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5-18 22:17:02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 변화가 주택 시장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향후 노숙자 수를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폭염, 홍수, 산불 등 기후 재난이 보험료와 건설비, 투자 비용을 끌어올리면서 이미 불안정한 주거 시장에 추가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호주 시드니대학교 프로젝트 관리대학의 페이먼 하비비-모쉬페그 연구원과 나데르 나데르파주 부교수는 최근 학술지 Cities에 발표한 연구에서 호주 주택 시장이 기후 변화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를 시뮬레이션했다. 연구진은 온실가스 배출이 높은 기후 미래에서는 10년 안에 노숙자 수가 2020년 기준보다 최대 4배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저배출 시나리오에서도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았다. 기후 변화가 상대적으로 완화되는 조건에서도 노숙자 수는 10년 뒤 2020년보다 두 배가량 늘 수 있으며, 임대료 부담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분석됐다.
연구진은 주택 소유 비용과 임대료 부담이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아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 재난이 잦아지면 보험료가 오르고, 건설 자재와 인력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며, 투자자와 금융기관의 위험 평가도 달라진다. 이 과정에서 주택 소유 비용과 임대 비용이 모두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하비비-모쉬페그 연구원은 “호주인들은 이미 주택 시장에서 강한 압박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 사회적 불평등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더 공정한 주택 정책을 설계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우리가 향하게 될 경로”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주택 위기를 논의할 때 기후 변화의 영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기존 주택 정책은 주택 공급, 금리, 임대료, 사회주택 확대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지만, 미래의 기후 충격이 주거비와 노숙 위험을 어떻게 바꿀지는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약 20년에 걸친 공공 데이터를 바탕으로 호주 주택 시장의 미래 변화를 분석했다. 호주 통계청 자료, 가계 소득 및 주거 부담 조사, 부동산 가격 지수 등을 활용해 고배출·저배출 기후 시나리오와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른 주택 소유 비용, 임대료 부담, 노숙 위험 변화를 시뮬레이션했다.
분석 결과, 일반적인 주택시장 개입은 의도와 달리 취약계층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보험료나 모기지 금리를 중심으로 한 정책은 신중하게 설계되지 않을 경우 저소득층과 임차인에게 비용을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 기후 재난으로 인한 보험료 상승은 자산이 적은 가구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주택 공급망 혼란은 임대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주택 소유 비용이 연간 0.5%만 상승해도 2020년 기준선에 비해 노숙자 수가 16%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유 비용이 연간 3% 증가할 경우 노숙자 수는 69% 늘어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주거 취약계층을 빠르게 시장 밖으로 밀어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진은 최근 호주 정부가 노숙 위험에 처한 청년을 위한 사회주택 투자, 원주민 주거 접근성 개선, 세입자 지원 확대 등을 약속한 것은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기후 변화로 인해 주거 불안정이 더 커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러한 정책은 훨씬 더 큰 규모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취약한 사람들이 한 번 주거 위기에 빠진 뒤 다시 노숙의 악순환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제도적·물리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단기적인 임대료 보조나 일시적 지원을 넘어, 기후 재난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 공급, 보험·금융 부담 완화, 지역 기반 회복력 강화가 함께 필요하다는 의미다.
기후 변화는 이미 주택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보험료 인상, 자연재해 위험지역의 주택 가치 변화, 건설비 상승, 이주 수요 증가는 모두 주거비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연구진은 2030년까지 호주 주택 시장에서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수천억 달러 규모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주택 정책이 앞으로 기후 시뮬레이션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책이 현재의 시장 문제만을 기준으로 설계될 경우, 미래의 홍수·산불·폭염·보험료 상승·건설비 급등 같은 충격 앞에서 오히려 불평등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비비-모쉬페그 연구원은 “새로운 주택 정책은 불평등을 심화시키지 않도록 기후 변화 시뮬레이션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나데르파주 부교수도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는 이제 주택 시장이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회복력 있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며 “특히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뒤처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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