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6-29 22:13:33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세계에서 가장 외딴 고산지대 중 하나로 꼽히는 티베트 고원 남부에서도 석탄 연소에서 비롯된 대기오염 흔적이 확인됐다. 히말라야 산맥은 인구와 산업이 밀집한 남아시아와 외딴 티베트 고원을 가르는 거대한 자연 장벽으로 여겨져 왔지만, 새로운 연구는 이 산맥이 대기오염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 지구과학대학교 샤오위 자오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한 연구에서, 석탄 연소로 발생한 오염물질이 여름철 몬순을 타고 히말라야를 넘어 남부 티베트 고원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직접적 증거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야룽창포 대협곡 일대의 해발 750m에서 4100m에 이르는 고도 구간에서 자라는 이끼를 채집해 분석했다. 이끼는 뿌리보다 대기에서 직접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하는 특성이 있어, 공기 중 미세입자를 장기간 축적하는 자연 기록 장치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끼 속 금속 성분과 동위원소를 분석하면 대기오염의 종류와 이동 경로를 추정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끼에서 아연, 납, 비소, 니켈, 코발트 등 잠재적으로 유해한 금속의 농도를 측정했다. 특히 아연의 안정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해 오염원이 석탄 연소인지, 금속 제련인지 구분했다. 산업 공정에 따라 서로 다른 동위원소 신호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석탄 연소는 비교적 ‘무거운’ 아연 동위원소 신호를 남기는 반면, 고온 금속 제련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아연 동위원소를 배출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를 활용해 고도와 지역에 따라 오염원의 기여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추적했다.
분석 결과, 히말라야 남쪽 저지대에서는 금속 제련의 영향이 뚜렷했다. 낮은 고도의 이끼에서는 중금속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았고, 가벼운 아연 동위원소 특성이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지역 오염의 42~50%가 금속 제련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인근 산업 활동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비교적 가까운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고도가 높아질수록 양상은 달라졌다. 전체 금속 농도는 감소했지만, 아연 동위원소 신호는 점차 무거워졌다. 이는 고산지대로 갈수록 석탄 연소의 기여도가 커진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고지대 오염원 가운데 석탄 연소가 35~5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히말라야 북쪽의 티베트 고원에서는 전반적인 오염 수준은 낮았지만, 해발 3500m 이상에서 채집된 이끼는 석탄 연소와 관련된 무거운 동위원소 신호를 일관되게 보였다. 연구팀은 이 고고도 지역에 도달한 오염물질 가운데 석탄 연소 기여도가 43~54%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반면 금속 제련에서 직접 배출된 오염물질의 영향은 미미했다.
이 결과는 히말라야가 지표면 가까이에서 배출되는 비교적 크고 무거운 오염 입자는 상당 부분 차단하지만, 석탄 연소로 발생하는 더 작은 미세입자는 대기를 타고 훨씬 멀리 이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러한 장거리 이동의 주요 동력으로 인도 여름 몬순을 지목했다. 몬순 기간 동안 남아시아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는 기단은 야룽창포 대협곡과 같은 깊은 계곡을 따라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석탄 연소로 발생한 미세입자가 높은 고도까지 운반되고, 이후 구름과 안개, 강우에 의해 지표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금속 제련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일반적으로 더 큰 입자와 관련돼 있어 지표 가까이에 머무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입자들은 산맥을 넘기 전에 대기 중에서 제거되기 쉬워, 히말라야 북쪽까지 장거리 이동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지역 지형과 식생도 오염물질 축적에 영향을 미쳤다. 히말라야 남쪽 사면의 울창한 숲은 강우 시 공기 중 입자를 포집해 이끼에 축적시키는 역할을 한다. 반면 건조한 북쪽 사면은 강우량이 적고 식생이 희박해, 이끼가 대기 중에서 직접 침적되는 오염물질의 영향을 더 뚜렷하게 반영할 수 있다.
티베트 고원은 극지방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얼음 저장고를 보유하고 있어 ‘제3의 극’으로 불린다. 이 지역은 아시아 기후를 조절하고 수십억 명에게 담수를 공급하는 주요 하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산업지역에 비해 오염 수준은 낮지만, 이번 연구는 티베트 고원 역시 인간 활동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납, 비소, 니켈과 같은 중금속은 토양과 식생, 하천에 축적될 수 있으며 장기간 환경에 남아 먹이사슬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야생동물과 지역 주민 모두에게 잠재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연구가 중금속 오염의 생태·건강 영향을 직접 평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석탄 연소에서 비롯된 오염물질이 티베트 고원까지 도달한다는 사실은, 이러한 오염이 취약한 고산 생태계와 지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대기오염 이동 모델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히말라야를 넘어 오염물질이 언제,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 더 정확히 이해하면 고산지대의 대기질과 오염물질 침적을 보다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