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습도 상승, 데이터센터 냉각 효율 위협한다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6-27 22:49:37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온과 습도가 상승하면서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적인 냉각 방식이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서비스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기후변화가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과 전력·물 사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와이대학교 마노아 캠퍼스 대기과학 연구진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미래 기후 조건에서 데이터센터 냉각에 널리 활용되는 저비용·고효율 방식인 ‘직접 외기냉방’의 이용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직접 외기냉방은 자연적으로 차가운 외부 공기를 끌어들여 건물이나 장비를 냉각하는 방식이다. 별도의 냉동기나 복잡한 냉각 장비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에너지 효율이 높고 운영비 절감 효과도 크다. 그러나 외부 공기의 온도와 습도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장비 안정성과 효율을 위해 이 방식을 사용하기 어렵다.

연구를 이끈 하와이대학교 마노아 해양·지구과학기술대학 대기과학 교수 크리스티나 카람페리두는 “직접 외기냉방의 권장 운전 기준을 초과하는 온도와 습도 조건이 많은 지역에서 더 자주, 더 오래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데이터센터에서 외기냉방 이용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터센터는 의료, 교육, 정부 서비스, 전력망 운영, 금융, 국방, 재난 대응 등 현대 사회의 핵심 기능을 떠받치는 기반시설이다.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일정한 온도와 습도 관리가 필수적이다. 냉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장비 고장, 서비스 중단, 에너지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전 세계의 과거 및 미래 온도·습도 자료를 분석하고, 이를 직접 외기냉방에 필요한 환경 조건과 비교했다. 이를 위해 고해상도 시간별 기상 관측자료, 기후모델 시뮬레이션, 전 세계 데이터센터 위치 데이터베이스를 결합했다. 이러한 방식은 개별 시설 중심 연구에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대규모 지역별 패턴과 장기 추세를 확인하는 데 활용됐다.

분석 결과, 지난 45년 동안 직접 외기냉방을 제한하는 고온·고습 조건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열대지역과 미국 남동부에서 이러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특정 지역의 데이터센터가 연중 상당 기간 외기냉방을 활용하기 어려운 조건에 노출되는 비중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및 시설 단위 분석에서도 같은 경향이 확인됐다. 연간 최소 4분의 1 기간 동안 직접 외기냉방 이용이 제한되는 조건에 노출된 데이터센터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었다. 세기 중반까지의 예측에서도 온난화와 습도 상승이 지속되면서 이러한 제약은 더 넓은 지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주목할 점은 변화가 평균 조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평균적인 기온·습도 변화보다 최악의 고온·고습 상황이 더 빠르게 심화되고 있었다. 이는 데이터센터 운영에서 드물지만 치명적인 환경 스트레스가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카람페리두 교수는 “운영 관점에서 이러한 최악의 조건은 비상 계획, 시스템 우회 운전, 예비 설비 확보, 신뢰성 판단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프라 계획은 평균적인 환경 조건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스트레스가 큰 날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와 디지털 인프라, 에너지 사용, 물 사용 문제가 서로 분리돼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고, 일부 냉각 방식은 물 사용량도 크다. 여기에 외부 공기를 활용한 고효율 냉각 가능성이 줄어들면, 더 많은 전력과 물을 쓰는 대체 냉각 방식에 의존해야 할 수 있다.

특히 AI 산업의 급성장은 데이터센터 냉각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고성능 반도체와 서버는 더 많은 열을 발생시키며, 이를 안정적으로 식히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냉각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외기냉방의 활용 범위가 줄어드는 시점에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데이터센터의 장기적 회복력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냉각 기술과 입지 전략, 에너지 공급, 물 관리 방식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더 많은 냉각 설비를 설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별 기후위험과 에너지·물 자원 여건을 반영한 통합적 계획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데이터센터가 더 이상 단순한 정보기술 시설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의 핵심 기반시설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기온과 습도 상승은 데이터센터 냉각 효율을 낮추고 운영 비용을 높일 수 있으며, 이는 전력망과 물 자원, 디지털 서비스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데이터센터 정책이 입지 선정, 냉각 방식, 재생에너지 조달, 물 사용 관리, 폭염 대응 계획을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AI와 디지털 경제의 성장이 계속되는 만큼, 데이터센터 냉각의 기후 리스크를 조기에 반영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디지털 인프라 구축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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