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모래 채굴, 자연 회복 속도 넘어섰다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7-22 22:29:42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도시와 도로, 항만, 해안 방어시설 건설에 쓰이는 강 모래와 자갈이 자연이 보충할 수 있는 속도보다 빠르게 채취되고 있다는 글로벌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무분별한 모래 채굴은 강바닥 침식과 지하수위 저하, 수질 악화, 해안·삼각주 지역의 염수 침투를 유발하며, 장기적으로는 지역사회 생계와 기반시설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NTU Singapore) 연구진이 주도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1974년 이후 발표된 411건의 동료심사 논문을 검토해 강 모래·자갈 채굴의 규모와 영향, 관리 방안을 종합 분석했다. 이번 리뷰 논문은 국제학술지 Reviews of Geophysics에 게재됐다.

모래는 콘크리트, 도로, 토지 매립, 해안 보호시설 등 현대 인프라 건설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도시화와 인프라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많은 강에서 연간 모래와 자갈 채취량이 자연 퇴적물 공급량을 몇 배씩 초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래가 과도하게 채굴되면 강바닥은 깊어지고 강둑은 약해진다. 이는 다리, 도로, 건물 등 기반시설의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 지하수위가 낮아지고 수질이 악화되며, 하류와 삼각주에서는 바닷물이 더 내륙으로 침투할 가능성이 커진다. 농업, 어업, 하천 서식지, 지역 주민의 생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NTU 국립교육원(NIE) 에드워드 박 부교수는 “모래는 싱가포르와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도시 성장에 필수적이지만, 채취 과정은 강과 그 강에 의존하는 지역사회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모래 채굴을 개별 사업장 문제가 아니라 강 유역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현재 많은 국가에서 모래 채굴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기본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검토 대상 연구 가운데 실제 채취 규모를 정량화한 연구는 27%에 그쳤고, 수요를 유발하는 요인을 분석한 연구는 24%에 불과했다. 반면 69%는 채굴이 초래한 영향에 집중했다. 문제가 이미 발생한 뒤에야 대응하는 구조라는 의미다.

메콩강 사례는 과도한 채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메콩강에서 허용 가능한 채취량이 약 2천만 톤 수준임에도 실제로는 5천만 톤 이상이 추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허용 한도를 150% 이상 초과한 규모이며, 전체 채취량의 약 60%는 불법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지속가능한 모래 채굴을 위해 ‘퇴적물 예산’에 기반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퇴적물 예산은 강이 일정 기간 동안 자연적으로 공급하고 보충할 수 있는 모래와 자갈의 양을 추정하는 개념이다. 채굴 허가와 한도는 이 자연 공급량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설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위성, 드론, 소나, 현장조사, 하천 모델링을 결합한 통합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 위성 이미지는 대규모 강이나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 준설 선박과 채굴 지점을 파악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드론과 고해상도 항공 이미지는 소규모 채굴지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강바닥 형태와 깊이를 측정하는 수심측량과 반복적인 소나 조사는 실제로 얼마나 많은 퇴적물이 제거됐는지, 강바닥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데이터는 하천 모델과 결합해 다양한 채굴 수준에서 강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침식 위험이 큰 구간,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 채굴 금지구역을 설정하고 불법 채굴을 조기에 탐지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특히 동남아시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빠른 도시 개발과 인프라 확충으로 건설용 모래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와 같은 도시국가는 자체 건설 수요뿐 아니라 모래와 건축 자재를 공급하는 지역 공급망의 지속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연구진은 공급 측면의 규제와 함께 수요 감축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설 과정에서 모래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가공된 건설폐기물, 재활용 유리, 소각 바닥재 등 대체 자재를 개발하면 강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일 수 있다. NTU 토목·환경공학 분야 연구진도 처리된 소각 바닥재와 재활용 자재를 건설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강 모래가 단순한 건설 자재가 아니라 하천 생태계와 지역사회 안전을 지탱하는 핵심 자연자원임을 보여준다. 도시 성장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면서도 강과 삼각주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채굴 위치와 규모를 투명하게 추적하고, 자연이 회복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모래를 이용하는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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