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순환경제, 단기적 이익 넘어 지속가능 성장 가능해야

경제 시스템 요소로 포함하는 구조적 변화 있어야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5-04-20 16:00:11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현재 인류가 소비하는 자원의 총량을 감안하면, 지구가 최소 4개는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자원을 고갈시키고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지고 있다. 그렇기에 지속 가능한 새로운 경제 시스템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듯 순환경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여러 가지 법령 제정 등의 미비로 인해 애로사항이 많은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새로운 경제 방식과 삶의 방식에 대한 전환 있어야
 

특히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기존의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대체할 생태 경제학이나 순환경제학 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여전히 소수 의견에 머물고 있으며, 주류 경제 시스템으로 자리 잡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순환경제는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경제 목표로 자원채굴에서 생산, 이후 소비, 폐기로 이어지는 선형경제와 달리 자원 재사용과 재활용을 통해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경제 시스템이다.
 

주요 산업별 순환경제 사례를 살펴보면 우선 전자제품을 들 수 있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 맥북 등에서 희귀 금속을 회수해 신제품에 재활용하는 방침을 갖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중고 스마트폰을 수거해 리퍼비시 제품으로 재판매하고 있다. 패션업계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볼보는 사용된 차량 부품을 회수해 새 제품처럼 재제조(remanufacture)하는 ‘Remade Parts’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테슬라는 배터리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해 원자재 회수율을 높이고 있다.
 

이렇듯 순환경제를 경제의 필수 요소로 정착시키려면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지만, 한국 정부의 대응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윤석열 정부의 일회용 컵 사용 제한 정책 철회를 들 수 있다. 환경 보호를 위해 법적으로 제한이 명시되었음에도 ‘불편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무력화된 것은, 정부의 한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분석이다.
 

결국 지속 가능한 경제를 구축하려면, 지구의 유한성을 전제로 한 새로운 경제 방식과 삶의 방식에 대한 전환이 필수적이다.

기업들이 재생 기술 적극 채택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13일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는 기후위기탈탄소경제포럼, 녹색전환연구소 주최로 ‘순환경제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의 과제들’이라는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날 후원업체로 참석한 법무법인 디엘지는 공익·인권 분야의 제도 개선을 지원하는 ‘디체인지(D'CHANGE)’ 사업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예산 등의 한계로 제도 개선이 어려운 공익·인권 단체를 돕기 위해 마련됐다. 

▲제공=녹색전환연구소

순환경제란 지속 가능한 물질 소비를 위해 자원 이용 방식을 혁신하는 개념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기업들이 재생 기술을 적극 채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법무법인 디엘지 측은 “올해 1월 시행된 순환경제사회 촉진법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현재 순환경제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미흡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규제와 정책이 순환경제 시장 촉진 동인으로

순환경제는 자원의 소비를 줄이고 재생 가능한 자원을 활용하여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을 구축하는 개념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재활용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고품질의 재생 자원을 생산하는 것이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순환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는 자원의 최적화, 탈물질화 기술, 공유 경제 활성화, 제로 웨이스트 소비 문화 등이 있으며, 이를 위해 생산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친환경 디자인을 도입하며, 재생 원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의 정책이 요구된다. 이러한 정책은 기업들이 환경성을 고려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며, 고품질 재생 자원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EU는 순환경제를 위한 정책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며, 특히 에코 디자인 규정, 디지털 제품 패스포트, 재생 원료 의무 사용 등을 강조하고 있다. EU는 204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포장에 재생 원료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재활용 시스템 개선을 촉진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의미한다.
 

홍 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며, 순환경제를 위한 스타트업 생태계도 초기 단계에 있다. 해외 스타트업에 비해 투자가 부족하고, 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규제와 정책이 순환경제 시장을 촉진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알렸다.

순환경제, 경제적 잠재력과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이날 발제를 맡은 녹색전환연구소 지현영 부소장은 순환경제가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길임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제도적 개선을 제시했다. 따라서 순환경제가 단순히 폐기물 처리나 재활용을 넘어서, 경제적 잠재력과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하였고, 이를 위한 정책적,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특히 순환경제로 가기 위한 제도적 밑받침이 중요한데 ▲규제 일관성 ▲자금 지원 및 세액공제 ▲기존 제도의 장벽 해소 ▲문화적 확산 등이 중요하다고 알렸다.
 

유럽연합에 대한 사례를 제시했는데 유럽연합은 재사용 목표와 재활용 목표를 설정하고, 2026년부터 강화된 포장재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또한, 탈착식 배터리 의무화, 재생 원료 의무화 등도 포함된다. 또한 네덜란드와 유럽연합은 순환경제를 위한 금융 지원과 자금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공공 조달을 통한 초기 시장 형성도 중요한 전략으로 제시되었다.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있어야

직접 산업현장에서 순환경제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체 대표들의 발표도 있었다. 전자제품 재활용 수선수리 전문업체 ㈜인라이튼 신기용 대표는 2015년 당시, 폐스마트폰 배터리를 활용한 보조 배터리 제품을 출시하며 순환경제의 가치를 생각해냈다. 하지만 제조업의 변화 속에서 지속적인 사업 운영이 어려워졌고, 이후 전자제품 수리 플랫폼을 운영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해왔다. 

▲토론회에 함께한 참석자들(제공=녹색전환연구소)

그는 “전자제품 수리 사업을 운영하면서 알게 된 점은, 환경을 위해 제품을 수리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는 것”이라며 “대부분 비용 절감과 제품 애착, 혹은 고가 제품이라서 수리를 원하는 경우였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만으로는 소비자 행동을 바꾸기 어렵고, 실질적인 비즈니스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는 ‘PSS(Product Service System, 제품 서비스 시스템)’ 모델을 예로 들었다. PSS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개념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독일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밀레(Miele)’가 대표적인 사례다. 밀레는 고가의 가전제품을 렌탈과 유지보수 서비스와 결합해 제공하며, 소비자가 제품을 소유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는 또 글로벌 규제의 흐름과 국내 현실의 차이를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는 사회적 기업 인증 제도가 있지만, 해외에서는 ‘B Corp(비콥) 인증’과 같은 기업 지속가능성 평가 기준이 더욱 활성화되어 있다. 비콥 인증은 친환경적이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에게 주어지며, 해외에서는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그는 “국내에서도 친환경·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들이 글로벌 기준에 맞춰 경쟁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대기업들 또한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전자제품 제조사들은 규제 대응 차원에서 자체적인 순환경제 모델을 구축하며, 스타트업과의 경쟁 구도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신 대표는 “이제는 작은 기업들끼리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의 경쟁 속에서 생존 전략을 찾아야 하는 시대”라며 “스타트업이 가진 혁신성을 어떻게 정책과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능동적인 변화와 소비자 중심의 솔루션 개발해야
 

리플라의 서동은 대표는 현재 국내 재활용 산업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말한다. 리플라가 국내 500개, 해외 200개 재활용 업체를 조사한 결과, 순도가 낮은 플라스틱은 결국 건설용 내장재나 유통용 팔레트 등 낮은 부가가치 제품으로 재활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재활용 플라스틱의 품질이 낮아질수록 판매 가격이 하락해, 재활용 업체들의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리플라는 고품질 플라스틱만을 남기는 방식으로 재활용 산업의 채산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를 거듭해왔다. 실제로 리플라의 실험에서는 분해 후 남은 플라스틱이 기존보다 인장 강도 67%, 유동성 45%, 굴곡 강도 29%가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활용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유럽에서는 자동차 제조 시 일정 비율 이상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을 늘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재활용 플라스틱 활용도가 낮은 실정이다. 일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들은 이미 몰래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순환경제는 기업들이 정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소비자 중심의 솔루션을 개발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순환경제 실현을 위한 기업의 역할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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