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10-19 16:29:14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기가와트(GW)로 늘리고, 2035년에는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 8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는 사업용 재생에너지 설비가 2035년 163GW, 2040년 220GW에 이를 수 있다는 잠정 전망도 나왔다. 다만 이는 확정된 전력수급계획이 아니라 정책 이행을 전제로 산출한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은 39.1GW다. 2030년 100GW에 도달하려면 남은 기간 반기마다 평균 약 6.8GW를 설치해야 한다. 지난 5년 반의 평균인 반기당 1.7GW보다 약 네 배 빠른 속도다. 풍력은 기존보다 약 열 배 빠른 보급이 요구된다.
태양광 보급 확대…잠재량과 설치 실적 구분해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세계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34%로, 10년 전23%보다 크게 높아졌다. 온실가스 감축과 연료 수입 위험을 낮추려는 판단이 함께 작용했다. 한국에는 반도체 공장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수출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 수요까지 겹친다.
정부가 단기간 보급 확대의 주력으로 보는 것은 태양광이다.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는 전력망에 여유가 있는 지역의 대규모 사업과 공장 지붕, 영농형·수상형 태양광, 도로·철도·농수로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10개 이상의 대형 사업에서 12GW를 발굴하고, 정책 입지를 활용해 2030년까지 44.2GW를 보급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확정된 준공량이 아닌 사업 추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계획량이다. 그러나 발전소 준공과 전력 공급은 별개의 문제다. 계통에 접속하지 못하거나 발전량이 몰리는 시간에 출력을 줄이면 설비용량만큼 전력 공급에 기여하기 어렵다. 정부의 전력망 혁신대책은 이 간극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기존 송전망의 재생에너지 수용 능력을 119GW에서 171GW로, 배전망은 84GW에서 110GW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2040년 태양광 시장 잠재량 약 271GW 달해
한국공학대학교 조상민 교수에 따르면 입지·경제성·기존 보급 추세를 반영한 모형에서 2030년 사업용 태양광은 약 62GW로 산출됐다. 정부 목표에 맞춘 경로는 87GW다. 약 25GW의 차이에는 건물·공공부지 활용, 주민참여, 인허가 단축과 전력망 문제 해소로 보급 시점을 약 3.6년 앞당긴다는 가정이 들어 있다.
조 교수는 이격거리 규제와 모듈 효율 향상, 설치비 하락 등을 반영해 2040년 태양광 시장 잠재량을 약 271GW로 산정했다. 그러나 잠재량은 일정 조건에서 사업성이 있다고 평가한 공간의 합계로, 주민 협의와 인허가·계통 접속을 마친 사업량과는 다르다. 규제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수치인 만큼 전망의 전제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
공장 지붕과 기존 시설을 활용하면 부지 확보와 장거리 송전 부담을 일부 줄일 수 있다. 다만 구조 안전성, 임대 기간, 설치·운영 주체와 전력 판매 방식은 사업별로 풀어야 한다. ‘유휴부지’로 묶인 공간도 소유권과 이용 목적이 서로 다르다.
2040년 풍력 61GW 전망…허가에서 준공까지가 관건
2040년 사업용 재생에너지 220GW 전망은 태양광 약 155GW, 육상풍력 약 16GW, 해상풍력 약 45GW, 기타 약 4GW로 구성된다. 특히 해상풍력은 현재의 작은 보급 규모에서 크게 확대돼야 한다.
해상풍력은 발전사업 허가만으로 준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풍황·해저 지형 조사와 어업 협의, 환경·군사·항로 관련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설치 항만과 선박, 육상으로 전기를 보낼 접속설비도 필요하다. 45GW 전망의 현실성을 판단하려면 허가량과 함께 사업별 인허가 단계와 예상 준공 시점을 제시해야 한다.
사업 지연은 자금 조달에도 영향을 준다. KDI는 국내 보급이 발전비용 외에 전력망 연결 지연과 자본조달 제약의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완공해도 전기를 팔 시점이 불확실하면 투자금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집계 범위도 명확히 해야 한다. 사업용 220GW와 별도로 자가용 태양광 약 16.3GW가 전망됐다. 자가용 설비는 설치 장소에서 전기를 직접 사용하는 비중이 있어 전력 수요와 계통 부담을 계산할 때 사업용과 구분해야 한다.
유연접속·ESS로 기존 전력망 활용 확대
당면한 병목은 계통 접속이다. 정부에 따르면 호남에서는 전력망 포화로 일부 신규 사업의 접속 가능 시점이 2034년 이후로 밀렸고, 충청·강원 일부에서도 제약이 나타났다. 정부는 신규 망 확충과 함께 기존 망의 운영을 바꿔 수용 능력을 늘릴 방침이다.
핵심은 태양광의 최대 출력만으로 접속 가능 여부를 판단하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유연접속은 망의 허용량보다 많은 설비를 연결하되 실제 출력이 허용량을 넘는 시간에 발전량을 제한한다. 정부는 배전선로의 태양광 접속 한도를 14메가와트(MW)에서 16MW로 높이고 변전소 접속 용량도 확대해, 호남에서 약 2.6GW의 접속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허용된 접속 용량보다 큰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송출량을 조절하는 자율접속도 시범 도입한다. 배전망과 변전소에 ESS를 설치해 낮에 몰린 전기를 저장하는 방식은 신규 망 건설 전까지 접속을 늘릴 대안으로 제시됐다. 송전망에서는 고장에 대비해 비워둔 여유용량을 활용하도록 ESS를 배치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7월 호남 등의 계통 제약을 완화하기 위한 배전망 ESS 구축에도 착수했다.
장기 지연 사업 접속권 회수·재배분
접속권 배분 방식도 바뀐다. 먼저 허가받은 사업이 접속권을 확보한 뒤 장기간 지연되면 후속 사업이 망을 이용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실제 추진되지 않는 사업을 정비해 약 9GW의 접속권을 회수하고, 이 중 3.9GW를 재배분했다고 밝혔다. 장기 지연 사업의 접속권도 실제 이용 예상 시점에 맞춰 조정해 호남에서 2030년까지 10GW 이상을 다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027년 1월부터는 재생에너지 경쟁입찰 낙찰 사업자에게 접속권을 부여하는 방식도 추진한다. 접속권 선점 문제를 줄이더라도 선로·변전소의 물리적 제약은 남는 만큼, 낙찰 사업이 인허가와 준공을 거쳐 예정대로 망을 사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배전망 보강 비용은 한전이 우선 투자하고 후속 접속 사업자들이 필요한 용량에 따라 나눠 부담하도록 개선한다. 먼저 접속하는 사업자의 초기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한전의 선투자 규모와 비용 회수 방식은 확인이 필요하다.
정부는 10월부터 여유용량을 접속 대기 사업에 우선 활용하고, 2027년 1월부터 망 부족 지역의 신규 접속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개별 선로의 상태와 계통 안정성, ESS 준비 상황에 따라 실제 접속 시점은 달라질 수 있다.
출력제한 규모가 접속 확대의 경제성 좌우
유연접속은 기존 망을 효율적으로 쓰는 수단이지만 출력제한이 잦으면 실제 사용하는 재생에너지 전력은 기대보다 적을 수 있다. 사업자는 제한 시간과 규모를 알아야 발전소·ESS의 적정 크기와 투자비 회수 가능성을 계산할 수 있다.
따라서 송전망 수용 능력 171GW 전망은 지역별 접속 가능량뿐 아니라 예상 출력제한율, ESS의 위치·저장 시간·운영비, 망 보강 시점과 함께 평가해야 한다. 낮의 잉여전력을 저녁으로 옮기는 일과 며칠간 햇빛·바람이 부족할 때 공급을 유지하는 일은 다른 과제다. 지역별 발전과 수요가 몰리는 시간을 따져 저장설비를 배치해야 한다.
발전비용과 전력 공급에 드는 전체 비용도 구분해야 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25년 준공된 세계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의 90% 이상이 해당 시장의 신규 화석연료 발전소보다 낮은 발전비용으로 전력을 생산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소비자의 부담을 판단하려면 여기에 계통 확충과 ESS, 출력제한, 계통 운영비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정부는 2027년 1월부터 보급제도를 경쟁입찰에 기반한 장기 고정가격 계약시장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수익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가격 경쟁으로 구매비용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낮은 입찰가격도 접속 지연과 예상보다 큰 출력제한이 발생하면 사업비와 전력 구매비용을 보장하기 어렵다.
생산 지역의 소비와 산업 기반도 함께 고려해야
호남의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방식에만 의존하지 말고 생산 지역의 소비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송전선로 부담을 주민이 지는 만큼 발전의 편익이 지역에 얼마나 돌아오는지도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지역 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와 생산지 인근의 전력 수요 확대는 장거리 송전 부담을 일부 줄일 수 있다. 이를 유도하려면 산업 입지와 지역별 요금제, 기업의 구매 방식이 맞물려야 한다. 주민 지원과 참여 사업 역시 계획된 지원액뿐 아니라 실제 수혜 대상과 배분 방식으로 평가해야 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을 연간 10GW 이상, 풍력 터빈은 연간 3GW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제조·유지관리 기반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자재 조달 조건과 가격은 발전사업비에도 영향을 준다. 산업 육성과 낮은 전력 구매비용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는 입찰 결과로 확인해야 한다.
100GW 성적표에 접속·발전·출력제한 함께 담아야
새 대책은 신규 전력망 건설을 기다리는 동안 기존 망을 더 활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시에 새 송·배전망의 적기 확충과 ESS 설치·운영, 확보된 여유용량의 실제 배분도 이행해야 한다.
전력수급계획에는 목표 달성 경로와 함께 이행이 지연될 때의 대응도 필요하다. 해마다 허가·착공·준공량을 구분하고 지역별 접속 대기·실제 접속량, 출력제한 실적과 ESS 확보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 접속권 회수로 확보한 용량과 망 운영 변경으로 늘어난 수용량도 각각 제시해야 전망의 전제를 점검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100GW를 달성하려면 보급 속도를 약 네 배로 높이는 동시에 입지와 전력망, 자금과 저장설비를 같은 일정으로 준비해야 한다. 결국 얼마나 설치했는가에 더해 얼마나 연결했고, 생산한 전기를 얼마나 사용했는가가 목표의 성적표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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