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정 PFAS 폐수 수천㎥ 시대, 관리 경로 재설계 나선다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2-14 22:34:42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과 첨단 전자기기 수요가 커지며 반도체 제조가 빠르게 확장하는 가운데, 공정에 쓰이는 퍼·폴리플루오로알킬물질(PFAS) 폐기물을 어떻게 추적·분리·처리할지에 대한 로드맵이 제시됐다.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실린 최신 리뷰 논문은 반도체 산업의 PFAS 폐기물 관리 정책과 기술 수준을 평가하고, 향후 추진 방향을 모니터링 개선–효과적 분리–안전한 파괴라는 3대 우선순위로 정리했다.

PFAS는 포토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와 에칭(etching) 등 복잡한 화학 공정에서 고유한 물성을 바탕으로 필수적 기능을 수행해 현대 칩 제조의 핵심 물질로 쓰인다. 다만 환경·건강 문제와의 연관성이 지적되면서 업계에는 지속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리뷰에 참여한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 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Urbana-Champaign)의 화학·생체분자공학 교수 샤오수(Xiao Su)는 “시설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관리하는 것은 엄청난 일”이라며, “대형 공장 한 곳에서 하루 수천 입방미터의 폐수를 만들 수 있고, 그 안에는 다양한 용매·금속·염분이 섞인 PFAS ‘수프’가 포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리뷰는 2024년 8월 열린 워크숍에서 학계·산업계·정부 전문가들이 해법을 논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수 교수 연구팀의 박사후 연구원이자 수석 공동저자인 데바시시 고칼레(Devashish Gokhale)는 “현재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반도체 PFAS 문제를 산업이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된 진술’”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저자로는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의 지속가능 공학·건축환경 학부 연구진, 오레곤 주립대학교의 화학 분야 연구진 등이 참여했으며, 논문은 160편 이상의 관련 연구를 종합해 정리했다.

리뷰가 강조한 우선순위는 다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모니터링 개선으로 AI 같은 첨단 도구와 고해상도 질량분석법을 활용해 PFAS가 “어디서 발생해” 처리 과정에서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추적·규명해야 한다는 제안이 담겼다. 반도체 공정이 다단계·고집적 구조인 만큼, 오염원 규명과 물질흐름(폐수 경로) 지도화가 선결 과제로 제시된다. 두 번째는 효과적 분리(농축 포함)기술로 새 흡수제, 막(membrane), 전기화학적 접근 등 PFAS를 농축·분리하는 기술 옵션이 검토됐다. 다만 다수 기술이 원래 도시 상수도용으로 개발된 만큼, 용매·금속·염분 등이 뒤섞인 산업 폐수의 복잡성을 견디도록 상당한 공정 적응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세 번째는 안전한 파괴(결합 절단)로 플라즈마 방전, 전기화학적 산화 등 PFAS의 강한 결합을 파괴하는 기술도 후보로 거론됐다. 단, 실제 산업 현장에서 규모·비용·부산물 관리까지 포함한 안전성 기준으로 검증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기술 적용의 난점도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수 교수는 “전통적 수처리 방법이 PFAS, 특히 반도체 폐기물에서 흔한 ‘단축’ 및 ‘초단축’ 버전을 포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많은 화학식이 독점적 영업비밀이어서, 연구자들이 폐수 흐름에 어떤 PFAS가 있는지 정확히 식별하기 어렵다”는 점도 현실적 장애로 제시됐다.

고칼레 역시 공정 통합의 복잡성을 강조했다. 일반적인 반도체 제조 시설은 수백~수천 단계의 제조 공정이 촘촘히 통합돼 있어, 새로운 처리 솔루션은 기존의 고도 최적화된 공정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폐수 처리 요구를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뷰는 기술 외에도 진전을 위해 필요한 요소로 ▲PFAS의 ‘변환 가능한’ 화학 특성에 대한 이해 확대 ▲향후 규제 방향 설정 ▲실험실 연구를 위한 실제 산업 폐수 흐름 접근성 확보 ▲실험실 기술의 산업 현장 스케일업(확장)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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