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결 기자
eco@ecomedia.co.kr | 2026-10-07 15:33:33
“커피박, 버리는 폐기물에서 쓰이는 자원으로”…서울시, 수거·자원화 체계 전환 논의
커피전문점에서 매일 발생하는 커피박을 단순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거체계와 건조·전처리, 최종 수요처까지 연결되는 순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는 7일 서울시청 서소문2청사 20층 스마트회의실에서 ‘커피박 수거와 자원화 촉진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커피 관련 이해관계자와 시민,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위원, 담당 공무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커피박의 발생 및 수거 현황을 점검하고, 수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장의 문제점과 자원화 확대를 위한 정책적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강희영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위원이 사회를 맡았으며, 유미호 녹색서울시민위원회 공동위원장의 인사말에 이어 ▲조명환 서울시 재활용기획팀장의 ‘서울시 커피박 수거현황 및 방향’ ▲홍수열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위원의 ‘커피박 수거 및 자원화 체계 구축방향’ ▲장한우리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동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의 ‘커피박 수거 문제점 및 개선방안’ 발제가 진행됐다.
이어 김정지현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자원순환분과 위원장을 좌장으로 허진홍 마포구청 청소행정과 주무관, 허윤석 메가MGC커피 가맹사업본부장,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 박상원 지구하다 대표이사, 정진원 청양 커피박 재활용 농가 대표가 지정토론에 참여했다.
서울시 “커피박 하루 57톤 발생…2026년 30톤 별도 수거 목표”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조명환 서울시 재활용기획팀장은 서울시 커피박 발생량을 하루 약 57톤, 연간 약 2만톤으로 추정하고, 올해 하루 30톤의 커피박을 별도 수거·재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22년부터 커피박 별도 수거사업을 추진했으며, 2025년부터는 25개 전 자치구에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참여 카페도 지속적으로 늘어 2026년 8월 기준 8천여 개소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제 단순히 참여 카페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수거량과 최종 재활용량을 중심으로 사업 성과를 관리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향후 추진방향으로는 ▲대행업체 연계와 정기 문전수거를 통한 수거체계 안정화 ▲커피박과 종이팩 연계 수거 ▲실제 수거량과 최종 재활용량 중심의 성과관리 ▲최종 활용처와 재활용 방식까지 확인하는 관리체계 구축 등이 제시됐다.
특히 서울시는 프랜차이즈와의 협력을 확대해 커피박 분리배출을 브랜드 단위로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상위 프랜차이즈 10개 브랜드의 가맹점 약 4,300개소가 서울 카페의 약 25%를 차지하는 만큼 프랜차이즈의 참여가 전체 수거체계 확대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홍수열 소장 “커피박, 수거보다 자원순환 전체를 봐야”
홍수열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위원은 커피박을 둘러싼 정책이 ‘얼마나 수거했는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홍 위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국내 볶은 원두 소비량은 약 16만8천톤으로, 2019년 14만4천톤보다 17% 증가했다. 이를 기준으로 추정한 국내 커피박 발생량은 건커피박 약 16만8천톤, 습커피박 약 41만9천톤에 이른다. 서울에서 발생하는 습커피박 역시 연간 2만~3만톤 수준으로 추정된다.
홍 위원은 커피박의 자원순환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카페의 참여와 협조, 안정적인 수거체계, 적정한 수거·처리시설, 안정적인 재활용 수요처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카페에서 배출되는 커피박은 수분 함량이 높아 수거 이후 건조 및 전처리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거체계와 자원화 방식을 따로 볼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커피박 자원순환체계 구축 로드맵 역시 ▲별도 분리배출 ▲시범사업·운영 검증 ▲비용부담 체계 전환 ▲안정적 재활용 확대의 단계적 접근을 제시하고 있다.
장한우리 이사장 “커피박, 모으는 것에서 쓰이는 것으로”
장한우리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동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커피박 수거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짚었다.
장 이사장은 현재 커피박 재활용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로 수거 인프라, 건조공정, 수요처 등 세 가지 공백을 꼽았다. 카페 커피박 재활용률이 5%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참여 카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자원순환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커피박 수거를 단순한 ‘수거 단가’의 문제가 아니라 수거부터 최종 활용까지 발생하는 전체 비용의 관점에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커피박을 실제로 받아줄 수요시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배출기업이나 지자체 등이 수거비를 부담해야 재활용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커피박이 어디에서 얼마나 발생하고, 어디로 이동해 어떤 방식으로 재활용됐는지를 기록하는 체계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매장별 계량과 디지털 수거기록, 전처리 이력 등을 축적해야 향후 탄소감축 실적과도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페 현장 “정기·문전수거 없으면 분리배출 지속 어렵다”
지정토론에서는 실제 커피박을 배출하는 카페 현장의 어려움도 제기됐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전국적으로 연간 12만~14만톤가량의 카페 커피박이 발생하지만 실제 재활용률은 5% 안팎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카페 현장에서는 “따로 모아놔도 수거하러 오지 않거나, 보관 공간이 부족해 결국 종량제봉투에 버리게 된다”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커피박은 수분 함량이 높아 장기간 보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수거하는 예측 가능한 문전수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프랜차이즈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개인카페와 중소형 가맹점이 참여할 수 있는 지원책과 함께 커피박으로 만든 제품을 서울시와 자치구가 공공구매해 안정적인 초기 수요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프랜차이즈·재활용업계도 “수거 이후가 중요”
허윤석 메가MGC커피 가맹사업본부장은 가맹점의 지속적인 참여를 위해서는 매장의 발생량과 보관 공간을 고려한 수거주기와 함께 정기적인 문전수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빌딩에 입점한 매장처럼 출입과 반출시간에 제약이 있는 매장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수거체계와 수거 누락에 대응할 수 있는 연락창구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상원 지구하다 대표이사는 수거된 커피박의 품질 관리가 자원화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일반·음식물쓰레기 등의 이물질이 섞이거나 장기간 보관돼 부패하면 선별·전처리 비용이 증가하고 최종 자원화 효율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용 용기와 표준 배출방식, 이물질 혼입 방지 및 보관 기준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대표는 현재 수거한 커피박을 폐목재와 혼합해 Bio-SRF 원료로 활용하거나 미이용산림바이오매스 펠릿 제조 과정에 첨가제로 활용하고 있다며, 기존의 안정적인 대량 활용처와 함께 종량제봉투·축사 깔개 등 고부가가치 활용처를 동시에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거 확대 넘어 최종 자원화까지”…서울시 정책 전환 주목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종합하면 서울시 커피박 정책은 ‘참여 카페 확대→수거량 증가’ 단계에서 ‘수거→처리→자원화→수요처’ 전 과정을 관리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현재 커피박은 퇴비, 고형연료, 축사 깔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안정적인 수요처가 충분하지 않으면 수거 확대 역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장한우리 이사장 자료에 따르면 전국 카페 커피박 재활용 물량 가운데 퇴비가 61.7%, 고형연료가 33.5%, 소재·축사 깔개가 3.8%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공공이 과도기적으로 커피박 재활용 제품의 첫 구매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커피박 종량제봉투 시범구매,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용 펠릿, 축사 깔개 공급협약 등을 통해 초기 수요를 만들고 시장이 형성되면 공공 지원을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방식이다.
이날 토론회의 핵심 메시지는 “커피박을 얼마나 많이 모으느냐가 아니라, 모은 커피박이 실제 어디에 쓰이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앞으로 수거체계 안정화와 함께 최종 재활용량과 활용처까지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고도화할 경우, 커피박은 단순한 카페 폐기물을 넘어 도시의 대표적인 순환자원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안정적인 수거를 위해 필요한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카페 소상공인의 부담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그리고 지속 가능한 수요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는 앞으로 서울시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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