료가 될 수 있으나, 국내는 안정적 공급 기반이 부족해 관련 산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활 속 소규모 폐기물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폐식용유는 음식물 쓰레기와 통합 배출 후 자원화 업체에서 기름을 분리·활용하는 방안 ▲커피 찌꺼기의 바이오가스·고부가가치 종이 원료 활용 ▲동물 뼈를 통한 인(燐) 회수 ▲기저귀 재활용 체계 마련 등이 대표적이다.
홍 소장은 “순환경제와 제로웨이스트로 가기 위해서는 작은 품목 하나하나의 물질 흐름을 정교하게 관리하는 세심한 체계가 필요하다”며 “큰 틀의 구호보다 생활 속 세부적이고 복잡한 관리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도시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주민 참여와 보상 통해 재활용 체계 개선해야
한편 토론회에서는 전문가와 시민단체, 지자체 관계자들이 모여 지역 차원의 재활용 체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포럼은 생산 단계에서의 규제나 재질 구조 개선보다는, 생활 현장에서의 분리배출·선별·수거 체계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개선할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참석자들은 먼저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재활용 어려움 등급 표시가 사실상 형식적으로만 이뤄지고 있어 실질적인 개선이 없다”며 “스티로폼이나 색깔 있는 플라스틱처럼 애초에 재활용이 불가능한 제품은 사용 금지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알루미늄 캔 라벨이 붙은 페트병 같은 복합 재질 제품이 늘어나면서 분리배출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점도 강조됐다.
주민 참여와 보상 문제도 논의됐다. 아파트 단지에서 대량으로 분리된 재활용품은 판매 가치가 높아 수익이 발생하지만, 주택가 개별 배출품은 수거·선별 비용이 더 크다는 차이가 지적됐다. 이에 대해 “주택가 주민에게 별도 보상을 해줄 것이 아니라, 종량제 봉투를 통해 이미 기본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제주도의 ‘클린하우스’ 사례처럼 집하 시설과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으나,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공간과 운영 문제로 현실적 제약이 크다는 점이 지적됐다.
무조건 재활용 확대보다는 재사용 확대해야
오현주 마포 자원순환넷 대표는 “서울시가 재활용만 강조하는데, 실제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16%에 불과하다”며 “재활용보다 원천 감량과 재사용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덴마크 오르후스 시의 사례를 언급하며 “소각 정책 대신 재사용 용기 정책을 시행해 85% 회수율을 달성했다”며 서울시도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수막 재활용, 일회용 기저귀 문제 등도 지적하며 “무조건적인 재활용 확대보다는 친환경 대체재와 재사용 문화 확산에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북구청은 유일하게 직영으로 운영하는 재활용 선별장 사례를 공유했다. 강북구청 재활용운영팀 이영훈 팀장은 “선별장 설비 노후화로 현대화가 시급하다”며 “주민 인식 개선과 품목별 수거 강화, 인센티브 제도 도입, 재생에너지 업사이클링 확대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폐기물협회 성낙근 실장은 분리배출 안내 앱 ‘내손안의 분리배출’과 새로 개설된 홈페이지를 소개했다. 그는 “2018년 폐비닐 수거 대란 이후 분리배출 홍보가 강화됐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혼선이 많다”며 “시민들이 쉽게 정보를 찾고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생산 단계에서부터 책임 강화해야
성정림 강일환경자원봉사캠프장은 주민센터 앞에 설치된 ‘슈퍼빈’ 페트병 수거기를 사례로 들었다. “다른 재활용품보다 두 배 이상 단가가 높아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보상 체계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폐기물 정책이 주민들에게 너무 어렵게 전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생산 단계에서부터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식품 포장지에 영양성분 표시가 있듯, 제품 포장에 QR코드를 넣어 폐기 방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명환 서울시 재활용기획팀장은 “분리배출이 시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며 “고무장갑 등 불명확했던 품목 기준을 정리하고 자치구 조례 개정을 요청해 일부는 이미 개정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60여 개 생활폐기물 품목에 대해 세부 배출 기준을 마련했으며, 깨진 유리 등은 종량제 봉투로 소량 배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선별시설 처리 능력을 확충해 은평·강동 광역자원순환센터 개설로 하루 179톤까지 확대했으며, 내년에도 추가 현대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재활용 기반 확충 방안도 소개됐다. 서초구 아파트 단지에 종이팩 전용 수거함을 설치해 시범 운영 중이며, 폐비닐 전용 봉투 배포, 프랜차이즈 협회와의 캠페인, 폐현수막 수거율 제고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2차전지·소형 가전 수거함도 올해 말부터 대규모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번 포럼은 재활용률 제고라는 기존 목표에서 나아가 ▲생산단계 재질 구조 개선 필요성 ▲주민 참여와 보상 체계 ▲외국인 대상 다국어 안내 ▲재사용·원천 감량 중심 전환 ▲선별장 현대화 및 주민 견학 및 참여 확대 ▲정보 접근성 강화 등 다양한 개선 과제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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