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아
eco@ecomedia.co.kr | 2017-08-04 14:15:54
△ 안상진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기술예측실 연구위원
도로를 누비는 전기차가 최근 부쩍 눈에 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친환경이 자동차 시장에서도 화두인 것. 이는 차에 대한 패러다임이 성능을 중시하던 것에서 환경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의 친환경적 인식에 반기를 든 연구 결과들이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다. 전기차의 수명주기 동안 생산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석유를 사용하는 전통 차량보다 반드시 적은 것은 아니라는 연구결과(Ellingsen, 2016; Luket al., 2016;Yuksel et al, 2016)가 발표되기 시작한 것.
이쯤 되니 머릿속에 물음표 하나가 떠오른다. ‘전기차는 정말 친환경적일까’라는 의문이다.
안상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도 이런 의문에서 전기차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KISTEPINI 6월호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의 제목은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전기차의 역설: 전기차 보급 및 전력수급 정책의 고려사항>. 그는 이 논문을 바탕으로 지난 6월 21일 열린 KISTEP 포럼에서 전기차의 맹점에 관해 발표하기도 했다.
평균기온 증가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하로 억제하는
시나리오)에 따른 전기차 시장전망 <자료제공=IEA, 2016>
‘전기차=친환경차’라는 명제 속에 숨어 있는 문제는 무엇일까? 전기차의 환경적 측면과 관련 정책에 대한 제언을 듣기 위해 안상진 연구위원을 만나 이야기 나눴다.
수면 위로 떠오른 친환경 전기차의 아이러니
▲ 전기차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게 된 계기는?
역사를 보면 새로운 발명은 종종 기대와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발명품을 사용해 기대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우리가 믿고 있는 기본 가정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전기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이 전통 차량보다 오히려 높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전기차의 친환경성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에 도입된 전기차는 정말 대기오염을 개선해 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 것이 이번 연구의 동기다.
▲ 전기차는 친환경적이라는 게 대부분 사람의 인식이다.
전기차가 친환경 이미지를 갖게 된 가장 큰 이유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전통 차량보다 배기가스를 적게 배출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자체는 친환경이지만, 문제는 전기차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정책을 도입한지 수십 년이 흘렀지만, 화석연료의 비중은 30년째 변화가 없다. 전기 생산을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다면 전기차로 바꿔도 소용이 없다. 화력발전이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주요인 중 하나니까.
PM2.5는 대기 질과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지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저마다 PM2.5와 관련된 환경규제 기준을 제정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PM2.5 환경규제 기준값을 초과하는 연간회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전기차가 대기오염을 저감시킨다는 주장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그로 인한 PM2.5의 감소 효과가 사회 전반에 나타난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
△ PM2.5 관련 국가별 환경기준비교
<자료제공=국립환경과학원, 2015>
▲ 전기차 사용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PM2.5가 관건이라는 말로 해석된다. 이를 추정하기 위해 이번 연구에서는 어떤 식으로 접근했나?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 의하면 전력 공급을 위한 전원 구성비는 2029년 정격용량 기준으로 유연탄(26.4%), 원자력(23.4%), LNG(20.6%), 신재생(20.1%) 순이다.
피크기여도 기준으로는 유연탄(31.8%), 원자력(28.2%), LNG(24.8%) 순으로 전원을 구성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전기차 사용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PM2.5배출량을 추정하기 위해, 전력공급이 정격용량에 의한 에너지 믹스에 따라 1년 단위로 이뤄진다고 가정했다.
친환경 전기차, 문제는 전력생산과정
▲ 정부에서는 2년마다 전력수급계획을 발표하는데 제8차 계획이 올해 말로 예정돼 있다.
현 정부의 방침이 ‘탈핵·탈원전’이고 전기차에 대한 지원도 적극적인 만큼 전력수급계획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겠나.
△ 전원 구성비 전망[단위: MW, %]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2015>
이미 투자돼 진행 중인 원전은 수명이 다할 때까진 가동될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로 증설되기는 힘들 것이다. 대통령 공약을 보면 원전을 아예 진행 안 한다는 건 아니지만, 만약 원전을 없애면 화력발전을 빼고는 사실상 전력 수요를 감당할 방법이 없다고 본다.
전기차 운행에 필요한 전력량은 전기차 보급시나리오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급이 EVI(전기차 이니셔티브: 클린 에너지 장관 회의 산하에 구성된 다국적 정책포럼)에서 제시한 세계 ‘평균’ 또는 ‘상위’ 그룹의 시나리오로 성장하는 경우 향후 10년 이내에 예비전력을 초과할 거라 예상된다.
그런데 이 기간 내에 구축 가능한 발전설비는 주로 화력발전에 집중돼 있다. 앞으로 전력 당국은 전기차 운행을 위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 아이러니하게도 PM2.5를 배출하는 전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향후 차량과 발전 각 부문에서의 PM2.5 배출량 변화는 어떻게 예상되나.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 2030년까지 차량에서 배출되는 PM2.5의 양은 감소하지만, 전력생산을 위해 배출되는 양은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배출되는 PM2.5가 증가하게 되면서 오히려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것이다.
▲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실제 승용차 한 대에서 배출되는 PM2.5의 양은 화물차나 중장비 한 대에서 배출되는 양에 비해 적다. 특히 전기차에 의한 PM2.5의 감소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같은 크기의 에너지를 위해 휘발유나 경유가 연소될 때 배출되는 PM2.5양과 전력생산을 위해 배출되는 PM2.5 양을 비교해봐야 한다. 연구 결과에서는 전자가 후자보다 적게 나타났다.
현재 전력공급을 위한 에너지 믹스를 고려할 때 여전히 석탄 화력 발전 비중이 높은편이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PM2.5에 취약한 전력생산구조는 제7차 전력수급계획이 진행되는 기간 내에 극적으로 변화하기 어렵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2030년 이전 우리나라에서 전기차 시장의 확대로 인해 PM2.5 배출이 증가하게 되는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할 거라 예상한다.
▲ 화력발전 지역과 서울 등 도심지의 대기 질이 크게 차이 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전기차에 의한 대기 질 개선과 발전부문에 의한 대기 질 악화를 지역별로 추정해봤다.
우리나라에 전기차가 세계 평균수준으로 보급될 경우, 2030년 전국 251개 시군구 중에서 228개 지역의 PM2.5 농도는 낮아지는 반면, 23개 지역은 상승하게 된다. 후자의 경우 전기차 도입에 의한 농도의 증가만으로도 국제 환경기준을 초과한다.
서울의 배출량 감소 효과는 모든 지역구에 걸쳐 나타나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미세먼지 배출영향권인 인천 서구·옹진군, 부천 오정구, 안양 동안구, 고양 일산동구, 성남 분당구에선 배출밀도가 오히려 증가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기차가 대중화되면 대도시 PM2.5 배출이 일부 감소할 수 있겠지만, 인근 화력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환경 기준치를 초과하게 되는 것이다.
전기차의 실제 환경 영향을 고려한 로드맵 수립해야
▲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로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관점에서 고민해야 하나?
전기차 개발 및 보급, 전력 수급 등의 관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가 유망한 친환경 차량으로 꼽히는 만큼 이런 추세를 거스르긴 힘들 것이다. 앞으로는 전기차 보급이 국내에 미치는 실질적인 환경 영향을 고려한 보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 전기차는 환경친화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국민 인식이고 정부 또한 이와 궤를 같이하면서 전기차 도입의 국내 환경 영향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 향후 수립 될 계획에서는 개발목표와 보급목표를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친환경차 보급 로드맵은 환경친화적 전력공급원 비율의 상승추이에 맞춰 실질적인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수립해야 한다.
▲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앞서 말씀드린 지역별 추정결과에서 우려되듯, 정책 실천 과정에서 구매보조금 같은 전기차 보급 지원정책을 지자체 재량에만 맡기지 말고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전국 단위로 조율하는 게 중요하다. 전기차에 의한 배출감소 효과가 나타나는 지자체의 수가 많기 때문에 지역적으로 전기차 보급 이익이 크다고 판단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중앙 집중형 전력공급체계라 전력부문 효과는 중앙정부에서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전기차의 성장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지만, 발전소의 전력공급은 추가되는 전기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가 대안일 수 있겠지만, 단기 혹은 중기적으로는 전기차 보급으로 변화될 전력수급 상황에 맞게 현실적인 에너지믹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대통령 공약에 따라 에너지믹스에 대한 재검토가 진행되고 있고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서는 이런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을까 한다. 이 과정에서는 7차 때 고려되지 않았던 전기차 변수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 제8차 계획이 성공적으로 수립되더라도 정책 진행 과정에서 진통이 클 것 같다.
국민 담론을 보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있는 듯하고 석탄 화력발전소의 대기오염 문제, 거기에 원전 사고 우려도 크기 때문에 향후 에너지믹스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부침이 클 거라 예상된다. 이런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들이 전력공급 방식에 따른 장단점을 올바르게 이해한 후에 논의 과정에서 균형점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확대될 경우, 지역별·발생원별 PM2.5의 농도
변화
향후 수요 측면에서는 전기에너지에 대한 과도한 전환수요를 억제하고 스마트그리드 같은 효율적인 수급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결국 에너지믹스가 대안이다
전기차는 석유자동차보다 친환경적이라고 알려진 만큼 전 세계적으로 보급 추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는 2011년 344대에서 2016년 10,855대로 서서히 늘어나는 듯하더니 올해 5월에는 14,000여 대를 찍었다. 최근 5개월 사이 3000대 이상 증가한 것이다. 대외무역에서 자동차 산업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추세를 따르는 건 일견 당연한 일인 듯하다.
하지만 전기차가 실질적으로 대기 질을 개선하는지는 불확실하다. 전력생산을 위해 배출되는 PM2.5의 양이 석유 차량의 배기가스에서 배출되는 양보다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급속한 보급은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수요를 위협할 수 있다. 전력공급 구조뿐 아니라 미디어 담론에서 나타난 시민의식을 고려할 때, 우리 사회는 전기차를 환경친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아직은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듯하다.
전기차는 신재생에너지보다 발전 속도가 빠르므로 신재생에너지의 상용화가 이뤄질 때 까지는 발생 가능한 환경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결국,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합리적인 에너지믹스에 대한 합의일 것이다. 이에 앞서 필요한 건 전력공급 방식에 따른 장단점의 올바른 이해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노력을 시작할 때다.
전기차의 역설적인 환경위협이 눈앞에 닥치기 전에 말이다.
<환경미디어 홍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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