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명유지 경계 9개 중 7개 초과, 탄소흡수원 약화 우려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9-22 22:17:16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담수 고갈 등 지구 생명유지 시스템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지면서 9개의 ‘행성 경계’ 가운데 7개가 안전범위를 벗어났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안전범위를 넘어선 7개 경계의 초과 수준이 모두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됐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 행성경계과학연구소는 60여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연례 평가보고서인 ‘행성 건강 점검 2026’을 최근 발표했다.

행성 경계는 지구가 안정성과 회복력을 유지하면서 인류가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야 할 지구 시스템의 한계를 뜻한다. 기후와 해양, 생태계, 물질순환 등 9개 영역을 대상으로 인간 활동이 지구의 안전한 작동 범위를 얼마나 벗어났는지 평가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안전범위를 넘어선 영역은 기후변화, 생물권 보전성, 토지 시스템 변화, 담수 변화, 질소·인 순환을 포함한 생물지구화학적 흐름, 플라스틱·합성화학물질 등 신규물질, 해양 산성화 등 7개다. 해양 산성화는 2025년 새롭게 경계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성층권 오존층 파괴와 대기 에어로졸 부하는 전 지구적 기준에서 안전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영역은 지난 10년간 개선되는 추세를 보였지만, 남아시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에어로졸 농도가 여전히 위험한 수준이어서 전 세계 평균만으로 지역적 위험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다만 행성 경계를 넘어섰다는 것이 곧바로 지구 시스템의 붕괴나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발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보고서는 경계 초과가 지속될수록 대규모 변화와 생태계 손상의 위험이 커지고, 원래 상태로 회복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예방적 위험선’의 개념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생한 폭염과 홍수, 산불, 해양 고온 현상은 서로 다른 재난이라기보다 여러 행성 경계가 동시에 악화하면서 나타난 복합적인 결과라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2025년 전 세계 해양 열 함량은 다시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23년 1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전 세계 산호초 면적의 약 84.4%가 백화를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의 열 스트레스에 노출됐다. 관측 이래 가장 광범위한 전 지구적 산호 백화 현상이다.

2025년 파키스탄 몬순 홍수로는 약 700만명이 피해를 봤고, 허리케인 멜리사는 이례적으로 따뜻한 해상을 지나면서 빠르게 5등급으로 발달한 뒤 자메이카를 강타했다. 2026년 서유럽에서는 관측 이래 가장 더운 6∼7월이 나타났으며 프랑스와 스페인, 독일, 영국에서는 가뭄이 이어졌다. 유럽과 캐나다에서는 대형 산불이 발생했고 한국과 일본, 중동 일부 지역에서도 기록적인 고온이 관측됐다.

보고서는 인간이 유발한 온난화가 이들 극한현상의 발생 가능성이나 강도를 높였으며, 생태계 훼손과 물 부족, 토지 이용 변화, 취약한 기반시설과 사회적 불평등이 피해를 더욱 키웠다고 분석했다.

2016∼2025년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 속도는 10년당 약 0.30도로 추산됐다. 이는 1980∼2020년의 10년당 평균 상승 속도인 0.19도보다 약 60% 빠른 수준이다. 해양 폭염 발생일 수도 1991년 이후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보고서는 숲과 토양 등 육상 생태계의 탄소흡수 능력이 기존 예상보다 취약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육상과 해양 생태계는 산업화 이후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절반을 흡수하며 기후변화를 완충해 왔다.

그러나 반복되는 폭염과 가뭄, 산불, 산림 훼손은 식물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생태계 호흡과 탄소 방출을 늘릴 수 있다. 피해가 누적되면 일부 생태계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탄소흡수원’에서 대기 중으로 탄소를 방출하는 탄소배출원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연구진은 현재 지구 시스템 모델이 실제 식생을 지나치게 단순화해 생태계가 기후 충격에서 회복하는 능력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숲의 회복은 종자 공급과 토양 상태, 생물다양성, 서식지 연결성 등에 좌우되지만 모델에서는 식생이 기후변화에 비교적 원활하게 적응하고 이동하는 것으로 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육상 생태계가 아직 전 지구적으로 순 탄소흡수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생태계가 건강하고 회복력이 높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탄소 흡수 증가분이 생태계 훼손에 따른 손실분을 근소하게 웃돌고 있을 뿐이며, 육상 탄소 흡수량은 2000년 무렵부터 사실상 정체되는 징후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삭셰프스키 연구원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경로는 자연 탄소흡수원이 계속 기능한다는 가정에 의존한다”며 “현재 관측 결과는 인간이 가하는 압력에 맞서 지구가 완충 능력을 잃고 있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한 록스트룀 PIK 소장은 화석연료 퇴출과 함께 생태계 보호·복원, 담수 관리, 토지 훼손 억제, 질소·인 오염 및 플라스틱·화학물질 감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각의 환경 위기를 개별적으로 다루기보다 서로 연결된 지구 시스템 문제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평가는 각 영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최신 자료를 사용했지만 일부 지표는 2026년보다 앞선 연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2026년 한 해의 상태만을 나타낸다기보다 최근까지 누적된 인간 활동의 압력과 장기적인 변화 방향을 보여주는 진단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