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백연저감설비 성능미달 사례를 통해 본 기술감정의 역할과 중요성

사례② 백연저감설비 성능미달의 원인은 무엇이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글. 박춘식 이보엠텍(주) 대표(환경기술사·법원 특수감정인)

김한결 기자

eco@ecomedia.co.kr | 2026-10-07 13:04:23

기술적 쟁점이 핵심이 되는 소송에서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규명한 기술감정은 재판부의 판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환경분야의 산업설비에서 성능미달 등의 분쟁이 발생한 경우 단순히 설비의 설계·제작상의 문제만을 살펴볼 것이 아니라 발주자가 제공한 설비 인입가스 오염물질, 출구 개런티 농도 등 기초데이터를 기준으로 설계되었는지, 실제 운전조건과 설계조건의 차이는 무엇인지, 소송과 관련된 공장 내 설비를 설치한 공정의 기본적인 특성은 무엇인지, 계약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기술적 쟁점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소송에서 기술감정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칼럼에서는 폐열보일러 폭발사고에 대한 재감정 사례를 통해 동일한 사안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감정인의 전문성과 경험, 판단기준 등에 따라 감정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살펴보며 감정인 선정의 중요성을 다루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사례를 통해 지난 칼럼과는 다른 측면에서 기술감정의 결과가 소송의 진행과 종결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 박춘식 이보엠텍(주) 대표(환경기술사·법원 특수감정인)

이번 칼럼에서 소개할 사례는 본 칼럼을 연재하는 이보엠텍(주) 박춘식대표가 최근 감정인으로 선정되어 수행한 백연저감설비 성능미달에 대한 소송으로 감정서가 제출된 이후 소를 제기한 원고가 오히려 소를 취하하고 당사자간의 합의로 소송이 종결된 사건이다. 본 사례를 통해 기술적 쟁점이 복잡하게 전개된 기술감정이 소송의 방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는지 그 중요성을 살펴보고 나아가 공장 내 백연저감설비의 발주 및 설계·시공과정에서 발주자와 설계·시공자가 어떠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하는지, 대리인들은 소송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하는지 등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사례 ② 백연저감설비 성능미달의 원인은 무엇이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원고가 주장하는 것은 원고가 운영하는 인조목재 제조공정에서 외기로 배출되는 백연을 저감하기 위해 기존 공정 후단에 새로 설치한 백연저감설비가 당초 기대했던 백연저감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피고의 하자를 주장하며 백연저감설비 설치과정에서 지급한 기성금 반환과 설치된 시설의 철거등 원상회복을 요구하였다,

피고는 원고가 제공한 백연저감설비로 유입되는 배기가스의 오염물질종류와 농도에 대한 데이터를 기준으로 해당 설비의 설계가 이루어졌고 설계제작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시운전 과정에서 설비 내부를 확인한 결과 원인 미상의 이물질이 다량 부착되어있음을 확인하였다. 해당 이물질은 원고가 제공한 데이터자료에서는 생성 가능성을 예상할 수 없는 물질로 해당 이물질이 백연저감설비의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성능보증조건을 충족할 수 없었다는 것이 피고 주장이었고 원고는 시운전을 하자마자 본 시설의 가동이 멈춘다던지, 진동이 감지된다던지, 백연이 아예 저감되지 않고 전체 인조목재 제조공정에 트러블을 유발하는 등의 복합적인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양측의 핵심쟁점이었다.

양측이 긴 시간 논쟁 끝에 피고는 감정을 신청한 바, 백연저감설비로 유입되는 배기가스 속 성분이 무엇인지, 해당 성분이 백연저감설비로 유입되면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지, 당초 원고가 피고에게 제공한 데이터상의 조건을 충족하는 배기가스만이 해당설비로 유입될 경우 해당설비가 성능보증조건을 충족할 수 있었는지 여부 등에 대해 공학적판단을 요구하는 감정사항을 매우 세부적으로 제출하였고 법원은 이를 채택하였다.

본 감정은 인조목재 제조공정에서 (특히 건조시설) 열분해시 발생하는 배기가스의 특성과 백연저감설비의 설계 및 성능, 인조목재 제조공정의 전문지식과 실무경험 등이 요구되는 상당히 복잡한 감정이었다. 따라서 해당 재판부와 원고, 피고는 이러한 인조목재 제조공장의 설계, 시공, 운영을 경험해보고 아울러 대기오염 방지시설에도 전문성을 충족하는 감정인을 선정하기 위해 감정인 선정에만 약 1.5년이라는 긴 시간을 소요하였다.

필자가 감정인으로 선정되어 활동하면서 사건기록을 먼저 살펴본 바, 첫 번째 주안점은 인조목재 제조공정 중 건조시설의 열분해 특성을 고려하여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물질들이 무엇이고, 이러한 물질이 배기가스에 혼입되어 후단 공정으로 이동시 사건시설인 백연저감설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두 번째 중점사항은 백연저감설비 내부에서 나온 이물질 및 배가스 성분이 열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질과 관련이 있는지를 외부 분석기관에 의뢰하여 객관성을 확보하였다. 마지막으로는 실제 목재 열분해로 생성되는 물질이 없다는 가정하에 당초 원고가 제공한 데이터의 조건을 충족하는 배기가스만이 백연저감설비로 유입될 경우 해당설비는 성능을 충족할 수 있도록 설계 및 시공되었는지도 살펴보았다. (상기 세 가지가 사실상 주된 감정사항이었다) 

 


감정을 진행하는 과정 역시 쉽지 않았다. 백연저감설비로 유입되는 배기가스 중 어떠한 성분이 설비 내부에서 확인된 원인미상의 이물질 형성에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하기 위해 우선 이물질 및 배가스가 어떠한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목재의 열분해 특성을 고려하여 발생 가능한 오염물질을 이론적으로 추정할 수는 있었으나 추정물질이 실제 이물질 내에 존재하는지를 입증하기 위해 어떠한 성분을 분석하여야 하는지, 해당 성분의 측정은 가능한지 등을 파악하기위해 여러 분석기관과 협의하였고 이후 한곳의 분석기관을 결정하고 분석항목과 방법을 선정해야했다. 특히 선정된 *PAHs(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등 분석항목은 통상적으로 분석되는 항목이 아니었기에 분석방법 검토부터 실제 분석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달 이상의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목재가 열분해 및 건조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기화합물로 타르(Tar)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성분.



시료를 확보하는 과정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사건 발생 이후 감정이 진행되기 까지 수년이 지난 상태였기 때문에 백연저감설비 내부에 부착되있던 원인 미상의 이물질을 그대로 채취하는 것은 불가능 하였다. 다행히 피고가 시운전 당시 채취하여 보관하고 있던 이물질 시료가 있었다. 또한 두 차례 현장감정을 진행하면서 필자는 환경플랜트 건설을 위한 설계·운영 분야에서 오랜기간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기존 공정(습식전기집진기)과 연결된 백연저감설비 인입덕트 내부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고 덕트내부를 직접 확인한 결과 예상한 바와 같이 육안상 이물질과 유사한 물질이 쌓여있기에 ‘미상의 이물질(=시료)’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배가스 내 PAHs 농도등을 확인하기 위해 입구와 출구에 샘플 채취 장비를 설치하고 총 3개의 샘플을 확보하였는데 이때 약 1.5일의 시간이 경과되었다.

또한 감정을 진행하면서 발주자와 설계, 시공자 입장에서 아쉬운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발주자인 원고는 인조목재 제조공정을 직접 운영함으로서 해당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물질 및 특성 등을 가장 많이 파악하고 있는 당사자였으나 백연저감설비 설치를 위한 계약단계에서 해당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 계약당시 사전에 해당정보를 제공했다면 설계시공자가 이를 설계조건에 반영하거나 별도의 성능검증 필요성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아울러 감정 분석과정에서도 해당 정보가 필자에게 충분히 공유되었다면 원인 미상의 이물질의 성분을 특정하고 분석하는데 소요된 시간과 수천만원의 분석비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는데 이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설계·시공자인 피고의 경우에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원고가 당초 제공한 기초데이터상의 배기가스 조건만 놓고 보면 피고가 보유한 백연저감설비 기술을 원고 인조목재 제조공정에 적용할 수 있을까 하는 기술적 판단을 할 기회는 있었다. 그러나 본 사건과 같이 오염물질이 다량 발생하는 인조목재 제조공정과 같은 산업설비에 해당 설비를 적용한 동일 실적은 없었다. 이에 피고는 본인들이 설치할 공정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와 검토를 보다 면밀히 수행하였더라면 원고가 제공한 기초데이터 외에 오염물질들이 추가로 배출될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원고가 제공한 기초자료만을 기준으로 설계하기보다 실제 기존 공정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를 별도로 분석하는 등의 노력과 시도를 통해 해당 공정에 피고의 백연저감설비가 과연 적용이 가능한지를 추가적으로 검증하는 등의 설계 마인드가 다소 부족했다고 본다.

필자의 감정결과는 원·피고 소송 진행 방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초 원고는 백연저감설비가 성능보증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을 설계·시공상의 하자로 보고 원상회복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감정 작업을 통해 원고의 인조목재 제조공정의 열분해 과정에서 발생되는 가스상 오염물질이 후단 공정을 통과하고 이 과정에서 응축되어 액체성 물질(타르,Tar)로 변환되고 이물질이 피고의 설비 내부에 부착되면서 백연저감성능에 악영향을 미칠수있다는 인과관계를 기술적으로 규명하였다. 이에 원고는 필자의 감정결과를 인정하여 상호합의하에 소를 취하하였고 본 사건은 바로 종결되었다.

상기사례처럼 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감정결과를 보고 스스로 소를 취하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이다. 만약 기술감정을 통해 기술적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면 양측의 각자 주장에 따라 사건은 1심을 넘어 항소심 또는 상고심까지 장기화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추가적인 소송비용은 물론 당사자의 시간손실, 영업업무중단에 따른 기회비용 발생, 법원의 행정부담 등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기술감정의 중요성이 다시한번 부각되는 사건이었다.

또한 해당 사례를 통해 대기오염 방지시설의 발주자와 설계·시공자는 각자의 위치에서 필요한 역할과 책임을 준수해야 된다고 말하고 싶다. 발주자는 설계·시공자가 신규설비의 적용 가능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기존 공정에 대한 특성 및 운전데이터 등 기초적인 자료들을 숨김없이 제공해야한다. 또한 수급자인 설계·시공자는 제공받은 기초자료에만 의존하기 보다 해당 공정에 대한 충분한 사전조사 및 해당기술의 적용실적을 검토하는 등의 환경설비 설계마인드를 가지고 불확실한 조건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 한다.
(필요시 환경전문가의 자문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울러 이러한 기술소송에서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인은 현행 법체계에 따른 소송절차를 기계적으로 수행하기 보다는 기술적 쟁점이 소송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필요한 경우 해당분야의 전문가 또는 특수감정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기술적, 공학적 자문을 구하는 것 또한 효과적인 대응방안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술적 원인관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반박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소송전략을 수립하는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 본 사례는 사건 당사자의 신원, 사건 발생 지역, 관할 법원, 사건번호 등이 특정되지 않도록 필요한 사항을 모두 익명화하여 기술하였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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