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7-09 22:21:06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전 세계에서 최대 2억2천만 명이 망간 농도가 높은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망간은 인체에 필요한 필수 미량 원소이지만,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특히 영유아의 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식수 관리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주목된다.
스위스 연방 수생과학기술연구소(Eawag)의 조엘 포드고르스키와 마이클 버그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Nature Water에 지하수 내 망간 오염 위험을 예측한 글로벌 지도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이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상황에서, 망간 오염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광범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망간은 지각에 흔한 금속 중 하나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음식을 통해 망간을 섭취한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식수에도 상당한 농도의 망간이 포함될 수 있다. 과거에는 망간이 물맛을 떨어뜨리거나 우물 주변을 검게 변색시키는 미관상 문제로 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건강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러한 연구 흐름을 반영해 2021년 식수 내 망간 가이드라인 값을 기존 리터당 400마이크로그램에서 80마이크로그램으로 낮췄다. 스위스와 유럽연합(EU)의 기준은 이보다 더 엄격한 리터당 50마이크로그램이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 지하수 망간 오염 실태를 보다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수행됐다. 연구진은 과학 논문, 정부 자료, 공공 데이터베이스 등에서 약 30만 건의 지하수 측정값을 수집했다. 이후 이 자료를 기후, 지질, 지형, 토양 특성 등 50개 이상의 환경 변수와 결합해 자체 개발한 머신러닝 모델에 입력했다.
이 모델은 지하수에서 망간 농도가 높거나 낮게 나타나는 환경적 패턴을 학습하고, 실제 측정값이 없는 지역의 오염 가능성까지 예측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WHO 가이드라인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표시한 세계 지하수 망간 위험지도를 작성했다.
분석 결과 고위험 지역은 모든 대륙에서 확인됐지만, 특히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대규모 강 삼각주와 젊은 퇴적 지형에서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방글라데시와 인도에 걸친 갠지스-브라흐마푸트라 델타, 메콩 델타, 베트남 하노이 인근 홍강 델타, 파키스탄 일부 지역, 미국 미시시피강 유역 등이 주요 오염 가능 지역으로 지목됐다.
망간이 지하수에 녹아드는 배경에는 지하의 지구화학적 과정이 있다. 망간은 퇴적물 속에서 산화망간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은데,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미생물 작용에 의해 환원되면서 지하수에 용해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강 하류의 젊은 퇴적층이나 유기물이 풍부한 저산소 지하 환경에서 망간 농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오염 위험지도에 인구 자료와 식수 공급 정보를 결합해 실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인구 규모도 추산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약 1억8천만~2억2천만 명이 WHO 기준을 초과하는 망간 농도의 지하수를 마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90% 이상은 아시아에 거주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스위스와 유럽 상당 지역의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유럽 지역, 예컨대 북부 이탈리아 포강 삼각주와 폴란드에서 동부 독일까지 이어지는 일부 지역에서는 지질학적으로 높은 망간 농도 가능성이 확인됐지만, 대부분의 주민이 정수 처리된 수돗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 노출 위험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망간 제거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망간이 포함된 물이 산소와 접촉하면 금속 산화물 형태로 침전되고, 이후 여과 과정을 통해 제거할 수 있다. 물을 공기와 접촉시키는 폭기 시스템과 모래 여과 장치만으로도 비교적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지하수 오염 관리에서 망간을 별도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연구진은 새 망간 위험지도를 2020년 발표한 비소 위험지도와 비교했는데, 두 물질은 유사한 지구화학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음에도 실제 고위험 지역의 중복은 약 4%에 그쳤다. 이는 비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해서 해당 우물이 자동으로 안전하다고 볼 수 없으며, 망간도 별도로 검사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지도가 현장 측정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지도는 특정 지역의 오염 가능성을 보여주는 확률 정보이며, 실제 식수 안전성을 판단하려면 개별 우물과 수원에 대한 직접 측정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이번 위험지도를 활용해 추가 모니터링 지역을 선정하고, 식수 처리시설 투자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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