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4-16 22:25:51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확산으로 구리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전 세계 구리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광물 칼코파이라이트(chalcopyrite)의 숨겨진 화학적 특성이 보다 깨끗하고 효율적인 구리 추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에는 처리 난도가 높은 광물로 여겨졌지만, 연구진은 이 복잡성이 오히려 지속가능한 추출 기술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호주 모나시대 지구·대기·환경학교 연구진은 최근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전 세계 구리의 약 70%를 공급하는 칼코파이라이트가 왜 저온 침출에 잘 반응하지 않는지, 또 그 내부의 미세한 구조와 화학적 특성을 활용해 구리 회수율을 높일 가능성이 있는지를 분석했다.
칼코파이라이트는 300년 넘게 알려진 대표적 구리 광물이지만, 과학계와 업계 모두에 오랜 숙제를 안겨온 물질이다. 특히 저품위 광석에서 구리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낮은 효율과 높은 처리 비용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구리가 전력망, 전기차, 재생에너지 설비, 각종 현대 인프라의 핵심 원료라는 점에서, 이러한 비효율은 에너지 전환의 주요 병목으로 꼽힌다.
연구를 이끈 조엘 브루거 교수는 “칼코파이라이트는 세계의 주요 구리 광물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복잡하게 작용해 구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지에 제한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칼코파이라이트의 결정 구조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광물 내부에는 은, 금, 니켈 같은 미량 원소와 미세한 결함이 존재하며, 이러한 원자 수준의 차이가 광물 표면의 반응성과 구리 방출 방식, 최종 회수율을 좌우한다.
특히 연구팀은 극미량의 은이 칼코파이라이트 표면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구리가 더 쉽게 빠져나오도록 하는 순환 과정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동저자인 바바라 에치만 박사는 “은과 같은 미량 원소가 원자 수준에서 칼코파이라이트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이해하면, 더 정교하고 표적화된 추출 공정을 설계할 수 있다”며 “이는 더 적은 에너지와 더 적은 화학물질로 더 높은 회수율을 얻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견은 채굴 공정 개선에만 그치지 않는다. 연구진은 칼코파이라이트의 원자 구조가 태양전지, 광검출기, 에너지 변환 장치 등에 쓰이는 반도체 계열 물질과도 연결돼 있어, 이번 연구가 첨단 소재와 청정기술 개발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지질학적 이해가 곧 차세대 에너지 기술 경쟁력과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 각국이 탈탄소화에 속도를 내면서 구리 수요는 앞으로 더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단순히 새로운 매장량을 찾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이미 확보한 자원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리를 회수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브루거 교수는 “미래의 구리 수요를 충족하는 것은 단지 더 많은 광산을 찾는 문제가 아니라, 이미 가진 자원을 더 똑똑하게 추출하는 문제”라며 “칼코파이라이트는 그 도전과 해법의 중심에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지구과학자, 화학자, 엔지니어가 함께 참여하는 학제 간 혁신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300년 넘게 연구돼 온 광물이 여전히 과학적 퍼즐이자 전략적 기회로 남아 있으며, 그 해법이 미래 기술을 뒷받침하면서도 환경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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