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시장 추가성 완화, 기후행동 약화시킬 수 있어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5-12 22:24:12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탄소시장에서 추가성 기준을 완화할 경우 기후변화 대응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나왔다. 최근 Nature Climate Change에 실린 논평에서 연구진은 원주민의 토지 관리와 생태계 보전 활동을 더 잘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탄소배출권 시장의 핵심 원칙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추가성이란 탄소배출권이 기존에도 일어났을 활동이 아니라, 새롭게 추가된 감축 또는 흡수 활동을 통해서만 발행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예를 들어 이미 보호되고 있던 산림이나 습지를 계속 유지하는 활동에 배출권을 부여할 경우, 실제로는 새로운 감축이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기업이나 국가가 이를 상쇄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방식이 확대되면 순 탄소배출량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출권을 구매한 쪽은 추가 배출을 정당화할 수 있지만, 실제 대기 중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탄소시장의 환경적 신뢰성을 훼손하고, 기후 목표 달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논평의 제1저자인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 필 윌리엄슨 박사는 원주민 공동체가 오랜 기간 온전한 생태계와 중요한 탄소흡수원을 지켜왔다는 점은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탄소시장의 주된 목적은 온실가스 순배출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줄이는 것”이라며, 역사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탄소시장을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원주민의 토지·습지 관리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그 방식은 탄소배출권이 아닌 다른 재원 조달 수단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공 재정, 민간 자선기금, 녹색채권·청색채권, 보험 상품 등 비탄소시장 금융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특히 맹그로브, 염습지, 해초지 등 해안 습지는 탄소 저장과 생물다양성 보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들 생태계에서 추가성을 입증하는 일은 쉽지 않다. 연구진은 입증 가능한 추가 감축 효과 없이 배출권을 발행할 경우, 기후 완화 효과보다 시장 왜곡과 불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진은 형평성, 생물다양성 보호, 기후 완화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탄소시장의 기본 원칙을 약화시키는 방식은 기후변화를 악화시키고, 그 피해가 다시 취약계층과 원주민 공동체에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논평은 탄소시장의 역할을 둘러싼 핵심 쟁점을 다시 부각시킨다. 원주민과 지역공동체의 생태계 관리에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되, 탄소배출권은 실제 추가 감축이 확인되는 경우에만 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정의와 시장 신뢰성을 동시에 지키기 위한 제도 설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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