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10-12 22:48:49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산림을 벌목할 때 숲 바닥의 유기물층과 벌목 잔재물을 최대한 보존해야 토양 탄소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장기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산림 바닥층을 완전히 제거할 경우 토양 탄소가 급격히 감소하고, 수확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진행된 장기 토양 생산성 연구(BC-LTSP)는 벌목 이후 토양 압축과 유기물 제거가 산림 토양 탄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20년에 걸쳐 추적했다. 연구 결과는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Biogeosciences에 게재됐다.
산림 토양은 전 세계 육상 탄소의 약 40%를 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산림이 수확될 경우 토양 탄소의 약 15~30%가 손실될 수 있다는 추정도 제시돼 왔다.
문제는 실제 손실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산불과 곤충, 질병, 과거 산림 관리 이력뿐 아니라 수종과 기후, 벌목 방식 등에 따라 토양 탄소의 변화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영향을 장기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브리티시컬럼비아의 서로 다른 생물·지리·기후대에 위치한 12개 산림 시험지를 분석했다. 각 시험지는 토양 압축 정도와 유기물 제거 수준을 달리한 9개 구획으로 나눠 관리됐다.
일부 구획에서는 나무 줄기만 수확하고 가지와 잎, 기타 잔재물은 현장에 남겼다. 다른 구획에서는 나무 전체와 수관 잔재물까지 제거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또 일부에서는 광물 토양 위에 쌓인 낙엽과 부식물 등 유기물층인 ‘산림 바닥(forest floor)’ 자체를 완전히 제거했다.
연구진은 벌목 전 토양과 산림 바닥의 탄소량을 측정한 뒤 벌목 후 5년, 10년,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변화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산림 바닥층이 유지된 지역에서는 토양 탄소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보존됐다. 20년 후 산림 바닥에 저장된 탄소는 벌목 전보다 약 5% 감소하는 데 그쳤고, 그 아래 광물 토양의 탄소는 오히려 14% 증가했다.
벌목 방식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나무 줄기만 수확한 구획은 나무 전체와 잔재물을 함께 제거한 구획보다 약 15% 더 많은 산림 바닥 탄소를 유지했다. 반면 벌목 잔재물과 산림 바닥층을 모두 제거한 지역에서는 탄소 손실이 훨씬 컸다.
이들 지역에서는 벌목 후 5년 이내에 총 토양 탄소가 52% 감소했다. 이후 일부 회복이 이뤄졌지만 20년이 지난 뒤에도 벌목 전 수준보다 33% 낮은 상태가 유지됐다.
산림 바닥을 완전히 제거한 지역에서 탄소 저장량이 원래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지역별로 크게 달랐다. 연구진은 토양 탄소가 벌목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 약 22년에서 최대 86년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산림의 탄소흡수 능력을 평가할 때 지상부 나무의 성장만 고려해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벌목 후 새로운 나무가 자라더라도 토양과 산림 바닥에서 손실된 탄소가 회복되기까지는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산림 바닥층은 낙엽과 나뭇가지, 고사목 등에서 공급되는 유기물이 축적되는 공간으로, 토양 탄소의 중요한 저장고 역할을 한다. 동시에 미생물 활동과 영양분 순환, 토양 수분 유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벌목 과정에서 이 층을 심하게 훼손하거나 제거하면 저장돼 있던 유기탄소가 손실되는 동시에 이후 토양으로 유입되는 새로운 탄소의 양도 줄어들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벌목 이후 산림의 탄소 저장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무를 얼마나 수확하느냐뿐 아니라 ‘무엇을 현장에 남겨두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가지와 잎 등 벌목 잔재물을 현장에 유지하고 산림 바닥층을 심각한 교란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토양 탄소를 보존하는 효과적인 산림 관리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목재 생산과 산림 탄소저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산림경영에서는 수확 과정에서 유기물층과 잔재물의 제거 정도를 관리 기준에 포함할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산림의 탄소저장 능력은 살아 있는 나무뿐 아니라 그 아래에 쌓인 낙엽과 유기물, 토양까지 포함한 전체 생태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이번 장기 실험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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