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외딴 남태평양도 산업 오염 영향권에 있어?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5-07 22:06:24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지구에서 가장 외딴 바다 중 하나로 여겨지는 남태평양에서도 인간 활동에서 비롯된 아연 오염이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ETH 취리히와 독일 GEOMAR 헬름홀츠 해양연구센터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한 연구에서, 남태평양 상층 해역의 아연 상당 부분이 자연 기원이 아니라 화석연료 연소와 산업 배출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아연은 철, 구리와 함께 해양 생태계에 필요한 미량 원소다. 특히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위해 아연을 필요로 하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와 유기물을 만들어 지구 기후 조절에 기여한다.

문제는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아연이 대기 중 에어로졸에 붙어 장거리 이동한 뒤, 바다 표면에 내려앉는다는 점이다. 화석연료 연소, 석탄 사용, 금속 제련 과정에서 나온 금속 입자는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해 산업 지역과 멀리 떨어진 해역까지 도달할 수 있다.

연구진은 남태평양의 바닷물, 해양 입자, 대기 에어로졸에 포함된 아연의 동위원소 구성을 분석했다. 동위원소 비율은 오염원의 ‘화학적 지문’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자연 해양 아연은 무거운 동위원소 비중이 높은 반면, 인간 배출원에서 나온 아연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동위원소 특성을 보인다.

분석 결과, 남태평양 상층부 입자에 포함된 아연은 대부분 인간 배출원에서 유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자연 기원의 아연 흔적은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오염되지 않은 자연으로 여겨졌던 외딴 해양까지 산업 오염의 영향이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해양 미량 영양소의 균형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연, 철, 구리, 카드뮴 등 금속 농도가 인간 활동으로 달라질 경우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 조건이 바뀌고, 이는 해양 먹이사슬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연구진은 식물성 플랑크톤과 해양 생태계가 이러한 금속 조성 변화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다른 해역에서도 아연과 철, 구리 등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금속의 동위원소 분석을 확대해, 인간 활동이 해양 미량 원소 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더 정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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