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6-12 21:57:21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뿐 아니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과 정책이 함께 필요하다는 국제 과학 평가가 나왔다. 「The State of Carbon Dioxide Removal 2026」 제3판에 의하면 순배출 제로에 도달하고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멈추기 위해서는 모든 시나리오에서 기가톤 규모의 추가 CDR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비용효율적 시나리오에서는 순배출 제로 달성 노력의 최소 80% 이상이 배출 감축에서 나와야 하며, CDR은 나머지 부분을 담당하는 구조로 제시됐다.
CDR은 인간 활동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지질, 육상, 해양 저장소 또는 제품 형태로 장기간 저장하는 활동을 뜻한다. 산림 조성, 재조림, 토양 탄소 저장, 목재 제품 활용 등 이미 널리 활용돼 온 방식은 ‘전통적 CDR’로 분류된다. 바이오차, 강화 풍화, 직접공기포집·저장(DACCS),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저장(BECCS) 등은 ‘신규 CDR’로 구분된다.
CDR 방식별 비용과 잠재량, 사회적 수용성은 크게 다르다. 제거 비용은 톤당 10달러 미만에서 1000달러 이상까지 폭넓게 분포하며, 상당수 방법은 상한 비용이 톤당 200달러를 넘어 현재 탄소가격보다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술 안에서도 비용 추정치의 편차가 크고, 과학적 이해 부족, 데이터 한계, 지속가능성과 저장 지속성에 대한 가정 차이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현재 전 세계 CDR 규모는 연간 22억 톤CO₂로,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5%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99.9%는 산림과 토양 등 토지 기반 전통적 CDR에서 나오고 있다. 주요 기여 국가는 중국, 미국, 유럽연합, 브라질, 러시아 등이다.
반면 신규 CDR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극히 작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CDR 규모는 연간 0.002기가톤CO₂, 즉 약 200만 톤CO₂ 수준이다. 최근 연평균 40% 성장하고 있으나, 파리협정 목표에 필요한 확대 속도와 규모에는 크게 못 미친다. 현재 신규 CDR의 대부분은 바이오차와 BECCS가 차지하고 있으며, 건설 중인 프로젝트까지 포함하더라도 2030년 용량은 연간 0.008기가톤CO₂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별 기후 공약과 실제 필요한 CDR 규모 사이의 격차도 커지고 있다. 각국의 최신 국가결정기여(NDC)와 장기 목표를 반영하면 2030년 CDR 공약은 연간 2.5기가톤CO₂ 수준이다. 그러나 가장 높은 수준의 파리협정 부합 시나리오에서 필요한 중앙값은 연간 2.9기가톤CO₂로, 2030년에만 0.3기가톤CO₂의 격차가 발생한다.
이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확대된다. 보고서는 CDR 격차가 2035년 1.2기가톤CO₂, 2050년 5.2기가톤CO₂까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면서 CDR 필요량도 함께 늘어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 배출 감축을 강화하지 않으면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들의 CDR 발표도 늘고 있지만 신뢰성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기업들이 2050년까지 발표한 CDR 규모는 연간 5기가톤CO₂를 넘어서 국가 공약보다 크지만, 이러한 발표의 신뢰도가 낮고 실제 이행으로 이어질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장기 전략에서 신규 CDR을 언급한 국가는 전체의 약 3분의 1에 그쳤다.
CDR 확대에는 수요 창출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정책 혁신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 영국, 스위스 등은 신규 CDR을 규제 체계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파리협정 제6조 시장이나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 등 초기 시장의 가격은 아직 다수 CDR 기술의 현재 비용보다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정책이 공급 확대에 집중돼 있으며, 안정적인 수요 창출 정책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CDR 시스템이 일부 기술, 지역, 기업, 국가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는 점도 취약성으로 지적했다. 현재 CDR 배치와 공약은 조림·재조림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자발적 탄소시장의 전통적 CDR 크레딧 가운데 3분의 2 이상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나온다. 신규 CDR은 바이오차와 BECCS에 집중돼 있고, 신규 CDR 크레딧 구매는 특정 대형 구매자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다. 그에 따르면 신규 CDR 구매의 82%는 마이크로소프트 한 기업에 집중돼 있으며, 정부의 신규 CDR 실증 지원금 85%는 미국, 스웨덴, 덴마크 등 3개국에 몰려 있다. 전체 CDR 관련 기업 투자도 4개 기업이 72%를 차지했다.
CDR은 기후 목표뿐 아니라 생태계 복원, 생물다양성 보호, 경제적 기회, 산불 대응, 청정에너지 등 다양한 정책 목표와도 연결된다. 하지만 부작용도 존재한다. 대규모 배치가 이뤄질 경우 토지, 물, 에너지, 바이오매스, 식량 생산과 경쟁할 수 있고, 생물다양성이나 지역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바이오차와 강화 풍화는 작물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내구성 목재 제품은 배출집약적 자재를 대체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CDR 정책 설계에서 공동편익은 높이고 피해는 줄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수용성 역시 중요한 변수다. 대중의 CDR 인지도는 아직 낮고, 생태계 영향과 거버넌스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각 기술의 신뢰성과 효과성을 입증하고,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지역적 편익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확대의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CDR이 기후위기 대응의 필수 수단이지만, 배출 감축을 대체하는 주수단이 아니라 잔여 배출을 상쇄하고 순배출 제로를 완성하기 위한 보완축이라고 강조했다. 산림과 토양 중심의 전통적 제거 방식은 단기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신규 CDR의 신뢰성, 비용 절감, 수요 창출, 정책 제도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5년간 각국이 배출 감축을 강화하면서 CDR의 안정적인 시장과 규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파리협정 목표 달성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의 모건 R. 에드워즈,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올리버 게덴, 메릴랜드대 매튜 J. 기든,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의 윌리엄 F. 램브와 얀 C. 민크스, 위스콘신대 매디슨의 그레고리 F. 네멧, 옥스퍼드대 스티븐 M. 스미스 등이 주도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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