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남종 한국환경산업협회장 "협회가 정부와 산업계를 연결하는 플랫폼 돼야"

"한국환경산업협회 환경기업이 가장 먼저 찾는 산업 플랫폼으로 만들 것"

김한결 기자

eco@ecomedia.co.kr | 2026-10-07 12:53:40



“환경산업이 발전하려면 결국 환경산업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야 합니다. 서로 중지를 모으고 정책을 개발하고 협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유남종 한국환경산업협회장은 국내 환경산업이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환경시장이 100조 원대 규모로 성장했지만 기존 공공시설 중심 시장은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고, 많은 환경기업들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좋은 기술을 보유하고도 실증과 레퍼런스 부족으로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 환경기업들이 적지 않은 만큼, 환경산업의 성장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유 회장의 생각이다.


유 회장은 올해 제5대 한국환경산업협회장으로 취임했다. 1989년부터 환경산업 현장에서 활동해 온 그는 대기업 출신 인사가 아닌 전문 환경기업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협회장에 올랐다. 그는 협회장 취임을 계기로 협회의 역할부터 다시 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으로 협회를 ‘환경산업 가치 창출의 허브이자 기업이 가장 먼저 찾는 조직’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회원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듣고 이를 정책과 시장의 변화로 연결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협회의 가치 높일 것
유남종 회장이 협회장 취임 이후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의외로 거창한 산업정책이 아니었다. 바로 협회가 회원사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였다.


유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산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협회에서 뭔가를 얻어 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막상 회장이 되어 보니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협회가 환경부 관련 사업을 수행하는 데 상당한 인력과 역량을 투입하고 있지만, 정작 산업계의 목소리를 모으고 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기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협회가 환경부에서 내려오는 사업을 수행하는 부분이 꽤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산업계에 대한 자체적인 미션이나 기능이 많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는 협회 내부의 변화 역시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변화와 혁신이라는 게 기업만 어려운 게 아니더라고요. 협회도 기존에 해오던 방식이 있으니까 조직을 바꾸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실제로 유 회장은 산업계 지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지원팀을 만들고 상임부회장, 사무국장 등과 함께 협회의 역할을 재정비하고 있다. 회원사가 협회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 유남종 한국환경산업협회장


그가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회원 수 확대가 아니다.
“그냥 회원사를 불러 모은다고 누가 들어오겠습니까. 회원사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주고, 협회에 가입하면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현재 환경산업협회 회원사는 약 350개 수준이며, 회비 미납 문제 등도 안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환경산업 자체가 수질·대기·폐기물·자원순환·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로 나뉘어 있어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폐기물 분야처럼 하나의 동질적인 목표를 가진 산업과 달리 환경산업협회는 여러 분야가 함께 묶여 있습니다. 이것이 플랫폼으로서 장점이지만 동시에 전문성을 하나로 모으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유 회장은 분과위원회 활성화와 회원사 간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분야별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환경산업 전체가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유 회장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산업계의 결집이다. 그는 과거부터 환경산업계가 정부에 건의하는 내용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해 왔다.

 

“되는 것은 빨리 추진하고, 안 되는 것은 왜 안 되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계속 의견만 듣는 방식으로는 안 됩니다.”


그는 환경산업계가 각각의 기업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것을 넘어 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기술이 성장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바꿔야
유 회장은 “국네 환경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좋은 기술이 성장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라며, 기술력과 기업 성장 사이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환경산업협회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환경산업 매출액은 100조 원에 도달한 이후 연평균 1.5%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25년 환경산업통계조사(2024년 기준)를 보면 매출액 30억 원 이하 기업이 89.3%, 10인 미만 기업이 81.1%에 달한다.


유 회장은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평가받을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이 있지만 현지 실증 이후 구매와 후속 사업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환경산업 특성상 신기술을 도입하는 시장이 보수적이라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유 회장은 “신기술을 도입하는 데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규제 기반의 시장에서 ‘실적 부족’이라는 이유로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기업들이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가격 중심의 시장 구조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지목했다.


환경시설은 단순히 설비를 설치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설계와 시공, 운영 경험에 따라 효율과 에너지 사용량, 유지보수 비용 등이 달라진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장기적인 성능이나 기술의 차별성보다 초기 가격이 우선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유 회장은 “앞으로는 단순한 최저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생애주기 비용과 환경개선 효과, 탄소 및 에너지 절감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시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환경시장은 포화…환경기술을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유 회장은 국내 환경시장이 이미 상당 부분 성숙했다는 점도 냉정하게 바라봤다.
기존 환경시설에 대한 신규 투자보다는 노후시설 교체와 개선 수요가 중심이 되면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시장을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환경기술은 현장에서 일정 기간 성능을 입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며, 해외시장에서는 국내 설치와 운영 실적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유 회장은 “이제는 탄소중립, 초순수, IoT·ICT 기반 자원순환, 금속 자원회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협회가 구심점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환경산업의 영역을 공공 인프라에서 생활·소비시장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이다.

“환경산업도 환경문제를 처리하는 산업에서 벗어나 ‘환경가치를 소비하는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해야 합니다.”

대형 환경플랜트 중심에서 벗어나 기존 환경기술을 소형화하고 AI 등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상업시설이나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해외시장 진출에도 유리할 수 있다. 대형 인프라 사업은 국가별 재정 상황과 발주 절차에 영향을 받지만 제품과 서비스 형태의 환경기술은 다양한 유통망과 파트너를 통해 시장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과 산업 사이의 간극은 ‘시차’…정책 일관성 필요”
환경정책과 산업 현장 사이의 간극에 대해서는 정책의 시차와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정책 방향에 맞춰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투자를 진행하더라도 시장이 실제로 형성되기까지 세부 기준 마련 등에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정책 방향이 바뀌면 기업은 기존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전에 새로운 시장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다.


유 회장은 “이런 불확실성이 반복되면 환경기업은 새로운 시장에 빠르게 투자하기보다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기다리게 된다”며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수립 단계에서부터 협회와 같은 산업계 대표기관을 통해 기업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규제, 무조건 완화가 아니라 필요한 곳은 강화해야”
흥미로운 대목은 유 회장이 환경산업계의 대표임에도 일부 환경규제의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규제 개선은 일률적 완화보다 산업의 특성과 현장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문제점을 바탕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협회는 ‘녹색산업 혁신성장 옴부즈만’ 제도를 통해 산업계가 사업 과정에서 겪는 규제와 제도적 애로사항을 수시로 접수하고 있습니다.”

유 회장은 환경산업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환경규제를 명확히 하고 새로운 환경시장 창출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PFAS와 같은 유해물질을 사례로 들며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규제가 강화되고 대체물질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관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존의 BOD, COD, TOC 등 주요 관리항목 외에도 환경성·유해성이 높은 물질을 발굴해 관리항목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과 국민의 안전·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준은 엄격하게 관리하되, 새로운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불필요하게 막는 규제는 개선해야 합니다.”


그가 말하는 규제의 핵심은 강화냐 완화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산업계와 수혜자 등 모든 측면에서 합리적으로 작동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환경산업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
AI에 대해서는 기대와 현실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다고 평가했다. 유 회장은 환경 분야가 다른 산업에 비해 AI를 접목하기 쉽지 않은 분야라고 진단했다. 단순히 배관에 센서를 설치하거나 기존 측정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하는 정도를 AI라고 부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AI를 외면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AI를 하지 않으면 환경산업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가 주목하는 분야는 환경시설 운영의 자동화와 지능화다.
환경시설은 현장 운영인력 의존도가 높고, 인건비 상승과 숙련인력 부족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하·폐수처리시설 등에서 탈수기와 같은 설비 운영을 로봇과 AI로 자동화하고 최소한의 관리인력으로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환경기업이 AI 기술 자체를 처음부터 개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다.


유 회장은 “환경기업을 AI 기업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환경기술에 AI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경기업과 AI 전문기업이 협업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협회가 산업계의 수요를 파악해 분석·공정 최적화·예측 등에 특화된 AI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해외진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
국내 환경시장이 포화된 만큼 해외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중소 환경기업에게 해외진출은 결코 쉽지 않다.


유 회장은 “환경 중견기업이라 하더라도 해외사업팀을 둘 수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정부의 해외진출 지원이 단순한 전시회 참가나 시장조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해외 전시회 등에 참여하더라도 후속 사업을 이어갈 인력과 조직이 부족해 실제 수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자신이 경영하는 환경기업 역시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로 가야 합니다. 국내 시장은 포화돼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사업을 하면서 해외시장에 투자해야 합니다.”


유 회장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헝가리, 홍콩 등 다양한 시장을 언급하며 국내 환경기업들이 해외시장에 나가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의 성장이 개선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만들 것”
유남종 회장이 그리는 한국환경산업협회의 최종적인 모습은 단순한 사업 수행기관이 아니다.
그는 협회를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을 연결하고 환경기업의 기술과 시장을 연결하는 환경산업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혁신은 혼자 이룰 수 없습니다. 환경산업 역시 기업 하나의 노력만으로 성장할 수 없으며 정부, 산업계, 학계 등이 함께 손을 맞잡을 때 비로소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유 회장은 분과위원회와 환경산업 혁신 포럼 등을 활성화해 산업계와 정부 간 소통의 장을 만들고, 환경산업 네트워크의 중심에 협회를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그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환경산업의 성장과 환경 개선이 서로 연결되는 구조다.


“환경기업의 성장을 통해 좋은 환경기술이 나오고 국민의 삶과 환경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산업 성장이 다시 더 나은 환경으로 돌아오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 한국환경산업협회가 만들어 가야 할 길입니다.”

국내 환경산업은 지금까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산업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유남종 회장은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산업에서 환경가치를 만들어 소비하는 산업으로. 그 전환을 위해 협회가 산업계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것이 유 회장이 제시한 새로운 한국환경산업협회의 방향이다.

[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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