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더 몰리고 환경연구자는 ‘신규 오염물질’ 의제로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2-19 22:39:11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경제학 연구자들과 환경과학 연구자들이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시야에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설문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경과학 분야 연구자들은 기후변화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담수 변화, 신규 오염물질(플라스틱·화학물질 등)까지 더 다양한 이슈를 ‘핵심 환경문제’로 지목한 반면, 경제학 분야 연구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적은 범주의 환경문제를 언급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 인식의 폭이 단순한 관심사 차이를 넘어, 어떤 해결책을 유망하다고 보는지(정책 성향)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룬드 대학교 생태경제학 박사후 연구원 마누엘 수터(Manuel Suter) 연구진이 환경과학 및 경제학 분야의 활발한 연구자 2,36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해, 응답자가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를 최대 9개까지 자유기술식으로 나열하도록 한 뒤 이를 범주화해 비교했다. 표본은 102개국 연구자를 포함하지만, 유럽 소속 연구자가 과대표집되고 아시아는 상대적으로 과소대표집되는 편향도 확인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설문은 Qualtrics를 통해 진행됐고, 연구 대상자 선정에는 2018~2022년 사이 상위 저널(각 분야 상위 100개) 논문을 낸 교신저자를 선별했으며, 최종 분석에는 2,365명이 포함됐다.

응답 전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환경 이슈는 기후변화(70%)였고, 그 다음은 생물권 무결성(생물다양성·생태계 훼손 등, 51%)이었다. 다만 1·2위 간 격차(19%p)는 “기후변화에 비해 생물다양성/생태계 위기가 상당 부분 간과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연구진은 논의했다.

특히 행성 한계(planetary boundaries) 틀에서 이미 한계를 넘었다고 지목되는 이슈들 가운데서도, 응답에서의 가시성은 균일하지 않았다. 예컨대 신규 물질 오염(43%), 담수 변화(31%)는 절반에 못 미쳤고, 해양 산성화(8%), 생지화학적 흐름(9%) 등은 더 낮았다. 반면 성층권 오존층 고갈(2%), 대기 에어로졸 부하(3%)는 최저 수준이었다.

두 집단의 차이는 기후·온실가스와 직접 연결된 이슈에서는 크지 않았지만, 그 밖의 영역에서 크게 벌어졌다. 환경과학 연구자는 토지 시스템 변화, 담수 변화, 신규 오염(플라스틱 등), 사회정의(기후이주·로비 등), 일반 오염, 인구 문제 등 “탄소 외” 이슈를 경제학 연구자보다 유의미하게 더 자주 언급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연구진은 ▲환경과학 연구자가 실제로 더 많은 환경 이슈 지식을 가졌을 가능성 ▲혹은 같은 수준의 지식이 있더라도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범위가 더 넓을 가능성 등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는 “무엇이 문제인가”뿐 아니라 “무엇이 해법인가”도 물었다. 응답자들은 7가지 완화 접근(기술 발전, 세계경제 탈성장, 환경 규제, 소비자 자발적 소비감축, 사회혁신, 비폭력 시민불복종, 시장 기반 해법)에 대해 1~7점 리커트 척도로 잠재력을 평가했다. 전반적으로는 모든 해법이 ‘중간 이상’ 잠재력을 받았고, 기술 발전이 가장 높게, 비폭력 시민불복종이 가장 낮게 평가됐다.

하지만 집단별로는 차이가 뚜렷했다. 환경과학 연구자는 탈성장과 비폭력 시민불복종의 잠재력을 경제학 연구자보다 더 높게 봤고, 경제학 연구자는 시장 기반 해법과 기술 발전의 잠재력을 더 높게 평가했다.

연구진이 추가로 분석한 대목은, “중요하다고 인식한 환경문제 범주의 수”가 특정 해법 선호와 연결되는지 여부다. 정치 성향, 전공(경제/환경), 성별·연령·거주지 등을 통제한 뒤에도, 환경문제를 더 폭넓게 적은 사람일수록 환경 규제·탈성장·비폭력 시민불복종을 상대적으로 더 유망한 접근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남았다. 반대로 환경문제를 적게 적은 사람일수록 기술 발전의 잠재력에 더 낙관적인 경향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를 “기술 해법이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효할 수는 있지만, 생물다양성 훼손 같은 부작용·상충(trade-off)을 낳을 수 있으며, 따라서 이슈 간 연결성을 더 크게 인식할수록 더 구조적·전환적 해법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는 맥락에서 해석했다.

결론적으로 연구진은 지구 시스템의 안정성은 한 가지 지표(탄소·기후)만으로 관리되기 어렵고, 이슈 간 상호의존성을 반영하는 총체적(holistic)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학문 분야 간에 중요한 환경문제의 지형도를 공유하고, 경제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가 환경 의제를 더 넓게 다루는 방향으로 연구 및 정책 논의가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 연구는 Environmental Research Communications(IOP Publishing)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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