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호수의 산소 손실, 지구 안정성까지 위협한다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7-20 22:17:39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바다와 호수, 강 등 수중 생태계에서 산소가 빠르게 줄어드는 현상이 지구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후변화와 영양염 오염, 물 순환 변화가 맞물리면서 수중 산소 손실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인간의 시간 규모에서는 되돌리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UC 샌디에이고 스크립스 해양학연구소 연구진이 주도한 새로운 리뷰 논문은 국제학술지 Limnology and Oceanography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해양과 연안, 강, 호수, 하천에서 나타나는 용존산소 감소 현상을 ‘수중 탈산소화’로 보고, 이를 기존의 행성 경계 프레임워크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행성 경계 프레임워크는 2009년 처음 제시된 개념으로, 지구가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넘어서는 안 되는 주요 한계를 설명한다. 현재 이 틀에는 기후변화, 해양 산성화, 생물다양성 손실, 대기 에어로졸 증가, 성층권 오존층 파괴, 담수 변화, 토지 이용 변화, 화학 오염, 질소·인 순환 등 생물지구화학적 흐름 변화가 포함된다. 연구진은 여기에 수중 생태계의 용존산소 조건도 별도의 중요한 경계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중 탈산소화는 주로 인간 활동에서 비롯된다.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면 물속에 녹아 있을 수 있는 산소량은 줄어든다. 동시에 따뜻해진 물은 층화가 강해져 표층과 심층의 혼합이 약해지고, 깊은 물속으로 산소가 공급되는 과정도 제한된다. 여기에 농업, 하수, 산업 활동에서 유입되는 질소와 인 등 영양염이 증가하면 조류 번성이 일어나고, 이 유기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산소가 추가로 소비된다.

산소 손실은 수중 생물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미세한 플랑크톤과 저서생물부터 어류, 상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수생 생물은 생존을 위해 용존산소에 의존한다. 산소가 부족해지면 서식 가능 공간이 줄어들고, 먹이망 구조가 바뀌며, 어업 자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양 포유류처럼 공기를 호흡하는 생물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직접 물속 산소를 호흡하지 않지만, 먹이 생물과 서식지가 변화하면 생존 조건이 악화될 수 있다.

문제는 산소 손실이 단순히 생물 다양성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중 산소 조건은 탄소, 질소, 인 등 지구의 주요 물질순환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유기물 분해 방식이 달라지고, 메탄이나 아산화질소 같은 온실가스 생성이 늘어날 수 있다. 이는 다시 기후변화를 강화하고, 기후변화는 수온 상승과 해양 성층화를 통해 탈산소화를 더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

연구진은 수중 탈산소화가 기존의 여러 행성 경계와 상호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는 산소 손실을 가속하고, 담수 변화와 토지 이용 변화는 강과 호수의 산소 조건을 바꾼다. 농업 비료 사용 증가는 질소·인 순환을 교란하며, 이는 연안과 내륙 수역의 부영양화와 저산소화를 유발한다. 생물다양성 손실도 산소 감소와 맞물려 생태계 회복력을 약화시킨다.

연구진은 2019년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에 참석한 뒤 이번 논문 구상을 시작했다. 당시 해양의 역할이 기후 논의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었지만, 수중 산소 손실 문제는 상대적으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이 됐다.

이번 연구는 수중 산소 손실이 일부 해역이나 오염된 호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지구의 생명 유지 시스템 전반과 연결된 위험임을 보여준다. 온실가스 감축, 영양염류 유입 관리, 하천·습지 복원, 해양 보호정책이 함께 추진되지 않는다면 바다와 내륙 수역의 산소 감소는 생태계와 기후 안정성을 동시에 위협하는 요인으로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