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탄소발자국, 알려진 것보다 최대 41% 더 클 수 있어?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4-22 22:13:48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우유의 기후 영향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의 메탄 배출에만 초점을 맞춰온 기존 평가와 달리, 초지와 경작지 토양에서 빠져나가는 탄소까지 반영하면 우유 생산의 실제 탄소발자국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헬싱키대학교와 핀란드 기상연구소 연구진은 최근 국제 생애주기평가 저널(The International Journal of Life Cycle Assessment)에 발표한 논문에서, 토양 유기탄소 저장량의 변화가 우유 생산의 총 온실가스 배출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헬싱키대학교 비키 연구농장에서 초지와 곡물 재배지의 토양 유기탄소 변화를 분석하고, 이를 사료 재배부터 분뇨 관리까지 전 과정을 따지는 생애주기평가(LCA)에 반영했다. 그 결과, 토양 탄소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기존 평가보다 우유의 탄소발자국이 41% 더 높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특히 토양 탄소 변화를 계산하는 방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도 보여줬다. 연구진이 세 가지 계산법을 비교한 결과, 가장 단순한 방식인 IPCC 티어 1 기본값은 현장 측정과 탄소 모델을 반영한 정교한 분석에 비해 배출량을 뚜렷하게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북유럽 기후 특유의 조건도 중요한 변수로 지목했다. 겨울철 반복되는 동결과 해동 과정이 목초를 손상시키고 생장을 약화시키면서, 토양에 저장되는 탄소의 양을 줄인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해 혹한이나 가뭄 같은 예측 불가능한 기상 현상이 늘어나면, 농경지가 탄소 저장고 역할을 수행하는 능력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실제로 초지에서는 목초 생장이 약해질 경우 토양에서 대기로 방출되는 탄소의 양이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초지를 곡물 재배지로 전환했을 때는 탄소 손실이 거의 5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낙농 생산체계의 기후 영향을 평가할 때 토양 관리와 토지 이용 변화가 결코 부차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헬싱키대학교 연구진은 “소 사료로 이용되는 초지는 토양 탄소를 저장할 수도 있고 반대로 대기로 방출할 수도 있다”며 “특히 잔디의 지하 바이오매스는 토양 탄소 격리를 촉진하는 핵심적인 탄소 유입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토양은 살아 있는 탄소 은행과 같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식량 생산의 기후 영향을 정직하게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단순한 학술적 논의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즉 토양과학, 대기 관측, 환경평가를 결합한 다학제적 접근이 식품 시스템의 영향을 제대로 설명하는 데 필수적이기에 토양의 진짜 ‘탄소 비용’을 파악해야만 농가도 추상적인 지속가능성 구호를 넘어 데이터 기반 경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헬싱키대학교 미래 지속가능 식품시스템 연구그룹, 환경토양과학그룹, 농업과학부 비키 연구농장, 식품영양과학부, 대기·지구시스템연구소, 핀란드 기상연구소가 함께 수행한 다학제 연구로, EIT Food의 COVERE2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앞으로 우유를 비롯한 축산물의 탄소발자국을 평가할 때, 가축의 직접 배출뿐 아니라 토양이 얼마나 탄소를 저장하거나 잃고 있는지를 함께 반영해야 보다 정확한 기후 영향 평가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결국 저탄소 축산을 논하려면, 축사 밖 초지와 토양에서 벌어지는 변화까지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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