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화장품용기, 개선 필요하지만 현실은...

시민들의 자발적 건의와 화장품업계의 동참 필요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5-02-11 16:04:17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화장품 용기. 무심코 재활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소재도 천차만별이고, 생각보다 재활용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 본지는 지난 12월 11일 (사)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서 개최한 ‘화장품 용기 탄소발자국 온라인 워크샵’에 참석해 화장품 용기의 특징과 재활용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시민참여 통한 탄소발자국 측정


탄소발자국은 제품과 활동 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한다. 최근 이를 측정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환경부 주도로 저탄소 인증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수백만 가지에 달하는 종류를 개별적으로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시민이 참여해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공유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는데 이 같은 움직임은 점차 확장되는 추세에 있다. 즉 능동적인 시민 참여 방식으로 리빙랩이 주목받고 있으며, 이를 발전시키는 방안으로 시민 과학이 주목받고 있는 것.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용기의 60% 이상이 재활용 어려움 등급으로 분류된다. 또 대다수 제품이 소재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이 분리배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의 핵심은 같은 종류끼리 분리하는 것이지만, 많은 화장품 용기가 복합 소재로 제작돼 사실상 재활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이하 연구소) 측은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들이 직접 화장품 용기의 탄소 발자국을 산정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알맹 상점’ 등을 통해 수집한 화장품 용기를 대상으로 분석이 이루어졌으며, 기초 화장품 중심으로 크림, 로션, 에센스 등 용량별로 구분했다”고 밝혔다.

파악하기 힘든 화장품용기 재질

그 결과 화장품 용기의 대다수가 복합소재로 분리에 어려움이 많으며 접착제로 결합돼 있어 손으로 분해하기 어렵고, 구조상 분리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았다.

 

▲출처=기후변화행동연구소대체적으로 화장품 용기의 재질은 PET가 가장 많은 편이며 기초 제품의 경우 내구성이 좋은 ABS 용기가 흔한 편이다. 헤어나 바디제품의 경우 PE 용기도 일부 있다. 캡의 경우 PP가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다. 튜브의 경우는 PE튜브와 라미네이트 튜브로 크게 구분할 수 있으며 라미네이트 튜브의 경우 여러 재질의 소재를 겹겹이 붙여 제조한다. 또한 분석 결과, 많은 화장품 용기가 플라스틱 종류 중 ‘아더(OTHER)’로 분류됐는데, 이는 재활용성이 극히 낮음을 의미한다. 특히 금속, 유리 등 복합 소재가 혼합된 고급 화장품 용기의 경우 재활용 가능성이 더 낮았다.

 

상당수 제품에서 플라스틱 종류도 명시되지 않았다. 화장품 회사에 문의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얻기 어려웠고, 소비자 게시판을 통해서만 단편적인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 소재 표기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상당수 제품에서 플라스틱 종류가 명시되지 않았던 것.
 

연구소 측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개선방안을 내놓고 있다. 첫 번째로 소재 표기 의무화를 들 수 있다. 모든 화장품 용기에 플라스틱 종류와 재활용 가능 여부를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두 번째로 재활용 가능한 디자인 채택이다. 복합 소재 사용을 줄이고, 단일 재질로 제작해 분리배출이 용이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 교육 및 인식 제고가 이루어져야 한다. 분리배출 방법은 물론 탄소 발자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 참여를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화장품업계 여전히 단일용기 채택 주저해


국내 주요 업체들 또한 수년전부터 플라스틱 단일소재로 제조된 100% 재활용과 재사용이 가능한 화장품 용기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주문제작한 용기를 납품받는 화장품 업체들은 여전히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화장품은 용기 디자인이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플라스틱만으로 용기를 만들면 매출이 떨어지고 화려한 장식도 할 수 없다. 단일 소재로 만든 용기가 친환경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경쟁사와의 디자인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질에 따른 탄소발자국 계수(출처=기후변화행동연구소)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은 디자인이 절반이라고 보면 된다. 내용물을 평가하기 전에 일단 소비자의 눈에 띄어야 한다. 플라스틱 한가지 소재로만 멋진 디자인의 용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알렸다.

또한 변질 우려가 있는 고기능성 화장품은 차단성이 높은 복합소재를 사용해야 하는데 단일 소재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우려사항도 있다. 또 용기의 이음새 부분과 펌핑부품에 사용되는 금속제 스프링을 없애든지 이를 플라스틱으로 대체할 수 있는 설계와 디자인 기술도 필요하다.

재활용 및 리필 시스템 도입 절실


탄소 발자국은 제품 제조부터 폐기까지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의미하며, 이를 계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제품의 소재별 무게를 측정한 뒤, 해당 소재의 탄소 배출 계수를 곱해 산출하면 된다. 음식의 칼로리를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 함량에 따라 계산하는 방식과 비슷한 셈이다.

 

▲출처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 정보를 바탕으로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특히, 화장품 용기와 같은 소비재의 경우 재활용 및 리필 시스템 도입이 주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재사용 의무 기준이 낮아 많은 제품이 생색내기용으로만 출시되고 있다. 반면, 유럽은 포장 및 포장재 폐기물 규정(PPWR)을 통해 재사용 제품 출시 비율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연구소 측은 “리필 제품 사용 시 위생 문제도 제기되지만, 2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적절히 세척하고 관리하면 미생물 오염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리필 제품 사용을 확산시키기 위해 소비자와 기업 모두의 인식 변화와 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한다.
화장품과 같은 일상용품의 포장재는 전체 탄소 배출량의 50~6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단순하고 가벼운 단일 소재로 제작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결국 탄소 배출을 줄이는 작은 실천이 결국 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재사용과 리필 문화의 정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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