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투입한 민자고속도로 비점오염시설, 제 기능 못하나

환경단체, 화성-광주·서부내륙고속도로 현장조사 결과 공개
슬러지·토사 방치부터 유지관리비 5,040억원 의혹까지…“관리·감독 전반 재점검해야”

김한결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9-11 12:01:47

[환경미디어=김한결 기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민자고속도로 비점오염저감시설의 관리 실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단체가 일부 민자고속도로에 설치된 비점오염저감시설을 현장 조사한 결과, 시설 내부에 폐수와 슬러지가 장기간 쌓여 있거나 유입부가 토사와 협잡물로 막히는 등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가 확인됐다고 주장하면서다.

특히 서부내륙고속도로의 경우 장기간 민자 운영기간을 기준으로 비점오염저감시설 유지관리비가 수천억원 규모로 책정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사)환경과사람들과 환경단체연대회의는 지난 10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성-광주 민자고속도로와 서부내륙고속도로 평택-부여 구간의 비점오염저감시설 관리 실태를 공개했다. 단체들은 관련 사업시행자와 주무관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법령 위반 및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형사고발에 나서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 비점오염관리정상화시민연대는 9월 10일 국회 앞에서 비점오염저감 시설의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점오염저감시설, 현장에서는 ‘방치’ 주장
비점오염은 공장이나 하수처리장처럼 특정한 배출구를 통해 발생하는 점오염원과 달리 도로·주차장·토지 등에 쌓여 있던 오염물질이 강우 때 빗물과 함께 하천 등으로 유출되는 형태다.

고속도로는 차량 통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오염물질과 도로에 축적된 토사 등이 강우와 함께 유출될 수 있어 적절한 비점오염 관리가 요구된다.

이에 따라 고속도로 등에는 빗물에 섞여 유출되는 오염물질을 저감하기 위한 시설이 설치된다.

그러나 환경단체의 현장조사에서는 이 같은 시설이 설치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실질적인 수질오염 저감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단체들이 조사한 화성-광주 민자고속도로 일부 여과형 비점오염저감시설에서는 시설 내부에 폐수와 폐기물이 장기간 정체돼 여과재의 기능이 상실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 빗물이 시설 내부로 유입되는 측구가 토사와 협잡물로 막혀 정상적인 유입 자체가 어려운 곳도 있었으며, 악취와 해충까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비점오염저감시설은 설치 이후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이뤄져야 본래의 처리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협의사항 이행 여부도 쟁점
환경단체는 단순한 시설 관리 부실을 넘어 환경영향평가 당시의 협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됐는지도 문제 삼고 있다.

단체 측에 따르면 해당 구간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수질오염총량관리제 준수와 사업 변경 시 관계기관과의 사전 협의 등이 요구됐지만, 일부 구간에서 당초 계획된 비점오염저감시설 대신 도로청소차 운행으로 대책이 변경됐다는 주장이다.

단체는 이러한 변경이 관계기관과 충분한 협의 없이 이뤄졌다면 행정절차와 수질오염 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도로청소차 운행이 실제 비점오염 저감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 당초 계획된 시설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관리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부내륙고속도로, 유지관리비 5,040억원 의혹
서부내륙고속도로에서는 시설 관리 문제와 함께 유지관리비 산정의 적정성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다.

환경단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부내륙고속도로 일부 구간의 비점오염저감시설에서는 수조 내 슬러지 퇴적, 계곡수의 상시 유입, 유출구 협소에 따른 배수 불량, 시설을 뒤덮은 덩굴식물 등으로 인해 점검과 유지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태가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유지관리 비용으로까지 확대됐다.

단체는 국정감사 제출 자료를 근거로 서부내륙고속도로 비점오염저감시설의 연간 유지관리비가 약 126억원이며, 40년 민자 운영기간 동안 누적 약 5,0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산정됐다고 밝혔다.

단체 측은 일반적인 여과형 시설의 유지관리 비용과 비교할 때 이 같은 금액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5,040억원이 실제 집행된 비용인지, 계약 또는 사업계획상 산정된 총 유지관리비인지, 산정 과정에서 어떤 항목이 포함됐는지는 해당 보도자료만으로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유지관리비가 적정하게 산정됐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시설 수와 규모, 유지관리 방식, 계약 조건, 인건비·장비비·폐기물 처리비 등 세부 원가자료에 대한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시속 5~10km’ 도로청소차 운행도 도마
비점오염 관리대책으로 활용되고 있는 도로청소차의 운행 방식도 논란이 됐다.

환경단체는 일부 고속도로에서 비점오염 저감을 목적으로 시속 5~10km 수준의 저속으로 도로청소차가 운행되고 있다며, 자동차전용도로의 교통안전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구간은 비점오염 저감대책으로 도로청소차 운행이 계획돼 있었지만, 시민단체가 CCTV를 통해 확인한 결과 실제 운행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서류상으로는 비점오염 관리대책이 존재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른바 ‘서류상 관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도로청소차를 활용하는 경우에도 단순히 운행계획과 운행일지를 제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운행 여부와 운행시간, 운행경로, 수거량 및 수거된 오염물질의 처리 과정 등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설 설치보다 중요한 것은 ‘유지관리’
비점오염저감시설을 둘러싼 이번 논란의 핵심은 시설을 설치하는 것과 실제로 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데 있다.

비점오염저감시설은 강우가 발생했을 때 제 기능을 해야 하기 때문에 평상시 시설 내부에 토사나 슬러지가 쌓이거나 유입·배수시설이 막히면 실제 강우 상황에서 처리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설 설치 이후의 정기적인 점검과 청소, 여과재 관리, 슬러지 및 폐기물 처리, 유입·유출부 관리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민자사업으로 건설된 환경시설의 경우 시설 설치비뿐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유지관리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얼마를 투입했는가’보다 ‘투입된 비용만큼 환경적 성과가 발생하고 있는가’를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무관청 관리·감독도 도마 위
환경단체는 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자뿐 아니라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에도 책임을 물었다.

단체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등 관련 기관이 시설 관리와 관련해 이행명령 등의 공문을 발송했지만, 실제 현장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점검이나 폐수·폐기물 처리 증빙 검증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운행일지와 GPS 자료, 위탁처리 확인서 등 실제 관리가 이뤄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환경시설은 설치 이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막대한 설치비와 유지관리비를 투입하고도 환경적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행정기관 역시 사업자가 제출하는 서류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현장 점검과 데이터 검증을 병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 감사·재검토 및 제도 개선 요구
환경단체는 이번 현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 사업자와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법령 위반 및 직무유기 혐의의 형사고발에 나섰다고 밝혔다.

또 유지관리비 산정 근거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감사, 도로청소차 운영방식 개선, 비점오염저감시설의 설치부터 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에 대한 관리체계 개선을 요구했다.

(사)환경과사람들 최병환 대표는 현장에서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됐음에도 제대로 된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과도한 유지관리비 산정 근거를 재검토하고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비효율적이고 위험한 도로청소차 운행을 중단하고 비점오염저감시설 전 과정에서 투명성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설치 실적’ 아닌 ‘환경성과’ 중심으로 관리해야
이번 논란은 비점오염저감시설 관리정책이 시설 설치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환경성과를 검증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시설이 계획대로 설치됐는지뿐 아니라 ▲정상 가동 여부 ▲여과재 및 슬러지 관리 상태 ▲강우 시 처리능력 ▲유입·유출부 관리 ▲폐기물 처리 과정 ▲유지관리 비용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특히 민자고속도로와 같이 장기간 운영되는 사업에서는 수십 년에 걸쳐 발생하는 유지관리비가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업 초기 단계부터 유지관리비 산정 근거와 실제 집행내역을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번에 제기된 의혹 역시 향후 수사와 관계기관의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구체적인 실체가 밝혀져야 한다.

비점오염은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강우 때마다 하천과 수계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환경오염원이다.

수백억원,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환경시설이라면 더욱 그렇다.

시설을 설치했다는 사실만으로 환경정책의 성과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투입된 비용만큼 환경오염을 줄이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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