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가뭄에 파나마운하 하루 32척으로 축소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9-21 22:38:54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엘니뇨로 파나마운하 유역의 강수량이 줄면서 운하 통항 능력이 다시 축소되고 있다. 다만 일부 외신이 전한 ‘10월부터 하루 29.5척으로 제한’이라는 수치는 확정된 일일 통항 상한이라기보다, 파나마운하청(ACP)이 2027회계연도 예산을 편성하며 가정한 연평균 통항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파나마운하청은 지난 9월 15일부터 하루 예약 통항 횟수를 32회로 줄였다. 네오파나막스급 선박 9척과 기존 파나막스급 선박 23척이 대상이다. 앞서 9월 3일부터는 하루 34척으로 제한했으나, 운하 유역의 강수량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자 추가 감축한 것이다. 운하청은 예약하지 않은 선박의 대기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운하청이 파나마 의회에 제출한 2027회계연도 예산안은 2026년 10월부터 2027년 9월까지 대형 선박 1만750척이 운하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365일로 나누면 하루 평균 약 29.5척이다. 이는 엘니뇨에 따른 어려운 수자원 여건을 반영한 연간 사업 전망치로, 운하청이 10월부터 일일 통항 상한을 29.5척으로 확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현재 확인된 공식적인 운영 제한은 하루 32척이다. 앞으로 실제 통항량을 더 줄일지는 강수량과 가툰호·알라후엘라호 수위, 선박 예약 수요 등을 지켜본 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운항 조건이 동시에 악화한 것도 아니다. 운하청은 당초 10월 1일부터 네오파나막스급 선박의 최대 허용 흘수를 48피트에서 47.5피트로 낮출 예정이었으나, 9월 초 이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에 따라 최대 허용 흘수는 현재 48피트, 약 14.63m로 유지되고 있다.

흘수는 선박이 물속에 잠기는 깊이를 뜻한다. 허용 흘수가 낮아지면 대형 선박은 화물을 덜 싣거나 일부 화물을 다른 운송편으로 옮겨야 한다. 이번 연기는 당시 호수 수위와 기상 전망을 검토한 결과지만, 가뭄이 심해지면 다시 제한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카리브해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파나마운하는 갑문에 담수를 채워 선박을 해발 약 26m의 가툰호까지 들어 올린 뒤 반대편 해수면으로 내려보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선박 한 척이 통과할 때마다 상당한 양의 담수가 필요하다. 이 물은 운하 운영뿐 아니라 파나마 인구 절반 이상의 생활용수로도 사용된다.

가뭄이 심해지면 운하청은 식수 공급과 운하 운영을 함께 유지하기 위해 통항 횟수나 선박 흘수를 줄여야 한다. 통항량이 감소하면 예약하지 못한 선박의 대기시간과 운송비가 늘고, 일부 선사는 수에즈운하나 남미 최남단을 우회하는 장거리 항로를 검토할 수 있다. 미 동부와 걸프 연안, 아시아를 잇는 공급망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파나마 기상수문연구소는 엘니뇨가 강하거나 매우 강한 수준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있으며, 파나마의 건기가 평년보다 이른 11월 하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9월은 건기를 앞두고 운하 호수를 채우는 데 중요한 시기여서 이 기간 강수량이 부족하면 이후 통항 능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파나마운하는 2023년에도 심각한 가뭄으로 하루 통항 횟수를 단계적으로 줄인 바 있다. 당시 선박 대기 행렬이 길어지고 예약권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 해운시장에 적지 않은 혼란이 발생했다. 운하청은 2025년 말부터 물 사용을 최적화하고 있으며, 현재의 통항량 감축은 운하 역사상 두 번째로 시행되는 대규모 가뭄 대응 조치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추가 수원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운하청은 리오인디오강에 새로운 저수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7회계연도 예산에 관련 사업비 8,200만달러를 반영했다. 그러나 저수지 건설은 주민 이주와 생태계 훼손 문제를 수반할 수 있어 충분한 환경·사회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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